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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29일 13시 14분 등록
차일 피일 미루다가 이제야 쓰기 시작했습니다. 두 번의 변.경.연 연구원 해외 연수 여행이 저에게 남다른 의미와 기쁨을 선사했기에 그냥 지나치지 못하나 봅니다. 참가자 여러분 모두 덕분에 즐겁고 행복한 여행이었습니다.


여행 전부터 연구원 4기들의 조용한 카리스마인지 나름 꿍꿍이 속인지 알 수 없지만 일찍이 조 편성도 알리지 않고, 구렁이 담 넘어 가듯이 은근슬쩍 해대는 연수 준비에 적잖은 염려가 된 것도 사실이다. 비교할 일은 아닌지 모르겠지만 3기 연구원들의 연수 때만 하더라도 일치감치 미리부터 거의 만반에 가까운 준비태세를 철저히 갖춘 대다가, 만만하기도 하고 이웃으로나 느껴지기도 하는 가까운 몽골여행이었으며, 다른 연구원들이 일찍이 다녀온 곳을 재차 연수 지역으로 선정하였기에 더욱이 별 무리가 없어 보이기도 했다. 게다가 여행사에서 나와서 현지상황 등을 속속들이 상세하게 브리핑해가며 일목요연한 주의 사항들을 시시콜콜 알려주기도 했고, 인솔자와 가이드가 항시 현지 가이드와 함께 두세 명씩 넉넉하게 우리 일행과 함께 하였기에 만일의 경우의 불상사에 대비할 어떠한 위급한 사태에 직면하게 된다손 치더라도 별 무리가 없게 느껴졌다. 하여 안전하고 즐겁게 여행의 낭만을 최대한 즐기며 활동에 이르기에 단단히 짜임새를 갖춘 알짜 여행을 하게 될 여지가 충분했던 것이다. 더군다나 일전에 다녀온 경험이 있는 선배 연구원이 함께 참여하게 되는 연수여서 마음은 더욱 안정될 수 있었다.

지금도 생각나는 것이 그때 무엇보다도 사부님께서 진국의 액티비티를 우리들에게 경험시켜 주시고 싶으신 양 하시며, 여행사 간부급 직원의 브리핑조차 능가한 확실하고도 방향성 있는 여행 계획을 이미 규모 있게 짜 놓으신거나 다름없어, 확고한 방침을 두고 자신감 있는 통솔력을 발휘해 나가실 때에는 어찌나 든든하고 의지가 되던지 말이다. 일테면 번화하고 일반적인 여행지인 테를지에서의 숙박을 줄여 원주민들과 함께하는 말 타기 일정에 더 투여하는 것과, 굳이 편리한 일반 콘도와 같은 개량 된 숙소를 마다하고 원주민들이 거처하는 <게르>를 이용한 숙박을 주장하실 때에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도 못하면서도 연수 여행에 대한 미지의 부푼 꿈으로 설렘 가득하기에 그만이었다. 이런 저런 일화들을 여기에서 다 늘어놓을 수야 없겠지만, 그렇게 저렇게 몇 번이고 충분히 검토한 후에 행하는 여행이었고, 그래서 정말이지 안전하고도 즐거움 만끽한 해외연수 여행이 되었던 것 같다.

우선 당장에 그때 이후로 한국에 돌아와 아직까지 말 한번 타볼 수 없었던 현실이고 보면, 그때 그 연수 여행의 의미와 감회를 새삼 더듬어 그리워함이 그리 지나친 것이 아닐 것이다. 그때 드넓은 초원의 두둥실 떠 있는 맑은 구름과 양떼들과 원주민 말몰이꾼들과 한데 어울려 오후의 나른한 햇살을 받으며 초원을 질주해 달리던 기분은 지금 생각해도 신나고 뿌듯하기 한량없기 때문이다. 또한 그런 살아 펄펄 뛰는 액티비티가 함께하는 연수와 여행을 국내의 어디에서 만끽해 볼 수가 있겠는가 하고 새삼 되뇌어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날 이후 나는 새롭게 여행의 눈을 뜨면서 다음 해에도 연구원 해외 연수 여행은 참여하리라 마음먹지 않을 수 없었다.


헌데 이번 우리 연구소의 연구원 4기가 주체가 되어 함께 하는 해외 연수 여행은 참으로 조용하고도 은밀하게 진행되는 듯이 보였다. 이것이 각 기수들의 차별화된 성향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름 연구원 해외연수 여행도 이미 변화경영연구소의 의미 있는 축제와 같은 분위기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고 생각해온 나의 개인적인 생각(?)과는 달리, 참가자들이나 성원하는 이들이 모두 조용했던 것이 사실인 것이어서, 행여나 일정이 제대로 이행되고나 있는 것인지 은근 염려가 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 이 여행을 떠나기 전 솔직한 심정이었다.

우리 연구소의 4기 연구원 조교 대한민국 열혈 아줌마 짱! 이한숙이 그동안의 자신의 경험적 노하우를 바탕으로 무언가를 재량껏 모색한다고는 하는데, 우선 우리가 생각해도 적은 비용으로 비행기 요금만 해도 만만치 않은 곳의 여행을 감행한다고 나설 때부터 기대보다는 숨길 수 없는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기도 했다. 더군다나 8박 9일이나 되는 해외여행 일정을 비용의 최소로 최대한 절약해 가며 자동차 안에서 먹고 자며 움직인다고 하는 바에는 순간 정신이 아뜩해 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해외여행쯤이라고 하면 아무리 험악하더라도 먹고 자는 일만은 국내에서 해보지 않은 제법 근사한 곳에서 숙식을 해결한다거나 뭐 그런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상례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아무리 천하에 없는 성공적 변화경영의 달인 구본형 사부가 이끄는 변화경영연구소의 해외 연수 여행이라고 하더라도 그렇지, 무언가 눈에 확 들어오는 청사진을 가지고서 신나고 즐거울 기대가 만발해야 할 것 같은데, 정보도 미진해 보이고 생각들도 다소 갸우뚱하는 모습들이고 보면 걱정이 아니 될 수 없는 노릇이지 않았겠는가 말이다. 도무지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오리무중의 안개 속을 변화경영연구소의 구본형사부와 그 직속 예하 요원 일당(?)들이 벌여대는 한바탕의 모험에 얼결에 그저 몸과 마음을 모조리 싣고서 어정쩡한 자세로 참여하는 느낌이지 않을 수 없었다. 말이 났으니까 말이지만 사실 사부님께서도 떠나기 전 적잖이 근심을 하시는 눈치였으니까[물론 이제 와서는 시침 딱 떼시고 전혀 그런 바 없다고 일언지하에 딱 잘라 근엄하고도 오묘한 미소로 잘 될 것을 확신하셨다고 밝게(우리의 친숙한 용어로 느끼하게^^) 우기시겠지만^^] 말이다.

비행거리로 열 몇 시간이나 떨어져 있는 이국의 땅을 여행하면서 생전 처음으로 해보는 캠퍼밴을 이용하여 움직여가며 천하의 절경이 아름다운 풍광들을 관찰하는 한편, 이동차량 안에서 모든 숙식을 해결해 나가겠다고 하는 무지막지하고도 적잖이 황당무계荒唐無稽해 보이는 일정 등을 처음 말로만 들었을 때만해도 이번 하계 연수가 재미있겠다는 생각보다는 보나마나 고생 직사하게 하고 돌아오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게다가 결코 빼놓지 않고 감행하실 연구원 수업은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모든 생각들은 나의 기우에 불과한 것이었던가.

이번 여행의 참여자들과 연구원들의 소망과, 성원을 아끼지 않고 지켜보는 변화경영연구소를 불철주야 오매불망 가슴 속 깊이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염원이 함께 깃든 탓인지, 정말이지 이번 여행은 모험과 도전 속에 흥미진진하고 유쾌하게 펼쳐진 해외 연수 여행이 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대단히 즐겁고 특이한 여행이었다. 게다가 우리의 연구원 이한숙 조교의 탁월한 무한능력과 국제적 재능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가운데 연구원 전원의 도전과 탐험 정신이 깃든 전천후 무대요, 천하무적 대한민국 아줌마 짱! 의 카리스마로 밀어붙이는 기량과 기염이 손색 없이 펼쳐지며 색다르게 전개되는 여행의 무대였다. 더우기 4기 연구원 전원의 일체된 합심과 변.경.연 참가자 전원의 단결력이 십분 발휘되고 아름답게 맹위를 떨치는 여행이기도 했다. 참가자 전원의 숨겨진 끼와 모험과 웅지가 함께 서리며 잘 빚어지고 어우러져 급기야 한바탕의 걸출한 변.경,연 비빔밥 해외 연수 여행으로 자리매김하기에 전혀 손색이 없이 대단히 만족스러운 여행이 될 줄 그 누가 알았으랴. 아마도 우리의 일정 하나하나를 속속들이 안다면 참여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변.경.연 가족들의 탄성이 적지 않으리라. 그러나 낙담들 마시라. 앞으로 변.경.연 해외 연수 여행은 회를 거듭해 나갈수록 참여를 희망하는 지원자들이 많아질 것은 물론, 더 멋지고 알찬 해외연수 여행이 될 수 있도록 더욱 진화와 발전을 거듭해 나갈 것이니까, 그저 열심히 일하며 저축을 많이 해 놓을 일밖에 달리 염려할 사항은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 ^-^*


우리는 캠퍼밴 한 대에 4인씩 6개 조로 나뉘어 가족 여행 차량이 되어 함께 이동해 다녔다.
처음에 6대의 차량은 가운데 사부님을 모신 차량을 사이에 두고 앞뒤로 포위를 하듯 에워싸고 움직였는데, 이동하는 장면을 뒤 차량에서 관찰하자니 마치 영화 대부에서 마론브란도가 출두할 때의 모습과 얼핏 유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영화 대부를 감상하며 보던 장면과 유사해 보이는 이 장면이 우리의 여행단의 움직임과 흡사하게 느껴지면서 나름 흥미진진하고 스릴감 넘치는 모험과 탐험심이 유발되는 여행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바야흐로 7일간의 대장정의 막이 오르고 여행의 진면목으로 돌입해 가는 듯한 뿌듯함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벅차게 느껴지기도 했다. 대부(사부)를 가운데 모시고 앞뒤로 포위해 졸로리 한 줄로 이어지는 여섯 대 차량의 장엄하고도 근엄하며 웅장해 보이기까지 하는 행렬이 주는 오묘하고도 진기한 장면은 남다를 뿐만 아니라 정말로 제법 근사하였다. 영화의 주인공이 따로 없을 만큼 우리 자체로 그저 흐뭇한 광경을 자아내기에 충분하기도 했고,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이 연출 되고 있는 듯 사부님과 함께 하는 이 여행이 대부 영화의 멋진 장면과 오버랩되어 연상되면서 묘한 감격에 겨운 벅찬 감정이 들기도 했다. 여섯 대의 차량의 움직임은 신선한 색다른 놀이의 감흥을 불러일으키며 승용차로 여행할 때나 대형 버스 한 대로 움직일 때와는 달리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며 여러 각도에서 다양하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었다. 여행조차도 거대한 무리의 흐름이 시사하는 바가 있기라도 하는 양 말이다. 나중에 우리들 차량이 익숙하게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게 될 때에는 마치 주변의 다른 차량들은 근접하지 못할 우리들만의 특별한 무리의 행렬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고, 변화경영연구소 요원들만의 어떤 기운이 이국의 땅에서도 거침없이 발휘되는 가운데 특유의 어떤 기가 생성되어 움직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실제로 어느 날 그곳의 히치하이킹족으로 보이는 사내들은 우리들의 이동차량 행렬을 한참 정신없이 멀뚱히 바라보며 이상하고도 신기한듯 바라보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할 수 있었다. 순간 내가 사부님이라면 이 조촐하지만 거대한 행렬이 주는 기쁨이 작지 않게 여겨지리라는 것을 나름 가히 짐작해 보게 하면서.

우리는 한여름의 대한민국에 내리쬐는 땡볕을 떠나 멀리 북반구의 한곳 뉴질랜드 남섬으로 날아가 설경이 제대로인 한겨울 여행을 만끽하여 즐기게 되노라니 마치 우리들이 영화의 한 장면의 주인공이라도 된 양 마음이 들떴다. 이국적인 아름답고 신비한 풍광이 주는 매혹적인 낭만에 흠뻑 젖어들며 때마침 밝은 달빛으로 내려와 교교히 비추는 호수의 정경은 은은하고도 그윽하기가 이를데 없고 밤을 새도 모자랄 이야기들이 넘처날 것만 같은 아쉬움이 일고는 했다. 우리가 당도했을 당시 그곳도 보름이어서 달 또한 매우 밝고 아름답게 비추니 여행의 흥을 한껏 더해주는 것 같았다. 천혜의 비경과 어우러진 달빛을 느끼는 것도 여행의 한 진풍경이요 장관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때때로 아침노을과 저녁노을을 마음껏 누리는 호사까지 이루 다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멋진 장관을 넘치게 보고 온 흥분이 아직도 잦아들지 않고 마음 한곳 길게 여울져 남아있는 듯하다.

우리가 찾은 뉴질랜드 남섬은 지금 겨울이 한창이며, 때 아닌 유례가 없는 폭설로 원래의 아름다운 천하의 절경에 운치를 더하여 한껏 산수의 아름다운 풍광을 뽐내며 흐드러지게 장엄한 비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처음 세 번의 비행기를 갈아타 가며 크라이스트처치에 당도하여 미리 예약해둔 차량에 옮겨 탈 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우리의 여행에 대해 그다지 낙관할 수 없었다. 가자마자 상담 창구에서는 연일 내린 폭설로 인해 우리가 계획한 행선지로 향하는 길이 막혔다고 통보해왔으며, 그로인해 우리는 여행의 모든 일정을 다시 짜야하는 기막힌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위기에 처하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우선의 첫날의 캠프를 찾아 처음 이동하는 차량의 운전은 대한민국의 운전대와는 달리 차량의 오른쪽에 운전대가 있는 등 이상 난황에 부딪히면서 발생하는 자충우돌 상황은 이미 예고된 거나 다름없어 보이기도 했다.

게다가 여섯 대의 차량이 운전하며 다녀야 하기에 무전기 등을 사용해야 하는 등의 일도 여간 예사로워 보이지 않았고, 차량 운전자들에 옴팍 들씌워진 차량의 사용법에는 식수와 오물 등의 처리까지도 도맡아 해결해야 하는 난황들이 한꺼번에 전개되고 있는 형국이었다. 이국 멀리 밤새도록 비행기를 타고 달려와서 고작 듣고 하는 절차가 캠퍼밴의 잡다한 운전 지침들일랑은 차치하고라도 그 안에 함께 따라붙은 주방의 식수며 오물찌꺼기, 심지어는 딸려 있는 샤워부스와 변기 사용 후의 처리까지 일괄 처리 사항으로 관리해야 하는 입장에 처해지고 보니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죽도록 운전해서 이동하고 운전하고 나면 물 받아 항시 채워주어야 하고, 쓰고 나면 생성되는 갖가지 오물까지를 모두 깨끗이 비우고 원상태로 말짱히 항시 복구해 놓아가며 이동해야 하는 것이니, 운전하랴 풍광 즐기랴 숙식해 나가기란 여간한 일이 아닌 것처럼 일시적으로 막막함과 함께 어렵게 느껴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위기를 느낀 것도 잠시일 뿐 우리가 누구인가? 또한 세상 사람들이 다 그렇게 이동해 가며 진풍경을 음미하며 다닌다고 하는데 우리라고 못할 손가? 암, 대한민국 변.경.연이면 어디에다가 내놓아도 절대로 호락호락 민숭민숭 할 수 없는 법, 우리는 금세 혼연일체가 되어 두 팔을 걷어붙이며 지치고 피곤에 젖거나 이런 저런 염려에 매달려 허송세월 할 하시의 틈도 여지도 없이 저마다 각자의 소속에서 일사분란하게 맡은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해 나가는 변.경.연 본래의 정신과, 연구원 본연의 자세로 필사적으로 돌입해 나가는 한편, 전혀 게으름을 피우지 않음은 물론 당연히 하나가 되어 합심해 나가기를 애썼다. 하여간 이 사람들은 정말 못 말리는 대단한 괴짜들의 초우량 집단이라는 것을 아마도 이번 여행에서 실감하고 만끽하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우리가 달리 부적응자들인가 하고 새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안 될 듯 해 보이면 더 신나하며 즐겁게 뛰어드는 불굴의 낙관적 창조성을 지닌, 언제고 용의 승천을 꿈꾸는 이무기 집단(?)임을 명백히 증명하거나 경험한 듯 싶으니 말이다. 한솥밥을 먹으며 나누고 돕기를 너나할 것 없이 주저하지 않으며 어려운 상황에 부닺혀 슬기를 합심해 나가는 진짜 가족 정말 식구들의 모습 바로 그것으로 모두 해결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첫날, 첫 차량을 인수 받아 삐뚤빼뚤 뒤뚱뒤뚱 진행해 나가면서 우리의 연수 여행의 모험과 도전의 대장정은 실행되기 시작하였다. 앞에서 몇 대의 차량이 어설피 좌우를 조심조심 살펴가며 나가는가 싶더니 단 5미터도 제대로 핸들을 잡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부터 차량 한 대가 삑사리를 내기 시작했다. 차량인수를 하고 채 삼거리 톨게이트를 빠져나오지 못했는데 뒤뚱거리며 설레발을 치고 따라붙기에 정신이 몽롱해진 차량 운전자 하나가 진입로 부분의 낮은 담장을 지이익 긁으며 나가는 것이 아닌가? 에그 쯔쯧. 이 일을 어쩌나? 벌써부터 우리의 고난은 시작되는가? 아뿔싸! 보증 잡힌 보험료 순식간에 날아가네. 인간아, 그게 몇 불인 줄 알아? 벌써부터 이 모양이면 앞으로 수많은 나날, 무려 7일 간의 대장정을 장차 어찌 감당해야 할까? 머릿속이 금세 긴장감으로 쭈볏 서지 않을 수 없고, 근엄한 표정과 함께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머쓱해진 차량 운전자, 금세 아무 일 없는 양 다시금 제대로 앞서 나간다. 달려 나온 캠퍼팬의 책임자도 어이없다는 듯 싱긋 웃으며 별일 아니라는 듯이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총총히 사라져 갔다. 이에 뒤이은 차량들 더욱 거북이 서행을 하며 핸들에 매달려 애원하듯 부여잡고 앞뒤좌우를 주시하며 조심 운전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이 때라면 천하일색 양귀비가 옆에 앉았다고 한들 변.경.연의 해외 연수단 운전자들은 결코 옆도 돌아보지 않을 기색으로 역력한 채 초지일관 운전대를 부여잡고 하시의 방심도 차단할 기세로 두 눈빛이 반짝일 뿐이었다. 이 사람들아, 세상에 그때처럼 귀 기울여 매사에 열심하고 신중히 임한다면 당체 뭐가 문제 이겠나? 허참. (맨 처음에 무전기 받아들었을 때, 사부님께서 직접 나서시며 운전자들 모아놓고 “야, 너 해봐. 확실할 때까지 완전히 익혀.”라고 훈시 하시며 진짜로 빨간 모자 쓴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의 무자비한(?) 조교님 같았다는 후문. ㅎㅎㅎ.)

그렇게 시작한 여행을 꼬박 7일간 우리는 시간을 아끼고 잠을 줄여 이동해 가면서 쉴 새 없이 펼쳐지는 이국땅의 정취에 한껏 몸과 마음을 내어 맡긴 채 천혜의 풍광이 주는 자연의 진풍경들을 결코 놓치지 않고 만끽하는 호사를 누리고 다녔다. 두고 온 가족이 생각나고 친구 얼굴이 떠오르고 같이 보고 듣고 느끼며 많은 이야기를 함께 속삭이고 싶은 얼굴 얼굴들과 모습 모습들이 자꾸만 떠오르는 경이와 탄성에 찬 여행이었다. 누구도 함께 왔더라면 하고 걸리는 사람도 많았고, 혼자만 이 아름다운 광경의 신비를 체험하는 것을 안타까워하거나 미안한 심정이 되고는 하면서 대자연의 거대한 서사시가 펼치는 진풍경의 장엄하고도 늠름한 자태와 광경 앞에서 막무가내로 초라한 인간의 심사가 되기도 했다.

언제나 그랬지만 또 가고 싶은 여행, 우리 모두가 또 한데 어울려 행렬을 지으며 함께 떠나고 싶은 여행이 되기에 충분하고도 감사한 여행이었다. 공감과 떨림이 있는, 그러나 조금 고되고 지치기도 했던 진국의 탐험이 함께한 변.경.연 벗들만의 유일한 여행이었다고 생각된다. 그 느낌을 말이나 글로 다 옮길 수 없음이 한탄스럽다. 그러나 우리는 여행지에서 몇 가지 선물을 살 때처럼 남은 여행의 소중함도 함께 기억하며 돌아왔다. 앞으로도 더 좋은 여행이 계속 될 수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더 나은 일상과 함께 바람직한 휴식을 도모함도 삶 가운데 무척 소중한 부분이라는 것을 여행을 통해 깨우쳐 알게 되고 실감하면서.

끝으로 이번 변.경.연 하계 해외 연수 여행은 물론, 언제나 의미 있고 흥미진진한 연구원 가족 여행으로 이끌어가는 변.경.연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소중한 여행과 추억의 장을 마련해준 참가자 여러분 모두의 노고와 사랑에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또한 여행 내내 즐겁고 무사한 여행이 되어 돌아오기를 바라며 변함없는 관심과 애정으로 성원해 주신 변.경.연을 사랑하는 전국방방곡곡의 벗들과 해외 거주 가족 여러분들께도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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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도 많고 즐거운 내용들도 많은데 역부족으로 짧게 이렇게나마 올립니다. 사진을 찍기는 했는데 올릴 줄을 몰라서 아예 글도 쓰지 않고 있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나니 아쉬워 이렇게나마 미흡한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사진을 찍으셨는데, 완전한 면모를 갖추지 않았더라도 재미나는 풍광들을 올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끼리만 느끼기에는 정말이지 너무 아름답고 훌륭한 장면 장면들이 너무 많이 있었잖아요. 네?
IP *.36.2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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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언
2008.08.29 19:14:21 *.160.33.149
함께 경험한 것을 써니언니의 글로 읽는 것은 정말 남다른 재미여요.
(특히 이한숙 조교님 킹왕짱~! 천하무적 대한민국 아줌마 짱~!)
혼자 혹은 둘이서 떠나는 여행도 매력있지만, 왁자지껄 좌충우돌 시끌벅적한 이번 여행은 참.. 무슨 일이 닥쳐도 웃음부터 나왔으니..큭큭
너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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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8.30 14:22:22 *.36.210.59
왠지 서둘러 훌쩍 올리고 외출해 버렸던 글을 돌아와 그대의 덧글을 보자니 불에 댄 듯 놀라며 다시 대략 고치지 않을 수 없더구나. 쩝... ㅠㅠ

어리지만 성숙한 해언을 보면 언제나 그 당당하고 똘똘함에 부러움만 느끼게 되곤 하지. 자원 봉사를 겸한 길지 않은 유학생활 이후 그러니까 우리가 함께 여행할 수 있었던 작년의 몽골 여행 이후, 불과 한 해만에 부쩍 더욱 성숙한 면모의 숙녀로 의젖하게 변화되어 함께 여행에 동참해 가는 모습 앞에서 그동안 나는 뭘했나 반성하게 되곤 하더라.

여행 내내 조용한 듯 적극적으로 자신의 일을 찾아가며 행함이 한결 여유 있고 듬직해 보이더라. 젊음의 청춘이 무에 그리 사무쳐야 할까 싶기도 하더라만 가장 어린 그대가 험난한 산 아래를 애써 떨어져 내리며 무언가를 곰곰히 다짐해 가는 모습에서는 차라리 숙연함마저 들었다.

이 가을 그대와 함께하는 지인들도 즐거울 것이다. 어제 우리의 홍스야를 만나서 함께 공연을 보았더랬는데 우리를 안산으로 초대하겠다는 구나. ㅎㅎ 누구보다 앞으로 겁나게 바쁠 그대의 일정이 걱정된다마는 필히 시간을 내어 번지점프 난간에 서서 함께 몸부림쳤던 의남매들의 못 말리는 우정을 거듭 새기고 가꾸어나가보자꾸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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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장
2008.08.31 05:02:10 *.180.231.76
짜~잔 6대의 캠핑카로 뉴질랜드를 누비고 무사귀국 하심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에~고 아까운 보험료 날아가는 소리 '지이~익'
돈 들인만큼 충분히 즐겼으니 댓가라고 생각하시게..

사진 없어 아쉽네. 담에 번지점프 보여 주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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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산
2008.08.31 17:36:50 *.246.146.12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은 '천지 빼까리'인데 다 풀어 놓지 못해 끙끙대는 누님 인상이 훤히 보이네. ㅋㅋ

함장님의 라이브 경험담을 들으며 재미있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그렇데요.

비우고 왔으니 많이 채우시고, 채운 만큼 넉넉하게 주위에 베풀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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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9.01 02:17:46 *.36.210.61
함장, 그대 때문에 급작스레 또 한 편의 글을 올리게 되었다오. 정화에게 달려가 밤 11시 반까지 사진만 간신히 올려놓고 돌아와 다시 글 붙이니 지금 이구려. 때때로 벗의 한 마디가 대단한 용기가 되기도 하네 그려. 잘 지내소.

형산아우, 그대의 글이 올라 온 것 같은데 아직 못 봤구려. 이 밤 읽어봐야지. 뜸하시네. 날 잊으면 버리면 용서가 안 돼지이~ ㅎㅎㅎ

(참, 아우님. 함장이 아니라 그분은 오선배라네.)

두 분 다 영남권이네. 짰수? 오랜 만의 소식 정말 고맙고 반갑고 또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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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 2008년 가을 꿈벗한마당모임과 사전모임을 공지 file [10] 정양수 2008.08.25 3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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