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키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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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책에서 길을 묻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 사격 결승전에서 미국의 매튜 에먼스(Mattew Emmons)는 독보적인 1위로 앞서고 있었다. 마지막 한 발, 그가 쏜 총알은 과녁 한가운데를 꿰뚫었다. 그는 뛸 듯이 기뻐했다. 그러나 전광판에는 0점이 표시됐고 관중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심판은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방금 쏜 총알은 당신 과녁이 아닌 옆 선수의 과녁에 맞았습니다.”
스코프(총기에 부착된 망원경)를 통해 눈앞에 보이는 과녁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총구가 약간 비스듬하게 빗겨 옆 사람의 과녁을 향해 있는 줄 몰랐던 것이다. 결국 1위로 달려가던 이 선수는 꼴찌인 8위로 경기를 마감하게 된다. 이 거짓말 같은 실화 속에는 그냥 웃고 넘길 수만은 없는 중요한 사실이 담겨 있다.
아마도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속도는 세계 최고일 것이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바쁘게 일한다. 대기업의 재무팀에서 일하는 한 지인은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발을 동동 구르며’ 일한다고 고백한다. 회식도 전투적이다. 한 명의 건배 제의가 시작되면 줄줄이 멘트를 고민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 퇴근 후의 육아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 이렇게 바쁜 생활 가운데 자신의 경력을 개발하기 위해 스스로의 ‘방향’을 들여다보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기업은 직장인들의 진로 탐색을 위해 경력개발제도(CDP)를 운영한다. 겉으로 보기에 이 프로그램은 매우 정교하게 짜여진 듯 보인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개인의 욕망이나 재능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것’을 기준으로 경력을 개발한다기보다는 회사가 필요한 사람으로 육성하기 위한 의무적인 교육과 직무순환으로 이루어질 뿐이다. 결국 스스로를 성장시킨다기보다는 타의에 의해 길러진다. 손 놓고 기다리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뻔한 인생’을 계획하게 되는 것이다.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의 저자인 파커 팔머는 ‘우리 인생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우리가 삶에서 무엇을 이루고자 하기 전에 삶이 우리를 통해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솔직한 자기고백을 통해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인다.
“나는 내가 찾을 수 있는 최고의 이상을 늘어놓고 그 이상을 달성하기 위해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언제나 결과는 비현실적이었고 진정한 나를 왜곡하는 것이었다. 원인은 나의 내면에서 밖으로 뻗어나간 삶이 아니라, 바깥 세계에서 안으로 밀려들어온 삶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 마음에 귀 기울였어야 했음을 알게 됐다.”
그러니 잠시 시계를 멈추고 나침반을 보라. 내면으로 침잠하여 내가 무엇을 잘 하고 좋아하는 지 솔직하게 묻고 답을 적어 보라. 프랑스 철학자 몽테뉴가 이야기했듯, 어디로 자신의 배를 저어야 할 지 모르는 사람에게는 어떤 바람도 순풍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밤중에 깨어나, ‘지금 살고 있는 삶이 진짜 내가 원했던 삶일까?’ 불안해하며 잠을 설쳐 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이 책이 그대에게 길을 보여줄 것이다.
박승오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directant@gmail.com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이름으로 한겨레 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직장인, 책에서 길을 묻다' 4월 15일자 칼럼이 게재되었습니다.
아래 링크 참고하시고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 드립니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63266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