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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5일 09시 22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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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 life? 진정한 하이라이프는 뭘까?라닥은 그 갈림길의 중심에 서있다>


오지.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곳.

비록 우리가 오지탐사라는 목적을 걸고 나갔지만, '오지'라는 것도 '탐사'라는 말도 쉽게 쓸말은 아니다. 단지 문명과 멀~~리 떨어진 곳을 간다는 것. 그곳의 문화와 생태와 기타 등등을 보고 오는 것이다. 20일이라는 시간동안 얼마나 보고 느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최대한 느끼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3500미터의 도시 '레', 여기가 하늘 정거장이라고??

인도 델리를 거쳐 만 하루가 걸려 우리 목적지인 라닥에 도착했다. 라닥은 만년설로 뒤덮힌 히말라야의 해발 3500미터에 달하는 고산 사막지대에 건설된 불교왕국이다. 라닥은 인도 잠무 카슈미르 주에 속한다. 하지만 언어나 풍습, 종교가 티베트와 유사해 '작은 티베트'라 불린다. 현재는 인도와 중국 파키스탄 국경에 위치해 끊임없는 국경분쟁을 일으키는 살벌한 곳이기도 하다. 전략적 요충지로 오랫동안 외부 접근이 통제되었다가 1975년에 풀리면서 관광객들에게 개방되었다. 덕분에 전통의 문화가 잘 보존되었지만 최근엔  <개발, 세계화>라는 명목 하에 전통문화가 많이 파괴된 상태다. 

레 공항에서 나오자 멀리 설산이 바라보였다. '아, 정말로 우리가 히말라야에 오긴 왔구나' 하고 가슴이 벅차오른 것도 잠시, 공기가 희박해 진 것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조금만 힘을 써도 머리가 띵해오고, 숨이 차올랐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고.산.증?' 워낙 떠나기 전부터 고산증을 조심하라는 말을 많이 들어 슬슬 걱정이 됐다. 고산증에는 무조건 천천히 걷고, 몸을 따뜻하게 해줘야한다. 머리를 감는 것도 치명적이다. 깔끔 떠느라 머릴 감았던 대원들은 호되게 고생해야 했다. 우린 최대한 체온유지에 신경쓰며, 걸을 때도 예순 넘은 할아버지마냥 느릿느릿 걸어 다녔다.

라닥의 기후는 아주 신기하다. 이곳은 겨울에도 햇빛이 강해서 응달에서는 동상이, 햇빛에서는 일사병이 동시에 걸릴 수 있다. 한낮에는 내리쬐는 태양과 싸우다가도 해가 지면 급속도로 내려가는 기온 때문에 저녁에는 방한복을 입고 뜨거운 차를 마셔야 한다. 건조해서 좋은 건 아무리 더워도 땀은 잘 나지 않는다는 거.

<저녁마다 하루 있었던 일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보면 다들 우모복을 입고 있다>


영혼이 숨쉬는 도시, 레

우린 이틀간 레와 레 주변의 곰파를 돌아보며 고도적응을 했다.
라닥의 수도 레는 영적인 도시로도 손꼽힌다. 불교문화가 찬란히 꽃피웠던 곳으로 헤미스, 틱세, 알치 곰파 등 오래된 불교 유적이 많기 때문이다. 곰파는 외로운 장소라는 뜻으로 불교사원을 말한다. 주로 벼랑이나 높은 곳에 있는데, 그래야  높은 영적인 지위를 얻을 수 있다고 여긴다.

<곰파; 다들 저렇게 높은 곳에 위치해있다.>


둘째 날 레 근처의 틱세곰파를 방문했을 때는 스님들이 벌이는 축제 '몽크 페스티벌'을 볼 수 있었다.  일 년 내내 곰파에 머물다가 이틀 간 외부로 나와  놀이를 즐긴다고 한다.  백 여명이나 되는 스님들이 한 자리에 모여 활 쏘고, 악기연주하며, 춤도 추었다. 진귀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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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크페스티벌 중, 스님들이 활을 쏘며 즐기고 있다>



인도처럼 라닥에서도 종교가 일상과 맞닿아 있다. 집집마다 만국기처럼 생긴 깃발이 휘날리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소원내지 기원을 담은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곳곳에서 흰색의 '쵸르텐'을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 탑과 비슷하며, 그 안에 손잡이를 만들어 돌리도록 한 것도 있다. 이걸 한번 돌리면 경전을 한번 읽은 것과 같은 효과를 내어 어디에서나 이걸 돌리는 라닥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타르촉; 경전을 오색의천 위에 다라니와 경전 변상도 등을 그린 작은 깃발.
지붕 위와 마을 입구, 또는 언덕 위를 비롯해 높은 곳이면 어디에나 걸려 있다.>

레는 수도임에도 워낙 인구가 적어 (13만) 우리나라 시골읍내 같다. 생각보다 관광객들이 많았고, 매연이 심했다. 우리나라 60-70년대 개발현장을 연상케 했다. 우린 거리에서 만나는 현지인들에게 "쭐레쭐레~(안녕하세요)"라고 말을 걸었다. 그러면 수줍게 웃으며 줄래줄래 하고 인사를 받아준다. 아직까지 인도처럼 거지들에게 시달리거나 소매치기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왠지 순박한 웃음이 그들에게 남은 마지막 보루인거 같아서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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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풍경

<길에서 만난 라닥인들 모습>


음식이야기

어딜가나 중요한 게 먹는 거다. 고도 적응이 되니, 이제 먹는게 문제가 됐다. 라닥 전통음식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 거의 티벳이나 인도음식이 주를 이룬다. 이곳엔 채소가 귀하다. 물고기는 먹지 않고, 주로 양고기며 닭고기가 주메뉴다. 처음에는 식당에 가서 모모며, 뚝파 같은 음식을 잔뜩 시켰다가 향신료때문에 된통 고생했다. 몇몇 대원은 입맛을 잃어 아예 젓가락도 대지 못했다. (무론 나는 아무 문제 없었다.) 나중에는 검증된 몇가지 음식만을 시키는 노하우를 발휘했는데, 견디다 못한 일부 대원들이 가져간 김치와 밀가루를 이용해 김치전을 부쳐먹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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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서 발견한 한국식당 간판>


그런데 살아날 길은 있었다. 우린 레에서 한국식당을 발견하고 말았다. '아미고'라는 식당이었는데, 한국인 아줌마가 운영하는 곳으로  유일한 한식당이었다.  삼계탕이며, 전, 찌개 등 각종 한국음식을 팔았는데 특히 김치찌개 맛이 아주 훌륭했다. 인심이 그리 후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음식이 고플때 한번 들려볼 만하다. 가격은 우리 돈으로 5천원. 현지에선 비싼 편이었다.

참고로 레의 인터넷 상황은 생각보다 무척 좋다. 한 블록에 인터넷 카페가 하나씩 있을 정도로 성황이다. 문제는 속도. 메일 하나 확인하는데 10분 이상이 걸린다. 여기에 메일을 보내자면 30분이 짧을 수도 있다. 한국관광객들이 많이 늘어난 덕에 한글이 깔린 컴퓨터도 종종 있다. 요금은 보통 30분에 45루피 정도다.

IP *.122.20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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