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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14일 09시 02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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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차가운 봄바람에

툭, 떨어져내린 붉은 동백꽃이

가슴 철렁하던 어느 3월


그 어디에도 서 있을 곳 하나 없이

서늘하게 날선 봄날에


2011년 3월 11일 오후, 매그니튜트 9라는 낯선 용어의 강력한 지진이 일본 열도를 뒤흔들었다. 땅의 거대한 진동과 함께 평온하던 그의 삶도 통째로 뒤흔렸다. 강진으로 인한 츠나미가 수만명의 생명을 앗아가고 이후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방사능 유출로 많이 이들이 불안에 떨게 되었던 그 순간, 도쿄의 교통이 마비되어 수많은 인파들과 뒤섞여 5시간 여를 걸어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는 생각했다.


“우린 자신이 평생을 살 것처럼 행동하고 있지만, 사실은 지금 당장 죽는다고 해도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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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벌써 1년이 지났네요. 놀란 가슴은 진정되기 마련이고, 굳은 결심은 무뎌지기 마련인가 봅니다. 또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렇게 평범하게 도쿄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으니 말입니다. 사실 그 당시 일본의 지진보다 저를 더 놀라게 했던 것은 바로 한국에 잠시 돌아갔을 때의 경험이었습니다. 


잠깐 동안의 여행보다는 길었던 일본 생활이 제게 외부인으로서의 시각을 제공해주었던 것인지, 혹은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 깜빡 잊고 지내고 있던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이라는 나라 그 어디에도 저라는 개인을 보호해주는 안전망 따위는 없었습니다. 정부도, 회사도, 그 어떤 시스템도 이윤 추구라는 탐욕스러운 논리로 움직이고 있을 따름이었습니다. 


때로 위기는 모든 것이 선명하게 드러나게 합니다. 아무리 겉으로 포장해도 저는 조직의 일개 부속품일 따름이었습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들로 가득한 그 곳에서 저는 생각했습니다. 내 스스로 자신의 자리를 만들지 않는다면 ‘이 세상 그 어디에도 내가 서있을 곳은 없구나!‘ 


아직 추위를 머금은 매서운 바람에 유난히 봄이 더디게 오네요. 미처 피지도 못한 동백꽃은 봄이 오기도 전에 떨어져 내립니다. 그날 이후 아내와 함께 찾아갔던 교토의 은각사에서 바닥에 떨어진 꽃들을 보며 나지막하지만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했습니다. “그대 부디 저 붉은 꽃들처럼, 떨어진 그 자리에서 다시 피어 오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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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다른 시각

그러나 조금도 낯설지 않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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