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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12일 23시 24분 등록
시댁에서 달려오는 차안에서
우리 먹이시느라 정작 본인은 입맛을 늘상 잃어버리시는
어머님의 공복에 마음이 꾸물댄다
머리 뒤꼭지가 땡겨지는 것 같다
가로등 불빛에, 앞뒤로 제갈길찾아가는 차들의 불빛에
자가용시트위로 차장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투명한 그림자로 흐른다

현미경속에 꾸물대는 양파세포 무늬를
투명하게 만들며 입은 옷과 피부위로 흘러들어간다.
내맘에도 비 그림자가 들이친다

헐거워진 물방울 그림자가
물속에서 운전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내 안의 많은 얼굴들이 지나간다
사람이 경영하는 것의 결국을 따라가본다
머리속에서는 어떻게 수습하면
마치지 못한 지난주의 업무와 관련 공부
돌려놓고 축축히 세탁조속에서 빨래마침벨을 울리며 침묵에 들어간 세탁기
늘 미루는 방청소와 화장실 타일 청소
아기 목욕과 기저귀널기
예배도 드리지 못한 일요일밤
일 한 것도, 일 안한 것도 아닌 하루하루가 버티어간다

일의 쬐꼬만, 작은 성과를 표시내는 것도 능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에 서툴러 쉬 지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본다
이제는 이십대처럼 스스로를 낙심가운데 놓아두지는 않지만,
그 낙심이 만든 쓴 뿌리가 준 고통을 때때로 맛보게 된다.
깊이 뿌리내린 그것들을 뽑아 버리려고
하나님과 혼자 있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지니간다

그런 부분을 저만치 밀쳐두고 일상의 리듬을 따라가려고 애쓰다가
쉽게 공허에 혼자있음의 허기에 헉헉 숨이 차는 것은 아닌지
일상이란 때때로 주어진대로 살아가기위해
아픈 웃음을 배우는 일인지도 모른다
조금은 과장된 헛웃음을 반복하는 일에 있는 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옆집앞집 세탁기도 제할일을 마친 조용한 한 밤이면
홀로 넋놓기 싫어 TV소리에 남은 시간을 흘려두는 그런 일인지도 모른다.

비는 그치고 뜨겁게 달아오른 승용차를 두고
집에 들어와 다 돌려진 세탁물을 널고 개면서
내 맘속의 갤 것들을 개고,
널어 말릴 것을 털어 넌다.
영혼의 선풍기를 돌려볼 일이다.




IP *.142.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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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뎀뵤
2007.08.12 23:39:39 *.6.39.173
언젠가 언니집 마루에서 차곡차곡 빨래를 개던 기억이 난다.
그처럼. 맘속의 갤것들도.
언니가 지칠땐 내가 도와주고.
내가 귀찮을땐 언니가 도와주고.
그럴수 있으면 좋겠다.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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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08.13 00:21:33 *.72.153.12
빨래나 청소 좀 미루면 어때요. 한꺼번에 몰아서 하면 개운한 맛도 있고 좋던데... 선이씨 복숭아 먹고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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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7.08.13 09:50:00 *.209.112.197
요즘은 나도 자꾸 시가 쓰고 싶네요.

전에 시쓰는 분들 보니까, 한 번 머리에 떠오르거나, 일단 쓴 초고를 몇 개월씩 끌어안고 고치는 것 같았어요. 가끔 올려주는 선이님 글 중에서도 특히 윗 글은 마치 원석처럼 반짝이는군요!

두고두고 만져서, 선이님의 보석상자에 제일먼저 넣어두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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