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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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즈음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전시회가 있었습니다.
사진전을 주로 여는 갤러리인 '류가헌'에서 준비한 <사진가와 사진책>이라는 전시였습니다.
30여 명의 우리시대 사진가를 중심으로 그들의 사진집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컨셉입니다.
한 해 동안 출간된 사진책도 모아서 전시합니다. 올 해의 전시는 끝났지만 내년에도 같은 컨셉으로 다시 열릴 것으로 기대합니다.
전시를 둘러보고 2012년에 나왔다는 사진책들을 천천히 보았습니다. 그 수가 많지 않았습니다. 너무 적어 옛날 사진책과 사진책이 아닌데 껴있는 것들도 있었습니다. 다양한 시도가 아쉽고 새로운 시도를 받아주지 못하는 우리 문화가 더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이런 전시를 열고 있는 '류가헌'에 고마웠습니다. 박하선 작가의 <천장>이란 사진집을 비롯해 몇 권의 사진책을 사왔습니다. 뿌듯했습니다.
저는 사진책을 좋아합니다. 그러나 사진책 코너는 큰 서점에 가도 구석 자리에 조그만하게 마련되 있을 뿐이고 대부분 비닐포장으로 되어 있어 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진책은 프린트와 종이질의 차이 때문인지 비싸기까지 해서 선뜻 구매하기도 어렵구요.
하지만 독자들의 사진에 대한 관심을 깊게 하고, 사진의 표현을 넓히기 위해서는 사진책을 많이 읽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사진전에 가면 되지 않겠냐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전시는 전시장에 직접 가야하고 그리고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볼 수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터넷으로 보면 되지 않냐구요? 모든 사진가의 사진이 인터넷상에 올라와 있진 않습니다. 기껏해야 유명한 사진가의 맥락없는 사진을 찾아 볼 수 있을 뿐입니다. 미리보기나 책표지만 보고 책을 다 읽었다고 할 수 없는 것처럼 사진작가의 완결된 작품을 보기 위해서는 사진책이 제격입니다. 웹진이나 홈페이지를 통한 사진전도 간혹 기획되지만 아직 일부 작가들의 시도로 그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앞으로 계속 발전하리라 생각됩니다.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고 사진책의 대중화가 사진문화에 큰 기여를 했다고 합니다. 일본의 많은 이들이 사진책을 읽고 또 사진책을 만듭니다. 평범해 보이지만 일상의 세밀한 모습을 담고 있는 사진책들이 많습니다. 동네 평범한 아이들을 담은 사진집, 자신의 부모님을 담은 사진집, 소소한 동네 풍경과 길고양이, 키우는 개에 관한 사진책도 있습니다. 사진책 속에 자신들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일상의 이미지들이 오랫동안 기억되고 역사로 남습니다.
사진책을 보는 것은 아직까지 익숙하지 않습니다. 미술 도록을 일반인들이 잘보지 않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미술 도록과 사진책은 차이가 있습니다. 도록에는 이야기가 없습니다. 책으로 읽히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한 점 한 점의 작품을 소개하기 위해 만든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진책에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표지부터 첫 사진과 마지막 사진까지 이어지는 맥락이 있습니다. 누구나 접근하기 쉬운 시각언어이면서도 깊은 감동을 주는 책으로 사진책 만한 것이 없습니다.
사진책의 확장을 위해 사진과 글이 결합된 사진에세이 형태도 시도될 만 합니다. 아직까지는 에세이를 중심으로 사진이 양념처럼 뿌려진 책들이 대부분 입니다. 여행에세이에서는 자신의 글에 대한 증거물로서 사진이 실립니다. 그렇다면 자신의 일상에 대한 증거물로서 사진을 활용한다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더 나아가 자신의 상상력에 대한 증거물로서 사진을 활용한다면요? 사진을 보조적인 이미지로만이 아니라 문자 텍스트처럼 활용한다면 사진에세이라는 형태는 더욱 다양하게 확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진가와 사진책을 포함한 사진에 관한 모든 것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지금은 취미일 뿐이지만 더 깊게 해보고 싶은 욕망이 있습니다. 사진이 가지고 있는 특성인 사실을 기록해 남기는 것, 시간의 단면을 잘라 내는 것, 누구나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대중성이 저의 마음을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모닝페이지나 그림을 통해 자신의 무의식을 풀어낼 수 있는 것처럼 사진은 쉽게 자신의 감춰진 부분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그것도 셔터만 누룰 수 있다면 누구나 간단히 찍을 수 있고 그 사진은 소통의 매개체가 될 수 있습니다. 교육이나 치유 현장에서 활용 할 수 있는 가능성도 큽니다.
다양한 형태로 일상을 담은 사진에세이를 쓰고, 사진책을 만들고, 사진전도 여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꿈을 꿈으로만 두지 않기위해 계속 꼬물딱거려 보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처럼 사진에세이를 쓰고, 사진책을 만들고, 사진전도 열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괴테의 말처럼 노력하는 한 방황도 하겠지만 올해에도 저의 꼬물딱은 계속됩니다.

사진 책에 많은 열정이 느껴집니다. 요즘은 책이 멀티미디어화 되어가서, 사진, 그림, 게다가 QR코드까지 여러 매체가 책에 총체화되는 모습입니다.
사진책은 작가도, 독자도 서로 부담 스러워하는 것이 현실인데, 차라리 '사진집'이라는 타이틀을 감추고 일상을 드러낸 사진책이 어떨까요.
카메라는 불과 5년전에 비해, 흔하디 흔해졌는데 사진은 그만큼 찍지 않습니다. 무엇을 찍어야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도 찍을 수 있구나?'
내지는 '이렇게 일상을 기록해놓으면 의미가 있겠구나'라는 방법을 제시한 책.
언젠가 속성으로 사진 특강해주시길....혹은 about me 데이때, 특강하셔도 좋겠습니다. 저는 반드시 가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