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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24일 08시 03분 등록
현비 왕용삼구 실전금 읍인불계 길(顯比 王用三驅 失前禽 邑人不誡 吉)

최고의 경영자는 한곳이 뚫린 그물을 사용한다. 그리고 몰이꾼이 눈앞에서 실수하여 사냥물을 놓쳐도 그를 벌하지 않으니 그를 따르는 이들은 경계하지 않고 단합한다. 이를 세인은 최고의 CEO라 부른다.

고대에는 사냥을 그물로 하였다. 그물에는 사구(四驅)라 하여 사방을 둘러 싸여 그물 속에 있는 짐승을 모두 잡았다. 크고 작은 그리고 새끼와 어미 모두 몰살 시키는 방법이다. 그러나 참다운 현인은 한곳을 뚫어서 도망가는 짐승은 살려 두었다. 같이 일하는 몰이꾼이 설령 실수하여 목전에서 큰 사냥물은 놓쳐도 그를 책망하지 않으니 그를 두려워하지 않고 같이 일했다. 그러므로 몰이꾼은 최선의 힘을 다해 사냥에 임한다. 이러한 경영자가 최고의 CEO인 것이다.

큰 산과 작은 인물.
차를 타고 약 세 시간이나 와서 또 배를 타고 도착한 남해의 작은 섬 사량도이다. 옛날에는 얼마나 뱀이 많았으면 섬의 이름이 뱀을 상징한다. 우리는 산대장의 안내에 따라 섬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산의 이름은 지리산이다. 경남과 전라남북도에 걸쳐있는 웅장한 산이 아닌 사량도의 지리산이다. 왜 이름이 같으냐고 하였더니 원래는 지리망산 즉 오르면 지리산을 조망할 수 있다하여 부쳐진 이름이라 하였다. 그런데 사량도 주민이 망자를 빼버려 지리산이라 하였다 한다. 아마도 그들은 볼 망(望)자와 망할 망(亡)자를 같이 생각하고 한편으로는 섬사람의 자존심에서 일어난 발로 인지 모른다. 그들의 자기 고장의 사랑에서 일어난 일이라 생각하니 지리산이라 불러도 나쁠 건 없을 것 같았다. 산은 몹시도 험했다. 한발만 잘못 걸으면 천 길 낭떠러지가 허다하다. 한말로 악산이고 험산이다. 그래서 등산인이 좋아하고 많이 찾는 모양이다.

나는 산대장과 같이 지리산의 정상 가까이 올랐다. 그런데 정상에서 사고가 났다. 산 꾼이 절벽에서 떨어졌다한다. 약 3, 4십분 있으니 헬기가 와서 떨어진 등산객의 시신을 헬기에 매달고 떠났다. 멀리 멀리 헬기가 보이지 않는 곳에 갈 때까지 우리는 눈을 떼지 못했다. 오래 동안 산이 좋아 산을 찾아 다녀도 이런 사고를 보는 일은 처음이다. 같은 차량을 타고 온 사람도 아니고 같은 산악회는 아니지만 건강한 한 사내가 돌아오지 못하는 먼 길을 가버린 일은 영원히 잊지 못하는 하나의 큰 사건이다.

산 대장은 나에게 “선생님 작은 산일수록 험하고 큰 산은 순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작은 산에 등산할 때에는 더욱 조심합니다.” 큰 산은 순하고 작은 산은 험하다. 사람도 큰 인물은 아주 유순하고 소인은 까다롭고 다루기가 쉽지 않다는 것과 같다는 비유의 이야기이다. 지난 과거를 회상해보면 못살게 굴고 어렵게 만든 이들과 나의 삶의 지표가 될 좋은 분들을 비교해 보아도 틀림없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대인은 유순하고 모가 없다. 그러나 그 인물이 소인이면 말이 많고, 작은 일에도 화를 잘 내고, 타인의 잘 된 일을 시기하고, 심하게 간섭이 많아서 정말 피곤하다. 직장에서도 이런 인물이 나의 상사이면 정말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인물은 결코 성공치 못한다. 참으로 작은 악산과 같은 상사를 만나는 일은 직장인의 불행이다. 이들은 아랫사람에게 잘 가르치지도 않는다.

그러면 이러한 상사를 만났을 때 어떻게 처신해야 할 것인지가 문제이다. 이는

1. 정공법을 써야 한다. 정확한 이야기, 잘못된 일은 즉시 이야기하여 시정토록 건의 한다.
2. 상사에게 하는 예(禮)를 다른 사람과 구분치 말고 꼭 같이 행한다.
3. 절대로 칭송하지 않는다. 그는 스스로에게 하는 칭찬마저 아랫사람을 의심한다.

일과 인간관계를 구하여 행하고 설령 그에게서 공격을 당하더라도 맘의 상처를 입지 말아야 한다. 그는 소인이다. 그래서 배울 것도 따를 것도 없다고 생각하고 털고 없던 일로 해야 한다 것이 현실을 사는 인간관계의 지혜이다.

나는 잡다한 생각을 머릿속에서 맴돌면서 사량도의 마지막 험로인 옥녀봉에 올랐다. 옥녀봉의 전설은 사량도 도민은 누구도 입에 담기 싫어하는 이야기이다. 옥녀가 자기 몸을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진 옥녀봉의 원혼 때문에 매년 등산하는 이들이 사고를 당한다 한다. 그것도 수백 년 전의 전설인데...

우린 대항부락으로 내려와 몇 마리의 소라와 소주를 마셨다. 그리고 작지만 장엄한 옥녀봉을 쳐다보면서 작은 산과 소인을 생각하면서 다시 귀향의 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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