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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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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9일 07시 13분 등록

아버지는 다가가기 어려운 분이셨습니다.

엄해서가 아니라 말이 없고 감정 표현을 잘 않하셨기 때문이었지요.

커서는 뭐라 하시는 경우는 거의 없고 내가 하는대로 말없이 지켜봐주셨습니다.

대학교를 선택할 때도, 집에 거의 들어오지 않아도, 결혼 후 인도에 간다고 했을 때도 그랬습니다.

그냥 그 자리에 계셨고 당신의 조그만 삶의 자리를 지키고 계십니다.

 

얼마 전, 갑자기 원주에 있는 법원에 다녀오자고 하십니다.

별일은 아니었는데 그냥 시간되면 같이 가자고 하십니다.

마침 제가 쉬는 날이었기에 평생을 꼽아도 몇 안되는 아버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도울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싶었지요.

 

시간표를 알아보고 길안내를 했습니다.

터미널에서 영동선을 찾아 원주행 고속버스를 탔습니다.

서로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소소한 이야기를 하며 원주까지 갔지요.

  "고속버스 타신거 오랜만이죠? 저녁에 식구들 불러 식사 하실래요?"

 

원주 터미널에서 과감히 택시를 타고 법원까지 갔습니다.

결국 필요한 서류를 가져오지 않아 다시 발길을 돌려야 했지요. 헛탕이었습니다.

하지만 나에게는 아버지와 단 둘이 떠난 소중한 여행이었습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니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마음을.

늙는다는 것을 쓸쓸해 하시고 건강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아버지의 마음을.

 

나이가 드니 나의 일상도 그리 복잡하거나 바쁘지 않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할 시간을 만들 여유가 있습니다.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노래방에서 노래하기, 당구치기, 장기를 같이 할 마음이 생깁니다.

 

지난 명절 때 가족들이 노래방에 갔을 때 오랜만에 나의 노래를 들으신 아버지가 칭찬을 하십니다.

  "노래 잘 못하는 줄 알았는데 잘하네!"

칭찬을 들은 나는 기분이 좋습니다. 노래해서 칭찬 받은 것은 태어나서 처음 같습니다.

역시 나의 아빠입니다.

 

얼마 전 동생 집들이 때는 외삼촌이 오셔서 남자 넷이 당구장에 갔습니다.

아버지와 외삼촌이 한 팀, 나와 동생이 한 팀이 되어 대항전을 가졌습니다.

나를 빼고는 다들 실력이 대단했습니다. 동생은 아버지를 이기겠다고 벼릅니다.

아버지의 당구치는 모습은 신기했습니다. 정석대로가 아닌 아버지만의 독특한 폼으로 치십니다.

폼도 대충, 큐대는 휘휘 저으면서 치는데 그래도 잘 맞습니다. 아주 짠 150입니다.

소리도 크게 지르십니다. 평소엔 보기 어려운 모습이었지요.

 

아버지는 바둑과 장기도 좋아하십니다. TV로 바둑 프로그램 보는게 중요한 일과입니다.

내가 바둑을 두지 못하기에 부모님 집에 가면 장기를 두기로 했습니다.

아버님이 장기의 수를 알려주십니다. 집안 단도리를 어떻게 하는지. 공격은 어떻게 하는지.

나는 자주 수를 무릅니다. 상수의 포용력으로 아버지는 그러라고 하시지요.

민호는 장기로 알까기 하기를 좋아합니다.

 

함께 장기판을 바라보며 함께 있음을 느낍니다.

함께 놀고 밥먹고 여행하는 지금이 얼마나 소중한지 소름이 끼칩니다.

 

아버지와 내가 같이 있으면 미래의 나를 볼 수 있습니다.

민호와 같이 있으면 과거의 나를 볼 수 있습니다.

현재의 나는 그 사이에서 살아 있습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남길 것인가?

 

그들과 함께 있으면 이런 서슬 퍼런 질문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s_장기_흑백.JPG

<태어나서 6년 10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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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09, 2013 *.10.141.165

지난 일요일..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인사를 못드렸던 것 같습니다.

 

여유가 있으시다니

언제 밥 한끼 같이 했으면

좋겠네요.

 

---

 

재수할 때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해서는 기억이 별로 없고

아이들을 볼 때

나는 저 나이때 무슨 생각을 하였던가

생각해 보아도

특별히 생각나는 것이 없군요.

 

그래서 지가 한 일 생각도 못하고

잔소리만 늘어가는가 봅니다.

조심에 조심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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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11, 2013 *.138.53.190

그래요 경황이 없었네요.

잘 아는 분들도 눈인사만 했으니...

햇빛처럼님과 밥 한끼~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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