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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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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22일 10시 08분 등록

s-꿈그림13-겨울나기.jpg

 

작년에 들여온 작은 화분에는 빨갛고 작은 열매가 하나 있습니다. 작년에 이 화분에 흰꽃이 피었을 때는 향이 무척 좋았습니다. 화분을 판 사람은 오렌지자스민이라고 했습니다. 꽃은 금새 저버렸고 다시 꽃이 피우기를 몇번 하더니 꽃이 진 자리에 작은 열매가 생겼습니다.

 

작년에 겨울에 접에 들면서 이 나무의 열매를 딸까 생각했었습니다. 빨간게 앙증맞기도 했고, 더이상 색이 진해지지도 않고 더이상 크기가 커지지도 않는 이 열매를 따서 맛볼까 했습니다.

 

장수 사과 농장에 사과나무 한그루를 분양받아서 따러 간 적이 있습니다. 그해 여름은 다른 해에 비해 좀 서늘한 편이었고, 가을에 들어서면서 겨우 햇볕이 난 그런 해였습니다. 그러니 예정된 날에 따러 간 사과는 알이 작았고 조금 덜 익은 듯 보였습니다. 그래서 더 두었다가 수확해도 되느냐고 농장의 관리인에게 물었더니 곧이어 모든 사과를 따낸다고 하더군요. 아직 익지도 않은 사과를 왜 다 따버릴까 해서 농사를 지으시는 외삼촌께 여쭈어 보았습니다. 큰 농장에서는 한번에 일손을 모아서 작업을 하게 되고, 또 그때를 놓치면 사과 따는 작업을 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리고 열매가 나무에 달려 있으면 나무는 열매를 키우기 위해 힘을 쓴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겨울 날 준비가 늦어지고, 내년의 사과 수확이 좋지 않기 때문에 다 익은 사과이건 덜 익은 사과이건 다 따낸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집에 딱 하나 맺힌 열매 오렌지자스민은 그래서 저와 함께 겨울을 났습니다. 저는 좋은 열매를 바라지는 않았고, 우리집에서 겨울을 나는 첫해를 무사히 나길 바랬습니다. 어떻게 돌보아야 할지 몰라서 나무 스스로 힘을 좀 내라고 열매를 그대로 두었습니다. 열매는 나무의 희망이니까요. 그래서 그랬을까요, 꽃이 지고 상태가 좋으면 다시 몇번이고 꽃이 피던 나무는 이 열매를 달고 있는 동안 새로 꽃을 내지 않았습니다. 이번 겨울 동안 향긋한 오렌지향은 한번도 나지 안았지만,  무사히 겨울을 지났습니다.

 

제 겨울을 지켜줄 희망은 냉장고 옆면에 그림으로 붙어 있습니다.

어느 날밤, 서울로 상경하고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밤, 첫번 째 직장을 그만두고 두번째 직장을 다니던 어느 날 밤, 잠이 오지 않는 밤에 그 그림을 그렸습니다.  

 

겨울을 함께 한 그 그림은 계속 저와 봄을 맞고 여름을 지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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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놀라워요. 이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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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3, 2012 *.30.254.21

와..저 색감하며...

 

멋지다... 뭐랄까..

부드럽고, 강하고

의미있고, 생각하게 하는.....

암튼..

박수..^^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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