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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3일 12시 42분 등록
사량도에 가면
열린 듯 닫힌 작은 가게를 지나다가 차를 세워야 한다.

사량도에 가면
아무 망설일 겨를 없이 바로 그 집 앞에 왁자지껄 진을 치고 너른 바다의 평화로움과 잔잔히 살랑살랑 흔들리는 봄 풍경을 무심히 바라보아야 한다.

사량도에 가면
중천의 나른한 해거름에 한밤중의 짙은 달빛을 집어 삼키려들지 모를 묘한 느낌의 그 집 앞마당까지 차고 들어 주책없이 주인장을 불러대야 한다.

사량도에 가면
느닷없이 뛰쳐나가는 낯선 사내의 뒤통수를 멍하니 목격하여야 한다.

사량도에 가면
닫힌 듯 열려있는 그녀의 휑한 눈과 마주치는 순간, 문득 방금 그 사내의 아쉬운 뒷모습을 알아차려야 하고 아차! 탄성을 지르고야 마는 얄궂은 거목의 유쾌한 실수를 탓하여야 한다.

사량도에 가면
누구라도 잠시 기다려 즉석에서 빚어내는 이미 한밤중의 달그림자에 취한 중년의 주모가 내어오는 그녀만의 한숨 섞인 솔잎막걸리를 맛보아야 한다.

사량도에 가면
결코 기죽지 않은 당당한 그녀의 파전과 간출한 김치를 맛보아야 한다.

사량도에 가면
반드시 그 통싯간에 들러 아슬아슬한 볼일을 보아야 한다.

사량도에 가면
홀로 오솔길을 거니는 사내의 뒷모습을 음미하여야 한다.

사량도에 가면
유채꽃밭에 앉아 카메라 앵글에 한껏 포즈를 취하여야 한다.

사량도에 가면
해풍을 맞으며 들판을 마음껏 뛰노는 흑염소를 군침을 삼키면서 보아야 한다.

사량도에 가면
어슷하게 챙 모자를 드리운 방랑의 한 유랑시인이 터벅터벅 홀로 마을을 순례하고는 돌아오는 길에 허연 수건으로 태양을 가린 해질녘 아지매의 고단함을 위로하려 한가득 취나물 보따리를 사들고야 마는 정겨움을 나눠야 한다.

사량도에 가면
인심 좋은 수더분한 이장댁 마나님이 침을 튀기며 추천하는 두 여인이 사는 집에 민박을 정하려 가보아야 한다.

사량도에 가면 아께 그 며느리의 시어매가 먼저 와 재촉하듯 뜰팎에 쪼그리고 앉아서는 신기하게 사람들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아야 한다.

사량도에 가면
팔순 할매의 수줍게 복사꽃 핀 두 볼에 뽀뽀를 해야 한다.

사량도에 가면
경주이(李)씨댁 일흔의 며느리가 구순의 시어매를 홀로 모시며 뭍으로 간 다섯 남매 오매불망 그리면서 취나물이다 고동을 쉼 없이 캐고는 구부러진 허리를 겨우 세워 마음으로 맞이하는 서울 손님에 대한 애틋함을 느껴야 한다.

사량도에 가면
너와 내가 우리라는 COREANITY로 덩실 흥에 겨운 어우러짐을 느껴야 한다.

사량도에 가면
이순(耳順)을 바라보는 부산의 초아 청년이 별빛아래서 작두를 타듯 능숙히 휘두르며 회치는 모습을 보아야 한다.

사량도에 가면
갑판위에 올라앉아 둥근 달을 보며 한 잔 술과 흥얼거림과 이야기를 나누며 로렐라이 언덕의 인어형상의 귀자가 들려주는 팬플륫 연주를 들어야 한다.

사량도에 가면
어머니의 자궁 같은 평화로운 너울에 잠시 기대어 살포시 잠을 청하여야 한다.

사량도에 가면
시꺼먼 하늘아래 칠흑의 바다 속을 들여다보면서 쉼 없이 홀로 낚싯대를 드리우는 한 사내의 뒷모습과 그의 무거운 어깨를 보아야 한다.

사량도에 가면
새벽녁 잠을 설치게 만드는 사랑타령을 들어야 한다. (아이고 허리야~ )

사량도에 가면
이른 아침 섬을 에워싼 길을 따라 어리버리한 사람과 산책을 하여야 한다.

사량도에 가면
선한 찬에 순한 정이 담긴 아침상을 받아 보아야 한다.

사량도에 가면
섬을 두어바퀴 돌아보며 재잘재잘 이야기를 남기고 와야 한다.

사량도에 가면
횟집을 빠꿈이 들어가 염치없이 넉살 좋게 뜨거운 커피를 주문하여야 한다.

사량도에 가면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을 뒤로하고 뱃고동소리에 다시 몸을 실어야 한다.

사량도에 가면
중년의 여인네가 낯 술에 눈이 휑한 문패도 없는 그 주막에 들려야한다.

사량도에 가면
눈물 뚝뚝 떨어지는 동백나무 떡 버티어 선 주막을 앞마당까지 차고 들어가 주모를 불러대야 한다.

사량도에 가면
하루 종일 통싯간을 지키고 선 뒷켠의 강아지새끼를 한 번쯤 쓰다듬고 와야 한다.

사량도에 가면
곰삭은 여인이 빚어내는 신선하고 향긋한 솔잎막걸리와 미련 없는 그 집의 문패와 눈멀도록 정겨운 그 바다를 꼭 중년의 그녀 집 앞에서 보아야 한다.


1,2,3기 연구원생들 가운데 시간이 되는 분들만 하루 먼저 참석하였답니다.
가서도 좋았지만 지금 4월 무척 아름다운 섬이었습니다. 부산의 초아선생님께서 가이드를 해 주시는 바람에 더 없이 좋은 여행이었답니다. *^_^*


사량도 : 경상남도 통영군 사량면

통영시 서편에 자리한 섬으로 상도와 하도가 나란히 이마를 맞대고 있다.
섬이 뱀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기암괴석으로 덮여있는 섬 해안의 돌출부가 하나같이 뱀처럼 생겼다고 함.

상도에 지리산, 불모산, 고동산과 하도의 칠현봉으로 유명하고 낚시하기 좋으며 특히 볼락은 별미입니다.

'지리산이 바라보이는 산'이란 뜻으로 지이망산 이라고 불리다가 현재는 지리산이라는 명칭으로 굳어져 버렸다네요.

등산코스 : 돈지리- 지리산- 불모산- 옥려봉- 진촌마을(4시간 소요) 지내고 즐거우시길...
IP *.70.7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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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인
2007.04.03 12:30:05 *.149.18.136
사량도에 가지 않다라도
우린 그녀(써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 얼마나 좋은지~!

언니, 글이 참 멋지네요.

사량도에 갔더니
우리를 손꼭붙잡고 밥멕이고
따스히 보살펴주던
써니라는 인물이 있어서 참 좋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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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4.03 14:54:16 *.70.72.121
주점 이었지만 간판은 따로 없는 차림표만 자그맣게 내걸린 집이었습니다. 솔향이 그윽한 순한 막걸리 였고, 무엇보다 중년의 그녀가 즉석에서 걸러내어 주는 신선함이 아주 좋았습니다.

뒷간은 ㄷ자 형식으로 벽면에 붙어 한켠에 담만 쌓아놓은 앞이 뻥 뚫린 그야말로 옛날 통싯간 모양이었으며 비껴진 자리에 검정색 새끼 멍멍이 한 마리가 사람이 그리운 양 사람들을 반기며 애교를 떨어댔더랬습니다.

언제 다시 사량도에 가면 그 녀의 솔잎막걸리를 다시 먹고싶지만...

다인이 어른이 다 되었다는 걸 남해 여행에서 알았답니다. 당신은 할머니고 엄마고 연인이고 동생이며 의젖하고 사랑스런 여인입디다.

옹박은 알라나 몰라 자기를 그리며 바닷가에서 연주하던 그대 아름다운 모습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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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제
2007.04.03 15:48:47 *.122.65.160
사량도에 가면 달빛에 출렁이는 바다를 보며 한잔의 술을 마시고
인생을 노래할 수 있어 좋았다.
초아 선생님이 쳐주시는 회는 입에 들어가는 순간 눈 녹듯 녹았다.
그곳에서 낯선 곳에서의 아침을 맞이했다. 그것은 부지런한 사람만의 특권이다.
써니님!
아침 산책길이 멋졌죠?
그 바닷가의 S라인 소나무도 멋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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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4.03 23:46:49 *.70.72.121
선배님께선 처음부터 그 S라인 소나무에 꽂히셨고, 누구누구는 혹시 솔잎막걸리 주막에 밤새 다녀오셨던 것 아닐까요? 왜 허리가 아프셨을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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