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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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제의 밤.
절두산 성지에서 미사를 드리면서, 안울려고 했는데, 또 눈물이.... 그건 죽음의 이야기가 아니었고, 잉태의 이야기였는데,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이야기를 신부님께서 해주시는데 나는 왜 눈물이 났을까.
추모제는 준비하는데, 컨셉이 '춤추고 노래하라'여서 그런지 왠지 축제 같았습니다. 사부님께는 손인사를 보내요. '사부님, 안녕하세요~!!!!'
맥주 한잔에 너무 행복해져서 벌써 부터 들떠서 노래 연습하는 사람들도 한잔씩 주려했더니 이 양반들도 이미 신이 나 있고.
저는 건달처럼 살롱9를 돌아다니는데, 그게 또 좋았습니다.
저는 한번도 입어보지 못한, 감히 그러지 못한 꽃바지를, 그것도 쫄바지 입은 이가 있어 부러워했습니다.
한번 만져봐도 되냐며... 슬쩍 만져 봤지요. 눈에 좋은 것을 담으면 꼭 만져보고 싶어져요. 위에서 아래로 마구 쓰다듬고 싶었는데, 그럼 병있냐고 할까봐 감히 그것은 못하고, 꽃바지의 무늬에 눈이 빙글빙글 돌았습니다.
"I~ love you for sentimentalism reasons." 이 노래를 왜 이렇게, 사랑한다는 말을 왜 이렇게 사랑스럽게 하는지..... 아, 좋다.
써니언니가 내 허리에 손을 감고, 뒤에 섰는데, 언니 손이 와인으로 덥혀진 내 손보다 조금 차서 나는 그 손을 만지고, 그리고 내 뺨에 언니 얼굴이 느껴지고, 왼쪽 귀에 언니의 목소리가 감미롭게 들리고, 예전에 고기를 싸서 입에 넣어주던게 생각나서 나는 또 행복하고. 둘이 갈대처럼 흔들리며 노래 부르고.
같이 노래하는 사람이 좋았어요.
그냥 그 순간에 사람들이 더 예뻐보이니까... 그게 뭔지는 지금은 알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순간, 충만하다, 사랑한다, 사랑받는다는 것을.
노래하고, 춤추는 중에 카메라를 많이 받으신 분이 있었습니다.
멀리 부산에서 오셔서 즐기신 분도 있어요. 남도 여행팀.
밤늦게 집에 돌아오는데,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유기 월광보합과 선리기연에서 보리조사가 손오공이 깨치도록 그 앞에서 몇번이고 죽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건 손오공이 윤회의 고리 중에 스승 삼장법사의 자비를 깨닫고는 그의 제자로 들어가기로 결심하면서 그 되풀이되는 장면이 그치는 것이었습니다. 왜 그럴까? 왜 손오공은 몇 번의 윤회 속에서 또 연인을 만날까 궁금했지요.
동양에서 말하는 윤회라는 게, 몇 번을 돌아서 인연이 다시 만난다는 거, 그거 혹시 사랑이나, 기쁨, 자비 그런 게 채워질 때까지 같은 시간대를 도는 게 아닐까 하구요. 신의 시간은 아주 무한하니까, 몇 겁을 돌던 같은데, 사랑으로 채워지는 그 순간이 바로 시간의 미로를 벗어나는 것이 아닐까 하구요.
무슨 말이냐구요? 어제밤은 너무나 사랑스럽고, 충만하여, 시간이 멎고, 시계가 죽고, 다시 그 생을 살지 않아도 되겠다 싶었습니다.
이미 다 채워졌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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