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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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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 24일 12시 08분 등록

<이미지 출처 : 야후>



하도 봄볕이 다사로워 마당 햇살 도타운쪽을 한바퀴씩 둘러보며
봄을 채근하는 요즘......

기왓장 울타리 두른 낮은 화단 귀퉁이
모가지째 꺾어서 땅에 꽂아둔 것 같은 샛노란 복수초 한 송이
온힘을 다해 하늘을 안고 있습니다.
우주를 안고 있습니다.
이월에...... 따스한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이 버무린 봄머리
노란 색종이꽃 처럼 반질거리는 꽃잎위에
벌이 장한 일 했다고 쓰다듬으며 조곤거립니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 깊어 '섬노루귀' 자리 앞에서 첫손주 해산을 기다리는
할미처럼 많이 서성였는데 뜻하지 않게 복수초를 만났습니다.
꽃이 하도 작아서 자칫 하면 밟기 쉽상이지요.
노랗고 앙증맞게 땅에 붙은 모양이 감동을 더합니다.
가만 무릎 꿇고 꽃잎에 얼굴 갖다댑니다.
추위에 강해 눈 속에서도 꽃이 피어나 '얼음새꽃' 이라고도 하고
해가 나면 노랗고 반짝이는 꽃잎을 활짝 펴고 벌과 나비를 부르지만
날씨가 흐리거나 어두워지면 꽃잎을 꼭 닫습니다.
2년전 그 자리, 눈속에서 피었던 바로 그꽃입니다.

땅에서 작은 꽃만 내미는 것이 아직 잿빛인 이월 꽃밭에
피는 것은 작고 여린 것 먼저 살고 가게 하고자 그러지요.
둘러보세요. 먼저 피는 봄꽃들은 다 작은 것들입니다.
꽃다지, 제비꽃, 냉이꽃, 괭이부리, 얼레지......
키 큰것들은 그들이 피고 진 다음 비로소 무성한 꽃과 잎들을 터뜨리지요.
아름다운 자연의 질서요 조화입니다.

2년전에 옆집 김노인 삽작앞에 있던 것을 가슴 두근거리며 옮겨 심었던
자운영도 엄청 번져 있습니다.
순전히 노랫말 때문에(내가 좋아 하는 것...... 논두렁을 수놓은 자운영
꽃무리.......) 꽃도 모른채 무턱대고 자운영을 좋아하게 되었고
수년전 섬진강 따라 평사리 가는길 온밭에 펼쳐진 자줏빛 자운영 꽃무리에
혼을 뺏긴 후론 자운영을 꽃각시 모시듯 합니다.
어, 할미꽃도 초록순 도톰하고 무슨 새싹인지 한줄기 연두빛
새순도 빠끔이 고개 내밀고 있습니다.
앞집 정기사네 매화나무에선 바야흐르 매화꽃 날마다 후두둑 피어납니다.

봄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꽃출석부(박완서님의 표현에 의하면) 펼치며
고것들과 눈맞출 생각하니 희망으로 설렙니다.
인생의 긴 여정에서 수시로 튀어나오던 '매복병'을 잘 구슬려
오히려 내편으로 만들 지혜마저 생깁니다.
IP *.226.105.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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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
2007.02.23 23:44:05 *.152.82.31
하하하!
역시 마사형수님이시군요.
꽃출석부 펼쳐 결석한 놈들 다 망울 피게 해 주세요.
오늘 마실에 때이른 봄맞이 단장에 대한 아이디어를 고민하느라 머리 쥐나는 줄 알았는데 이케 명답을 주시니...(감개무량)
복수초, 꽃다지, 제비꽃, 냉이꽃, 괭이부리, 얼레지 ...
요놈들 어디 가서 잡아오죠?

건강하시죠? 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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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7.02.24 01:16:27 *.166.80.51
오늘 난 몹씨도 울적하여 술에 취해, 자정이 넘어서 집엘 왔습니다. 그것도 모자라서 먹다남은 "짹 다니엘"을 스트레이트로 두잔이나 들이켰습니다. 왜 술을 마시느냐? 무었이 불만이냐 라고 물으면 난 대답할 말이 없습니다. 센치멘탈의 지병이 몇년만에 찾아온 모양입니다. 그리고 송현님의 꽃을 보면서 꽃같은 시를 읽었습니다.

꽃은 그흔적이 없이 땅속에서 보내다가
때가 되니 아름다움을 펼침니다.
우리도 그럴까.
그를 사랑해도
만지기커녕 냄새맞기도 미안하여 멀쑥한 표정으로 고갤 내밀 것입니다.
짝사랑하는 님을 보는 표정과 같이...

우린 언재 활짝피지?
무화과 꽃처럼 꽃인지 열매인지 모르는 것이 나일 것입니다.

우리 모두 지리산 끝자락 운봉마을 뒷산, 제악산에 철죽보려가세나,
붉은 그림자속에 묻혀
나인지 그대인지 철죽인지 모르는 제악산에 가세나,

정선 구절리의 물철죽 피는 모습 보았소,
하늘도 붉고 땅도 흐르는 시냇물도 붉었다.
그속에서 못다한 정열을 노추산위로 올려 보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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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
2007.02.24 05:38:27 *.254.31.143
마음 가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요.
봄소식 가득한 복수초감상 잘했습니다.
서정애님의 정원에 있는 꽃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복수초는 약초가 되기도 하면서 독초이기도하답니다.
약초같은 삶의 향기를 보내주심에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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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02.24 08:18:48 *.72.153.164
꽃들을 보면 늘 묻고 싶어집니다.
'넌 어떻게 노란꽃을 피우니? 네 어디에 노란 기운이 숨겨져 있는거니?'
라고. 똑같은 봄비 먹고 자란 녀석들이지만 어떤 녀석은 노란꽃 피우고, 어떤 녀석은 분홍꽃 피우고... 검은 가지에서 꽃을 빌어내는 녀석들, 검은 땅을 뚫고 솟은 그녀석들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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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2007.02.24 10:39:43 *.116.34.175
우리 초아 선생님이 어찌 울적하여 술을 드셨나요 ? 봄되면 또 함께 푸른 바다건너 초록 섬으로 가지 않으시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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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7.02.24 18:31:20 *.166.64.129
구 선생님!
한번씩 나사가 빠지나 봅니다. 그때가 자신으로서는 제일 진솔 하겠지요. 자로님과 날짜가 협의되면 연락이 갈 겁니다. 바다에는 벌써 이월 바람이 시작 되었습니다. 이월이 되면 조수감만의 차이가 엄청 많이 생기기에 섬여인들은 "개발" 어원은 "갯발"일 것입니다. 바닷물이 빠진 후에 고동, 낙지, 조개, 게, 해조류를 캡니다. 이를 해보려면 음력 15일에서 3일간, 1일에서 3일내외를 잡는 것이 좋습니다. 물이 나간 웅덩에서 작은 고기잡이 돌을 뒤집어면 게, 고동,등 많은 것이 잡히지요. 아마 사랑도에도 개발터가 있을 겁니다.
요번 여행은 보이차도 준비하여 :차를 마시며 대화"하는 야간 시간도 만들어 봅시다. 틀림없이 볼락낚시도 될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취한걸 보이지도 안했는데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연락 드리겠습니다. 좋은 섬 여행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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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 서정애
2007.02.24 23:14:25 *.122.65.221
어머, 초아 선생님, 많이 울적하셨나봐요. 고 작고 여린 복수초가 모진 겨울을 이기고 드디어 땅위로 길을 내었습니다.
복수초는 씨앗으로 번식하긴 힘든대요. 이른 봄 남 먼저 샛노란 물감을 풀어내곤 여름이 채 오기전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호미로 뿌리를 긁어 내지만 않는다면 해마다 그 자리에 피지요.
정성껏 피워올린 샛노란 꽃잎 보시고 향기 들으시며 그만 푸세요.

하루하루가 축복입니다..
힘차게 떠오르는 태양, 밤하늘 사각거리며 돋아나는 별, 대숲에 걸린 차가운 달, 가만 어깨를 어루만지고 지나는 푸른 바람......
모두가 내 것인걸요. 힘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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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2.25 00:08:53 *.70.72.121
요즘 부쩍 편안해 지시는 서정애님과 또 너무 많이 저희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해 주시는 초아선생님...

따스한 봄바람이 남으로 부터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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