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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4일 12시 18분 등록
곤 원형리 빈마지정( 坤 元 亨 利 牝馬之貞 )


인간이 마지막 생을 다하는 시간에는 죽음을 앞둔 암말의 모습과 같아야한다. 우리가 점유하는 공간에서의 마지막의 현상이 암말의 마지막 모습과 같을 것이다.


주역에서 공간의 마지막 모습, 우주가 멸할 때와 인간이 마지막 생명을 다하고 공간을 벗어날 때를 암말의 죽는 모습에 비유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가르쳤다. 과연 우리는 그렇게 죽음을 맞이하는지를 나에게 아니 우리 모두에게 묻고 싶다. 암말은 죽음이 가까이 오면 마치 죽을 날을 아는 것처럼 아무것도 먹지 않고 신음 소리도 내지 않는다. 그리고 조용히 자신의 육신을 버리고 떠난다.


중풍.

나는 처음 역학계에 입문하여 처음 선배이며 나를 가르쳐준 스승님이 있었다. 직접적으로 가르쳐 준 것은 없어도 책의 종류, 명리학을 배우는 자세 등을 서로 토론하였고 만나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러던 중 선생님께서 이박삼일의 산신기도를 가자고 했다. 우린 날을 받고 선생님이외에 한명이 더 참여 하여 세 사람이 부산 근교 물금에 있는 오봉산으로 향했다.


부산역에서 완행기차를 타고 물금역에 내렸다. 그리고 산에 가기 전에 중국집에서 식사를 시켰다. 두 사람은 짜장면을 시키기에 나는 곱빼기를 주문했다. 그때 선배님께서 나를 보시더니 빙그레 웃었다. 나는 그 이유를 모르는 체 식사를 마쳤다. 같이 온 한분이 물금동래에 누굴 만나고 오겠다고 하여 우린 강가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선배님께서


『초아! 우리 세 사람이 산신에게 돼지고길 바치는 꿈을 어제 저녁에 꾸었다네. 그런데 내가 가지고 있는 돼지고기는 상해서 바치지 못했고 또 한사람도 나와 같았는데 마지막 한사람의 고기가 상하지 안 해서 산신께 바치는 꿈을 꾸고는 우리 세 사람 중에 한사람이 성취 할 것인데 하면서 살피는 중 자네가 꼽배기 짜장면을 시킬 때 나는 자네가 성공할 것을 알았다네. 전에도 이것이 “격물취지”라네』


나는 별로 싫지는 아니 했다. 우리는 용궁사라는 절에 여장을 풀고 오봉산 중턱에 있는 동굴에 서 이박 삼일을 지낼 준비를 하였다. 모두들 바닥에 집을 많이 깔고 위에다 비닐을 그 위에 담요를 디 집어 쉬웠다. 나는 그들의 하는 것과 같이 해 놓고 벌렁 들어 누워 잠을 잤다. 사실 나는 이박 삼일동안 기도는 안했고 주로 잠만 잤다. 자다가 일어나보면 두 분은 향을 피워놓고 “산왕대신, 산왕대신”하는 경문을 읽고 있었다.


왜 그런지 나는 엄청 잠이 왔다. 이틀 동안 약 사십 시간 이상 잔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 날 이상한 꿈을 꾸었다. 어떤 백 살이 넘은 할머니가 나를 찾아와서 『 자네 내 사주 한 번 봐주게! 』하는 것이다. 나는 다짜고짜 『할머니! 할아버지가 바람을 피워서 못 살겠지요』하고 대답을 하였다. 그리고 가만히 살펴보니 백 살이 넘은 할머니다. 할머니가 백 살이 넘었으면 할아버지는 하는 미안한 생각으로 할머니를 보니

『자네 정말 잘 보네. 그런데 내가 한수 가르쳐주지. 비구승은 신해(辛亥)를 용신으로 하고, 대처승은 계유(癸酉)를 용신으로 하면 잘 보일 것이네.』

그런 이상한 꿈을 꾸었다. 그래서 그 꿈을 같이 간 도반들에게 물어보아도 다들 모르겠다고 한다.


그 이후 우리는 더욱 친해져서 같은 식구 같았다. 매일 역학을 논하고 같이 공부했다. 어느 날 선배님께서 작은 봉지를 하나 보여 주셨다.

『초아! 이게 뭔 질 아느냐! 이것이 청산가루라네 내가 혹시 중풍이라도 와서 사람구실 못할 때 식구들을 위해서 준비해 놓은 것이라네.』

즉 죽을 준비라고 하였다. 나는 무어라 말씀을 올리지 못했다. 좋다고, 아니 맞지 않다는 둘 중 한 말씀도 드리지 못하고 우물우물 넘어갔다.


세월이 흘러 몇 년을 지냈다. 갑자기 산배님이 살이 찌기 시작했다. 얼굴에 혈색도 좋고 역학을 하여 손님도 꽤 많이 보고해서 신수가 훤하다. 가면 돼지고기 수육에 소주를 즐겨 마셨다. 나는 가면 종 종 얻어먹으니 미안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사모님께서 급한 전화가 왔다. 선배님이 쓸어 지셔서 대학병원 응급실에 계신다 했다. 나는 한 걸음으로 달려갔다. 오른쪽 수족이 마비되어 누워 계셨다. 중풍이 온 것이다. 나는 그 진 매일 찾아뵈었다.


몸은 쓰진 못해도 정신은 돌아 왔다. 약 일개월정도 지났을 때 병원 문 근처에서 선배님이 부인께 살려 달라고 애원이다. 너무 처절할 정도의 말씀이다. 나는 눈에서 뜨거움을 샘솟았다. 그날을 병원을 들리지 않고 걸어서 집으로 향했다. 선배님의 청산가루의 약속은 잊어버린 것 같았다. 어찌하든 살아야 한다는 일념뿐인 그를 생각하면서 나는 걷고 또 걸었다.


나 역시 내자가 큰 병이 와서 큰 병원에 자주 갔다. 온통 한자뿐이다. 정말 살아 있는 지옥 같았다. 난 그들을 보며 나도 선배와 같을 가? 정말 빈마지정의 길을 걷지 못하고 살려 달라고 허둥거릴 것인가를 내 자신에 물어 보며 한없이 생각의 골짜기를 해매고 있는 것이다.


곤(坤) - 땅, 대지, 음, 본 역자는 공간으로 해석함. 빈마(牝馬) - 암 말. 빈마지정(牝馬之貞) - 암말의 죽음. 암말의 멸극의 시절에 임하는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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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제
2008.07.04 15:29:53 *.45.26.149
초아선생님!
더운 날씨에 어떻게 지내십니까?
사람이 태어나서 한 평생을 살다가
할 일을 다 하고, 해보고 싶은 것 다해보고
때가 되어 갈 때에 고통없이 눈을 감을 수가 있다면
잘 산 인생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그것이 엄청 어려운 일입니다.
<생로병사>중에서 늙고 죽는 것은 피할 수가 없겠지만
병은 조심하면 완전히 피할 수는 없어도 줄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사모님이 빨리 건강을 찾으시고
초아선생님도 더운 여름에 건강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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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정희근
2008.07.04 23:54:34 *.45.9.107
샬롬!
자주 안부 여쭙지 못하는 부족한 사람을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
평안하시지요?
저는 요즘 좀 힘드네요.ㅋㅋㅋ
논문은 이제 인쇄에 들어간 상태이고, 그런데 일이 별로 재미가 없네요.
우야지요?ㅋㅋㅋ
8월이 빨리 와서 영남권 모임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더운 여름 건강 유의하시기를 바랍니다.
사모님께도 안부를 여쭈어 주시길 바랍니다.
평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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宥 山
2008.07.09 16:08:16 *.38.144.148

꿈벗을 다녀오니,
선생님이 지어주신 호가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와 닿았습니다.
산처럼 오래 품고 평생을 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모든건 제 좁은 마음에서 비롯된것 같습니다.
뱃살 넣고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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