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갱
- 조회 수 2474
- 댓글 수 7
- 추천 수 0
<태어나서 6년 7개월>
눈썰매를 타러 갔습니다.
눈썰매장에는 리프트가 없기 때문에 걸어서 꼭대기까지 올라가야 합니다.
그래서 어른들은 몇 번만 타면 체력이 고갈됩니다. 이상하게도 아이들은 힘이 더 생깁니다.
몇 번 타면서 멀리 나가는 요령을 터득해 이를 아들에게 전수하고 전 그만 하산하려 했습니다.
"아빠는 밑에서 사진 찍을 테니까 민호 혼자 올라가서 타봐"
"싫어! 아빠랑 타야 재미있어"
힘들기도 했지만 밑에서 눈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아이의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머리 속에 그려진 눈썰매의 이미지는 밑에서 내려오는 아이들을 찍은 사진이었거든요.
어디선가 본 이미지들이 저보고 밑에서 찍어야 한다고 알려준 것이지요.
그러나 아들의 요청을 거부하기는 힘들었습니다.
다시한번 올라갔고 썰매에 앉았습니다. 그 순간 다른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위에서 내려가는 사진을 찍을 수도 있겠다 싶었던 겁니다.
왜 안되겠습니까?
출발지점의 긴장감을 느끼며 찍고, 신나게 썰매를 타고 내려오면서 아이의 뒷모습을 찍었습니다.
짜릿하고 더 생생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몇 번을 더 타고 아이 혼자 올려 보낸 후 내려오는 눈썰매도 찍었는데 별로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망원렌즈가 아니기 때문에 근접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재미가 없었습니다
누가 알려준 것보다 현장에서의 조건에 따라 스스로 터득한 것이 더 만족스런 결과를 보여 줍니다.
머리 속의 이미지를 버리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조건은 현장의 상황과 자신의 상태를 잘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상은 아이와 눈썰매를 타면서 배운 사진찍기의 노하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