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갱
- 조회 수 2234
- 댓글 수 7
- 추천 수 0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주며 사랑을 고백한다는 발렌타인데이 다음날.
"민호는 초콜릿 없어?"
"왜 없어, 여기 있잖아." 하며 미니셀 몇개를 꺼내 보여줍니다.
"와 누가 민호 좋아하나보다"
"응. 서진이가 나보고 뺨을 만지면서 귀엽데"
그러면서 아빠 뺨을 살살 만져주더군요.
"요즘 유치원에서 귀여운게 대세야"
"그래서 민호는 뭐라고 그랬어"
"뭐라고 하긴, 고맙다고 했지"
"잉? 뭐가 고마워?"
"안그러면 한 명도 나 좋아하는 사람이 없잖아. 그러니까 고맙지."
"원래 남자들은 남자끼로 놀고, 여자들은 여자끼리 놀아"
변명처럼 한 마디를 보탭니다.
그래도 좋아해주는 여자친구가 있으니 기쁜가 봅니다.
결혼 10년차. 나에게도 초콜릿이 있었을까요?
아내가 작은 박스 하나를 건냅니다. 깜짝 놀랄거라면서.
멋진 인테리어의 초컬릿 가게가 있길래 큰 맘 먹고 들어갔답니다.
제복에 흰 장갑을 낀 남자가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서는
"프랑스 왕실에 100년 동안 공급되던 초콜릿 그대로 만든 것입니다. 100% 자연산 카카오로 만들었지요."
라고 말하며 시식을 권해 하나 먹고는 속으로 좀 맛있네 했다지요.
이제는 그냥 나오기도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지요.
이 부분에서 저는 자연산 광어는 들어봤어도 자연산 카카오는 뭐냐고 물었습니다.
아내는 제일 작은 박스를 집어들고야 말았답니다.
직원은 인증서를 보여주더니 품질보증을 한다는 곳에 싸인을 받았다네요.
아내는 그제서야 "얼마예요?"라고 물었답니다.
6만원. 작은 초콜릿 8개 들었는데 자그만치 6만원.
물건 사는데 깍거나 매몰차지 못한 아내는 결국 그냥 박스를 들고 나왔다지요.
'남편이 좋아할꺼야'라고 믿으며.
민호가 말했듯이 좋아해 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새삼 느낍니다.
고마운만큼 표현해야겠습니다.
그나저나 화이트데이 때 전 어느 왕실 초콜릿을 준비해야 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