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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2월 16일 14시 48분 등록
어제는 포레스트 검프라는 영화를 보았다. 그 동안 한번 꼭 보고 싶었던 옛날 영화인데, 마침 OCN에서 방영되고 있었다. 포레스트 검프는 애절한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몇 가지 시사점도 있는 훌륭한 영화였다. 아이큐 75밖에 안 되는 검프(톰 행크스분, 그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배우다)가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좋은 팔로워였다는 점이다.

어릴 때는 엄마가 이끄는 대로 따랐고, 아메리카 풋볼 특기생으로 대학까지 들어갔다. 대학 졸업 후 군 모집관이 군대에 가라고 하자 곧바로 입대했다. 군대에 가서는 상관들이 시키는 대로 무조건 했다. 그래서 나쁜 머리에도 불구하고 총기를 닦고 조립하는 데 있어서도 중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베트남에 가라고 하면 베트남에 갔고, 적에게 포위돼 있는 삶과 죽음이 오가는 상황에서도 여자 친구가 시키는 대로 무조건 달려 목숨을 건졌을 뿐만 아니라 중대원 여러 명을 구해 무공 훈장을 받았다. 군대에서 탁구를 치라고 해서 열심히 쳤다가 미국과 중국의 역사적인 핑퐁 외교의 주역이 되었다. 퇴역한 후에는 군에서 목숨을 잃은 절친한 동료인 버바가 늘 함께 하자고 했던 새우잡이 사업을 했다. 처음에는 실패했지만 굴하지 않고 끝까지 했고 운도 따르면서 큰 돈을 벌었다.

이처럼 포레스트 검프가 가장 위대한 점은 좋은 팔로워였다는 것과 한번 시작한 것은 끝까지 했다는 점이다. 어쩌면 검프가 머리가 둔하기 때문에 잔머리를 쓰지 않고 끝까지 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 여자 친구가 자신을 떠난 이후로 무조건 달리기를 시작해 몇 년 동안 무조건 달렸다. 그러다보니 온갖 메스컴에서 그를 다뤄 유명 인사가 되었고, 사람들(팔로워)이 줄지어 그의 뒤를 따랐다. 기자가 마이크를 들이대며 왜 달리냐고 하자 그냥 달리고 싶어 달린다고 대답한다.

그런데 어느 날 그는 너무 피곤하여 집에 돌아겠다고 했고, 그를 따르던 추종자들은 ‘그럼 우린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다. 세상사람들이란 이런 것이다.

어쨌든 포레스토 검프처럼 이렇게 오랫동안 한 가지에 몰두하면 추종자가 생기는 법이다. 포레스트 검프는 여자 친구를 무척 사랑했지만 그녀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지는 못했다. 리더십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결국 오랜 방황을 끝낸 여자 친구는 검프에게 돌아왔고, 너무 안타깝게도 얼마 후 에이즈로 세상을 떠났다. 검프에게 똑같은 이름인 아들 하나를 남겨놓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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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거인
2006.02.16 18:16:55 *.238.210.81
나도 보고 싶었는데, 순찰 시간대에 방영하여 못 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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