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나를

꿈벗

‘나를

2012년 3월 13일 06시 46분 등록

어김없이 봄이 왔다고 섯부르게 헤이해지려는 마음을 다져주는 꽃 샘추위가 한창입니다. 모두들 환절기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어릴 적 참 말이 많았습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제대로 사는 것인지 궁금해서 이것 저것 질문을 하고 다녔습니다. 질문을 했다기 보다는 나는 이렇게 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였습니다. 책에서 어떤 좋은 글을 읽으면 그것이 마치 나의 생각인냥 내가 그대로 살고 있는 냥 착각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 책에 다른 사람을 비추어 보았습니다.

 

그래도 책이 좋아서 책을 놓지 않고 계속 읽었습니다. 세월이 흐르다 보니 많은 책에서 침묵의 지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모습을 비추어 보니 너무도 말이 많은 저를 발견하였습니다. 말이 많은 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오랫동안 사람들을 만나면 적게 말을 해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마음만 먹었다고 바뀌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을 만나면 어느 순간부터 말이 많아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말이 많은 것이 본성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수도 없는 다짐과 수도 없는 실패속에 말을 줄이기가 쉽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왕 말이 많을 것이면 남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 좋은 말을 하자라고 적절하게 타협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을 줄이는 것에 대한 열망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시처럼 아름다운 시어처럼 그렇게 말을 줄일 수 있다면 좋겠다라고 소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런 열망을 가지고 있었기에 좋은 책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내가 말을 줄이지 못하는 이유가 사람들을 만날 때 나 자신의 경험과 짧은 지식으로 사람들을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사람들의 말은 듣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그것에 대한 생각이 나의 머리를 사로잡고 그것에 대하여 나의 판단이 머리에 꽉차기 때문에 그것이 말로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난주 첫 직장에서 만난 후배와 점심식사를 같이 했습니다. 그는 소위 잘나가는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시작한 친구였습니다. 그를 만나러 가기전에 나의 마음을 비우고 판단하지 말자는 다짐을 몇 번이나 했습니다. 만나서 식사를 하면서 후배의 이야기를 듣는데 마음속에서 상대방을 판단하려는 욕구가 솟아나오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판단하지 말자꾸나 하고 자신을 타일렀습니다. 그렇게 식사가 끝나고 헤어질 때 후배가 이렇게 이야기 하더군요. “제 이야기만 하느라 시간 가는줄 몰랐네요” .. 이제까지 제가 들었던 어떤 말 보다 듣고 싶었던 말이었습니다. 처음으로 성공을 한 것 같습니다.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는 것의 훈련이 이제 첫걸음을 뗀 것 같습니다.

 

이제까지 말이 많았던 이유가 본성이라기 보다는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마음과 나 자신에 너무 빠져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중학교에 들어간 첫 딸은 말이 참 많습니다. 책에서 읽은 이야기 혹은 자신이 겪게 된 이야기를 끊임없이 재잘 재잘 거립니다. 어떨 때는 상황을 생각하지 않고 말이 많아서 짜증이 날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야단을 치고는 했지요. 지난주에 아이가 상황에 맞지 않게 끼어들어 계속 이야기를 하기에 야단을 쳤습니다. 그리고 나서 곰곰히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왜 아이를 야단쳤는지에 대하여 말입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생각나지만 아마도 내가 싫어했던 그리고 극복하고 싶어했던 어릴 적 모습이 딸아이에게서 보였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어른들은 어릴적의 모습을 까먹고 자신은 완벽했던 것처럼 아이들을 야단치고는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입니다. 더구나 자신이 싫어했던 모습이 아이에게 보였을 때 더 야단을 치게 된다고 말입니다. 그랬더니 아이가 어른스러운 대답을 합니다. 부모들이 자신보다 아이들이 더 잘되기를 바라기 때문이 아니냐고 말입니다. 그것이 아이의 진실한 마음인지 아니면 책이나 어른들의 말 속에서 배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말인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아이가 말이 많다 적다의 판단은 저의 판단일 뿐 아이를 바꾸려고 하는 것은 제가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새겨줍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나의 경험을 이야기 해 주는 것 이상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있는 존재임을 믿고 기다려 주는 것 그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 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아이를 통해 저의 어릴적 모습을 보면서 그 많은 끼어듬과 말들을 들어준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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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4 05:30:47 *.180.231.90

어린 시절의 말 많음은 당연한, 올바른 것 아닌가요?

어른들 역시, 운전이 서툴때는 아무렇게나 끼어들기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커 가면서, 잘 다듬어 진 보석처럼 언변의 힘으로 자신의 꽃을 피울수 있다면 더 좋겠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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