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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7일 12시 11분 등록

꽃분홍 진달래와 흐드러지게 핀 벗꽃이 한창이던 봄날

사부님은 한 줌 뼈로 남으셨습니다. 


사부님을 떠나보내고 돌아온 아침, 

마음 속 풍경 하나를 떠올려봅니다.


15-1.jpg


6년 전, 3기 연구원은 사부님과 몽골 여행을 떠났습니다. 

말을 처음 타본 저희들은 몽골 가이드의 고삐에 이끌려 다녔습니다. 

그 때 자유롭게 말을 타는 사부님의 뒷모습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릅니다.  


며칠이 지나고 제법 말 등과 안장에 익숙해진 저와 종윤이형은 사부님과 함께 말을 달렸습니다.

멋진 오후였습니다. 세상엔 뜨거운 햇살과 푸른 초원과 말과 우리들 뿐이었습니다. 

츄우, 츄우, 그렇게 바람을 가르며 숙소로 돌아와서 맥주를 한 캔 쭉 들이켰습니다. 

냉장고가 없어 미지근했지만 더할 나위 없이 맛있었습니다. 

아마 그 때 저는 얼핏 자유의 맛이란 걸 보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하나의 몽골 풍경입니다.


15-3.jpg

 

강이 흐르는 숲에 자리를 잡고 몇 명은 말을 타러 가고, 남은 이들은 물놀이를 하며 강을 즐겼습니다. 

저는 숲에 남았으나 사진을 몇 장 찍고 나니 말이 타고 싶어졌습니다.


혼자 말을 끌고 숲을 벗어나 초원을 달렸습니다. 

얼마가 지났을까, 말을 멈추고 주변을 돌아보니 제 뒤에 떠나온 숲이 보이지 않습니다. 

사방이 텅 빈 지평선입니다. 가슴이 덜컹, 내려앉습니다.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일단 말머리를 돌립니다.    

한참을 달려도 사방이 똑같은 풍경이라 그냥 말이 가는 대로 놓아둡니다.

그러자 말이 제 길을 찾아갑니다. 다행히 익숙해보이는 숲 길이 눈 앞에 드러납니다.


황망히 사부님을 떠나보내고,

저는 아직도 이 두 개의 풍경 사이에 머물러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쉽게 다다가지 못하는 제게 사부님을 길을 보여주었습니다.

사부님께서 인간 관계는 '한덩이 밥과 한 그릇 국'의 문제라고 말씀하셨지만 

여전히 제겐 그 사소한 모든 것이 낯설고 서툴기만 합니다. 


아마도 사부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기에 여태 게으름을 피웠나봅니다.

막막한 자유의 무서움을 알기에 당신이 나아가길 기다리며 길 위를 서성였나봅니다. 


이제 제 길을 열겠습니다. 


시 같은 삶으로 가는 길은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것이니 꾸준히 가겠습니다. 

따뜻한 밥 한덩이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그리하여 언젠가 당신처럼, 

누군가에게 저 막막한 자유의 풍경 속으로 달려나갈 수 있는 용기를 전해줄 수 있다면 

삶은 더할나위 없는 기쁨이겠죠. 


이 봄, 자신의 삶으로 우리를 가르치시던 사부님께서

이제 자신의 죽음으로 좋은 삶을 가르쳐주십니다.


사부님, 감사합니다. 

사부님 생전에 한번도 이 말을 못 전했네요.


사부님, 사랑합니다. 


2014년 4월 17일

김도윤 드림




추신.


사부님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과 '사부님의 마지막 수업' 영상을 나눕니다. 

2013년 4월 16일 크리에이티브 살롱 9에서 진행되었던 추도식에서 사용한 영상입니다. 


구본형의 마지막 수업


- 사진: 구본형 변화 연구소 연구원과 꿈벗 (신재동이 모으고, 강미영이 선택)

- 노래 : 최우성 

- 사운드 편집 : 김인건

- 촬영/편집 : 김도윤

- 제작 : 크리에이티브 살롱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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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17, 2013 *.153.239.100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의 모습과 영상을 볼 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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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17, 2013 *.208.244.55

나누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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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18, 2013 *.97.72.143

나경 님, 많이 안타까워하는 마음 전해집니다.

 

지금도 부산에서 여러 아이들과 공부방(?) 운영하며 잘 지내고 계시는 지요?

 

이렇게 안부를 나누게 되니 뭣하기도 합니다만... .

 

나경씨같은 분들과 더불어 변경연은 계속 변화하고 성장해 나가기를 사부님께서는 희망하셨습니다.

 

계속 찾아주시고 사랑해 주셔요.

 

함께 해주시니 저희도 더없이 고맙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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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19, 2013 *.209.20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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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22, 2013 *.30.254.29

덕분에

결코 잊히지 않는

마지막 수업이 되었습니다.

 

그저 고맙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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