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Image

일상의

  • 인센토
  • 조회 수 1568
  • 댓글 수 1
  • 추천 수 0
2012년 7월 25일 00시 33분 등록

5-2-1.jpg


장마가 끝난 것일까. 일상인 듯 내리던 비가 그치고, 늘상 찌푸려있던 하늘이 간만에 개였다. 전날의 늦은 회식으로 힘든 하루를 보냈기에 황급히 전철역으로 향하다, 맑은 하늘 빛에 마음이 괜시리 설레여 발길 닿는대로 걸어본다. 직장인의 무거운 마음과 지친 발걸음을 이끌고 무작정 걷다보니 어느새 긴자이다. 


높은 빌딩 숲 사이로 해는 저물어가고 저녁의 뭉게 구름은 언젠가는 품었을 보라빛의 꿈처럼 물들어 있다. 아름다운 저녁이 저무는지 마는 지 상관 없다는 듯 모두들 어딘가로 바삐 향해 가는 사이, 이제는 할 일을 모두 끝냈다는 듯 길게 내린 검은 그림자들이 밤의 우산을 타고 날아오른다.


5-2-2.jpg  


-----------------------------------------


비트겐슈타인의 짧은 잡문을 모은 ‘문화와 가치’란 책에서 그는 독백처럼 이런 말을 던집니다. “우리들은 근본으로 파고 들어가는 것을 자꾸만 잊어버린다. 우리들은 물음표를 충분히 깊게 던지지 않는다.” 자, 다시 위의 사진 두 장과 짧은 캡션으로 되돌아가 살펴봅니다. 이 글과 이미지는 제가 지니고 있는 대표적인 스테레오타입입니다. 굳이 변명하자면 자신의 스타일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진정한 스타일이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얕습니다. 어쩌면 그냥 폼을 잡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물론 위의 사진을 찍었던 저녁은 오랜만에 날씨가 개었고, 하늘의 색깔이 예뻐서 가슴도 조금 콩닥거렸습니다. 우연히 빌딩의 전광판에서 우산을 든 사람들의 이미지가 날아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때마침 가방 속에 똑딱이 카메라가 들어 있어 그 순간을 남겼습니다. 그렇지만 그 뿐입니다. ‘멋있다’와 같은 우리가 흔히 쓰는 감탄사 너머의 어딘가로 나아가지는 못했습니다. 


철학자 강신주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자유롭게 사는 것, 혹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서 사는 것. 이는 단순한 구호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먼저 자신만의 시선으로 자신과 세상을 정직하게 응시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 남과 다르게 보지 않고서, 남과 다른 나만의 삶을 살기를 바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어떻게 나만의 시선을 갖출 수 있을까? 먼저 우리는 익숙한 시선에 모조리 괄호를 쳐야만 한다.” 


자신이 어딘가에 갇혀 있다고 여겨질 때 우린 어떻게 그 너머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강신주의 표현을 빌리자면 어떻게 “익숙한 시선에 모조리 괄호를 칠” 수 있을까요? 어쩌면 그 답은 이미 주어져 있는것인지도 모릅니다. 열심히 해보는 것. 많이 찍고, 많이 써 보고, 많이 실패해보는 것. 자신이 생각하던 그것을 직접 몸을 움직여 땀흘리며 만들어 보는 것. 그렇게 동그라미와 가위표를 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 오직 할 뿐. 깊이 들어가는 방법은 오직 그 길 뿐인 듯 합니다.  




IP *.51.200.34
프로필 이미지
July 26, 2012 *.10.140.31

나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이 참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과 다르게 본다는 것은 더욱더 용기가 필요한 것 갈아요.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겔러리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