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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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수 0
한 일주일 정도 세상사에 관해 안테나를 꺼 놓은 채 살고 있다.
여행에서 돌아와보니 케이블티브이가 불통이 된 상태이고 더더군다나 라디오도 어디가 고장인지 먹통이다.
내심 잘됐다고 쾌재를 부르며 난 좀더 앙코르에 심취하기로 했다.
밀림 속에서 불쑥 솟아난 문명.
세계 7대, 8대 불가사의.
앙드레 말로.
무너져가는 앙코르 와트.
그레이엄 행콕.
이 정도의 상식으로 난 그다지 사전지식 없이 긴 휴가기간에 의례히 갖는 일탈을 감행하기로 했다.
경험으로 미루어보건대 떠남은 어떤 정화의식과도 같아 그간 내 발목을 잡고 있었던 치졸함 들을 새털처럼 날아가게 하고 대신 그 자리를 뭉클한 감성으로 바뀌게 하는 기억을 갖고 있다.
난 군중 속의 고독을 즐기는 편이다.
사회적 동물이면서 철저하게 혼자일 수 밖에 없는 유한한 생명체들.
그 속에 살면서 때론 군중 속에서 때론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게임처럼 그 사이를 왕래한다.
그러나 세상 어디에서도 혼자는 아니다.
입으로 표현하는 어설프고 난해한 말이 아니라 내가 숨쉬는 곳 어디에도 무수하게 내게 말을 거는, 나보다 더 오래 세상을 보아왔던 대상들이 있으니 그것에 답하고 있노라면 시공을 초월하는 만남에 가슴이 벅차 오른다.
유적에 관한 세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가보지 않은 이는 책을 통해서 볼 수 있을 것이고 우리는 이미 많이 들어서 대충은 알고 있다.
내 스타일대로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앙코르 와트는 앙코르 시대 많은 유적지 중의 한 사원이다.
앙코르 왕국은 9세기 초부터 15세기 중엽까지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앙코르 와트는 12세기에 세워진다.
이 유적지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은 지상에서 촬영한 사원의 모습이 만다라와 흡사한 모습이라는 것.
어느 날 갑자기 이 사원이 밀림에서 발견되었다고 세상이 소란을 피웠지만 사실은 크메르 민중들은 이 사원의 존재를 잊은 날이 없었다는 것.
소위 유럽 프랑스 지식인 사회에 처음으로 그럴듯하게 발표된 것을 가지고 문명의 발견이라 외치니 캄보디아 인들이 보기엔 기가 막히지 않았을까.
이 사원에 대한 나의 느낌은 힌두교 신화와 불교미술의 혼합.
좀 더 느낌을 가지려면 힌두교 신화인 라마야마와 마하바라타를 살짝 읽고 갈 것이다.
그 외 우리가 갖는 앙코르 유적에 관한 이미지로는 나무들이 사원에 뿌리를 내려 무너져가는 세계문화유산이라는 안타까움.
하여 곧 앙코르 와트가 대대적인 복원을 위해 전면 페쇠하리라는 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의 말로는 전면 폐쇄란 없다는 것이 강세다.
무너져 간다는 유적에 대해서도 토인비가 말한 자연으로의 회기란 말로 그 표현을 대신한다.
몇몇 유적지는 발견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놓아두고 관광객에게 개방하고 있다.
툼 레이더라는 영화를 통해서 우리는 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원래 자연의 밀림을 부수고 인간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조형물들..
몇 백 년의 시간이 흘러 다시 자연이 복수한다는 표현인데 그럴듯하다.
캄보디아의 GNP는 약 삼 백달러 남짓.
앙코르 와트 유적지의 하루 입장료는 20달러.
일년에 외국방문자수가 육 십만 명을 넘고 있는데 이 막대한 수입을 포기하는 것은 그들에게 선진국의 일방적인 고상함을 강요하는 것이 아닐까?
물질적으로는 너무나 가난한 나라이다.
한 순간의 이데올러기에 의해 대량의 사람들이 학살당하여 65세인구가 겨우 2.7%에 불과하고 거리에서 구걸하고 일 달러 라고 외치는 어린 아이들의 부모는 없거나 지뢰에 맞아 불구인 사람들이 많은 수를 차지한다.
가는 곳곳 마다 21세기의 이 풍요로운 세상에 어떻게 같은 인간으로 이렇게 사는가 하는 회한이 들어 지갑에 손이 가지 않을 수가 없는 곳이다.
가 보라, 그 곳에.
어린아이들의 눈이 얼마나 맑고 깨끗한지를.
그 아이들이 일 달라에 팔찌를 사달라고 모여들고 한국에서 가져간 싸구려 과자를 얼마나 맛나게 먹는지,
솜털이 그렁그렁한 아이들이 관광객들의 일 달러를 벌기 위해 황토 물에 뛰어들어 묘기를 벌이고 학교종이 땡땡땡이며 송아지니 하는 노래를 얼마나 우렁차게 잘 부르는지.
그 아이들의 뒤에는 지뢰로 다리를 잃은 아비와 젖먹이를 품은 아낙들이 있다.
혼자 하는 여행은 여러 면에서 자유롭다.
그저 내 맘대로 내 식대로 느끼다가 오는 것이다.
거대한 유적, 불가사의라 외치는 유적들에서 내가 느끼는 것은 거대한 권력이라던가 이데올러기가 아니다.
그것을 이루어내는 사람들의 손길, 정신, 그 주변의 자연들이며 나는 그것에서 그저 생명체인 나란 인간의 정체성을 찾는다.
나는 고양이를 키우니 녀석에게 갖는 마음이 애틋하다.
길을 떠날때면 늘 녀석을 맡길사람에게 이런부탁 저런부탁을 하고 무거운 발걸음을 뗀다.
그러다 여행지에서 녀석과 비슷한 놈들은 만나면 반갑다.
캄보디아에서도 이쁜 고냥이들을 보면 반가웠고 아무데서나 드러누워 잠들어 있는 개들을 보면 눈이 한번 더 돌아간다.
인간 곁에서 머무르는 녀석들은 여기나 거기나 진배없이 개이며 고양이 닭들이다.
그 곳의 기후에 맞게 잘 적응해 살아가는 모습들이 씩씩해 보이는 게 마음이 푸근하다.
어디 사람만 사는 세상인가.
교만한 이들의 눈에는 그저 자기밖에 뵈질 않겠지만 눈뜨고 보라.
숨을 쉬며 살아가는 존재가 어디 인간의 형상뿐이던가.
유적도 나무도 풀도 생명이 있는 것들은 다 그렇게 나누면서 살고 있나니.
그 모든 것들이 씩씩하게 제 숨 다하는 날까지 씩씩하게 살아가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긴 여정을 끝내고 돌아오니 이 넘은 기다렸노라 목청을 높인다.
나도 네가 보고팠노라 오랜 시간 안아주고 넘을 달랜다.
IP *.48.38.129
여행에서 돌아와보니 케이블티브이가 불통이 된 상태이고 더더군다나 라디오도 어디가 고장인지 먹통이다.
내심 잘됐다고 쾌재를 부르며 난 좀더 앙코르에 심취하기로 했다.
밀림 속에서 불쑥 솟아난 문명.
세계 7대, 8대 불가사의.
앙드레 말로.
무너져가는 앙코르 와트.
그레이엄 행콕.
이 정도의 상식으로 난 그다지 사전지식 없이 긴 휴가기간에 의례히 갖는 일탈을 감행하기로 했다.
경험으로 미루어보건대 떠남은 어떤 정화의식과도 같아 그간 내 발목을 잡고 있었던 치졸함 들을 새털처럼 날아가게 하고 대신 그 자리를 뭉클한 감성으로 바뀌게 하는 기억을 갖고 있다.
난 군중 속의 고독을 즐기는 편이다.
사회적 동물이면서 철저하게 혼자일 수 밖에 없는 유한한 생명체들.
그 속에 살면서 때론 군중 속에서 때론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게임처럼 그 사이를 왕래한다.
그러나 세상 어디에서도 혼자는 아니다.
입으로 표현하는 어설프고 난해한 말이 아니라 내가 숨쉬는 곳 어디에도 무수하게 내게 말을 거는, 나보다 더 오래 세상을 보아왔던 대상들이 있으니 그것에 답하고 있노라면 시공을 초월하는 만남에 가슴이 벅차 오른다.
유적에 관한 세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가보지 않은 이는 책을 통해서 볼 수 있을 것이고 우리는 이미 많이 들어서 대충은 알고 있다.
내 스타일대로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앙코르 와트는 앙코르 시대 많은 유적지 중의 한 사원이다.
앙코르 왕국은 9세기 초부터 15세기 중엽까지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앙코르 와트는 12세기에 세워진다.
이 유적지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은 지상에서 촬영한 사원의 모습이 만다라와 흡사한 모습이라는 것.
어느 날 갑자기 이 사원이 밀림에서 발견되었다고 세상이 소란을 피웠지만 사실은 크메르 민중들은 이 사원의 존재를 잊은 날이 없었다는 것.
소위 유럽 프랑스 지식인 사회에 처음으로 그럴듯하게 발표된 것을 가지고 문명의 발견이라 외치니 캄보디아 인들이 보기엔 기가 막히지 않았을까.
이 사원에 대한 나의 느낌은 힌두교 신화와 불교미술의 혼합.
좀 더 느낌을 가지려면 힌두교 신화인 라마야마와 마하바라타를 살짝 읽고 갈 것이다.
그 외 우리가 갖는 앙코르 유적에 관한 이미지로는 나무들이 사원에 뿌리를 내려 무너져가는 세계문화유산이라는 안타까움.
하여 곧 앙코르 와트가 대대적인 복원을 위해 전면 페쇠하리라는 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의 말로는 전면 폐쇄란 없다는 것이 강세다.
무너져 간다는 유적에 대해서도 토인비가 말한 자연으로의 회기란 말로 그 표현을 대신한다.
몇몇 유적지는 발견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놓아두고 관광객에게 개방하고 있다.
툼 레이더라는 영화를 통해서 우리는 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원래 자연의 밀림을 부수고 인간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조형물들..
몇 백 년의 시간이 흘러 다시 자연이 복수한다는 표현인데 그럴듯하다.
캄보디아의 GNP는 약 삼 백달러 남짓.
앙코르 와트 유적지의 하루 입장료는 20달러.
일년에 외국방문자수가 육 십만 명을 넘고 있는데 이 막대한 수입을 포기하는 것은 그들에게 선진국의 일방적인 고상함을 강요하는 것이 아닐까?
물질적으로는 너무나 가난한 나라이다.
한 순간의 이데올러기에 의해 대량의 사람들이 학살당하여 65세인구가 겨우 2.7%에 불과하고 거리에서 구걸하고 일 달러 라고 외치는 어린 아이들의 부모는 없거나 지뢰에 맞아 불구인 사람들이 많은 수를 차지한다.
가는 곳곳 마다 21세기의 이 풍요로운 세상에 어떻게 같은 인간으로 이렇게 사는가 하는 회한이 들어 지갑에 손이 가지 않을 수가 없는 곳이다.
가 보라, 그 곳에.
어린아이들의 눈이 얼마나 맑고 깨끗한지를.
그 아이들이 일 달라에 팔찌를 사달라고 모여들고 한국에서 가져간 싸구려 과자를 얼마나 맛나게 먹는지,
솜털이 그렁그렁한 아이들이 관광객들의 일 달러를 벌기 위해 황토 물에 뛰어들어 묘기를 벌이고 학교종이 땡땡땡이며 송아지니 하는 노래를 얼마나 우렁차게 잘 부르는지.
그 아이들의 뒤에는 지뢰로 다리를 잃은 아비와 젖먹이를 품은 아낙들이 있다.
혼자 하는 여행은 여러 면에서 자유롭다.
그저 내 맘대로 내 식대로 느끼다가 오는 것이다.
거대한 유적, 불가사의라 외치는 유적들에서 내가 느끼는 것은 거대한 권력이라던가 이데올러기가 아니다.
그것을 이루어내는 사람들의 손길, 정신, 그 주변의 자연들이며 나는 그것에서 그저 생명체인 나란 인간의 정체성을 찾는다.
나는 고양이를 키우니 녀석에게 갖는 마음이 애틋하다.
길을 떠날때면 늘 녀석을 맡길사람에게 이런부탁 저런부탁을 하고 무거운 발걸음을 뗀다.
그러다 여행지에서 녀석과 비슷한 놈들은 만나면 반갑다.
캄보디아에서도 이쁜 고냥이들을 보면 반가웠고 아무데서나 드러누워 잠들어 있는 개들을 보면 눈이 한번 더 돌아간다.
인간 곁에서 머무르는 녀석들은 여기나 거기나 진배없이 개이며 고양이 닭들이다.
그 곳의 기후에 맞게 잘 적응해 살아가는 모습들이 씩씩해 보이는 게 마음이 푸근하다.
어디 사람만 사는 세상인가.
교만한 이들의 눈에는 그저 자기밖에 뵈질 않겠지만 눈뜨고 보라.
숨을 쉬며 살아가는 존재가 어디 인간의 형상뿐이던가.
유적도 나무도 풀도 생명이 있는 것들은 다 그렇게 나누면서 살고 있나니.
그 모든 것들이 씩씩하게 제 숨 다하는 날까지 씩씩하게 살아가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긴 여정을 끝내고 돌아오니 이 넘은 기다렸노라 목청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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