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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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좋아하는 직장인이 있습니다. 퇴근하면, 화실에 갑니다. 그림에서 무아지경을 경험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느낍니다. 일상의 번뇌는 말끔히 없어집니다. 그림이 삶에 활력을 줍니다. 꿈을 발견하고,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에 기쁩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깁니다. 안팎으로 이런 질문이 고개를 듭니다.
'이거 왜 하는데?'
'이거 왜 하는데?'는 마법의 질문입니다. 참신한 의도를 산산조각 내지요. '이거 왜 하는데?'라는 질문에 잘 답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야근과 부업을 해도 모자른 판이니까요.
저는 식당과 화장품 사업을 합니다. 자영업 최전선에 있다는 것이 내세울만한 자랑입니다. 거리는 수많은 자영업자의 성공과 실패로 명멸합니다. 그 과정을 오랫동안 지켜보았습니다. 최근 자영업의 핵심어는 '포화'입니다. 편의점, 식당, 미용실, 커피숖, 빵집이 넘쳐나지요.
작년에 빵집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거리제한 법이 발표되는 바람에 사업을 접었습니다. 이후에도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로 말이 많았지요. 재벌 3세들의 빵집은 모두 철수한 상황입니다. 정통 빵집이 자신의 구역을 지키는데 혈안인 나머지, 커피숍들이 빵과 디저트를 팔기 시작했다는 것은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노량진은 85%가 학생 손님들입니다. 가장 비싼 음식도 4,500원을 넘지않지요. 본래 식당과 노점상은 싸울 일이 없었습니다. 영역이 달랐으니까요. 식당에서 밥을 팔고, 노점상에서는 떡볶이며, 오뎅을 팔았습니다. 그런데, 노점상에서 '컵밥'이라는 2,500원짜리 식사를 내놓습니다. 김치와 햄으로 볶음밥을 만들고, 그 위에 겨란 후라이를 올린 간편식입니다. 학생들은 열광했습니다. 간편하고, 빠르고, 게다가 싸고......식당은 노점상을 민원신고했고, 노점상은 철거대상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미 편의점에서는 2천원대 도시락을 판매중입니다. 경쟁자가 같은 업종을 넘어서 무한대로 늘어난 것이, 오늘날 자영업 현장입니다.
포화 상태에서는 마켓팅이 필요하고, 마켓팅은 차별화입니다. 마켓팅의 거장, 필립 코틀러는 앞으로 소비자는 물건이나 서비스가 아니라, 상품을 제공하는, '바로 그 사람'을 본다고 했습니다. 만약, 두개의 식당이 있는데 한곳은 블로그를 운영한다면, 어느쪽에서 식사를 하겠습니까? 저라도 요리에 대한 열정과 손님과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기록하고 있는 식당에서 식사할 것입니다. 예술은 나를 드러나게 도와주고, 온전한 나 자체가 훌륭한 마켓팅입니다.
키운 자식, 낳은 자식 다 내 자식이듯, 현직도 천직도 모두 나의 직업입니다. 이 둘은 언젠가 만난다고 믿습니다. 아니, 퇴근후 그림을 그리고, 노래 부르고, 춤을 추는 사람의 서비스와 상품은, 돈만 아는 사람의 그것과는 다릅니다. 우리의 고민은, '나의 천직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나는 일을 하며, 예술할 시간이 있는가?'가 되어야 합니다.
'이거 왜 하는데?'라는 물음에 이렇게 답하세요.
'넌 뭐 믿고 안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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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글을 엽니다. 앞으로 그림, 아트북, 동화, 캘리그라피, 디자인, 영상, 음악을, 장사하면서 해나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오늘은 첫번째로 아이들과 그린 그림을 올립니다. 형태를 그려놓으면, 아이들이 달려와 칠합니다. 행복합니다.
(김인건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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