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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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무엇이 집중을 방해하나요?"
"집중하고 싶은 것은....그림이요. 전 어려서 부터 이상한 욕심을 품었어요. 영원한 거 하나 갖고 싶었거든요. 막연하게 나마 그림이 그런 것과 관계 있을 것 같아요. 집중을 방해하는 건 가족이죠. 조르바도 애새끼들이 우는 집구석에서는 산투르를 켤 수 없다고 했잖아요. 저도 그래요. 가족과 얼킨 일로 오전에 실컷 울고 오후에 아무렇지 않게 그림을 그릴 수는 없어요."
이번에 그런 건 아니구요. 제 이런 대답은 그때 그때 달라지는 겁니다만, 어제는 이런 답을 해 버렸답니다. 한때는 가족이, 한때는 건강이, 때로는 너무 많은 일이 핑계거리가 됩니다. 저는 제 삶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것보다는 저를 어떻게 사용할지 그 사용법을 잃어버린 거죠. 이번에는 매뉴얼대로 안되는 복잡한 상황이라고 그러니 엎드려서 쉬자쉬자 해버린 겁니다. 자주 그리지 않다보니 그리기가 점점 두려워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핑계거리가 생각나는 상황입니다.
저는 '파이 이야기'를 영화를 보지 않고, 영화와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들이 말하길 어떤 사람이 자신의 삶을 이야기했는데, 그는 힘든 걸 겪었고, 그걸 이야기하기를 그 상황을 적나라하게 사람들을 등장시켜서 이야기를 할지, 야수를 등장시켜서 이야기를 할지 그런 거라고 하더군요. 저도 나중에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회피하려하고 하는 것들, 분노하는 것들, 어떻게 통제하지 못하는 것들을 이야기할 때, 그걸 그림으로 그릴 때, 그편이 더 낫군요라고 할만하게 잘 이겨내고 싶습니다.
이번에 새로 그림을 그리지 못했습니다. 저를 사용하는 법을 잊어버렸습니다.
얼마전에 연습으로 그린 그림으로 대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