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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님께서 20099222229분에 등록한 글에 댓글을 답니다.
저 같은 경우는 '내면의 점수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스타일입니다. 그러니까 내가 만족하는 글을 썼느냐가 가장 중요한 성취의 기준입니다. 내가 만족하는 글을 쓴다면 외적으로 보이는 실패(공모전 탈락이나 비판 가득한 서평 등)에 대해 웃으면서 까지는 아니지만 큰 마음 고생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내가 만족하지 못하는 글을 썼다면 어떤 사람이 칭찬을 해주고 책이 잘 팔려도 별로 좋지 않습니다.

'외면의 점수판'과 '내면의 점수판' 중 무엇을 중시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 둘 중에서 신경이 많이 쓰이는 면은 사람마다 다른 건 분명한 듯 합니다. 다른 사람과의 비교나 경쟁심이 강한 사람은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오지 않을 때, 특히 평가를 수반한 실패를 했을 때 낙담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경쟁심이 많은 건 나쁘게 아닙니다. 긍정적으로 작용할 경우에 강점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 공룡 님의 문제의 핵심은 경쟁심이나 부끄러움 그 자체에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는 공룡 님의 태도가 옳지 않다고 봅니다. 동화를 얼마나 쓰셨는지 모르겠지만, 만약에 3년을 넘지 않으셨다면 그리고 그 3년 동안 일주일에 5일 이상 하루에 2시간 정도 쓰지 않은 상태라면 낙담할 일도 아니고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정도 노력과 시간을 쏟지 않은 채 열매를 바란 마음가짐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공룡 님께서 휴직을 하고 열정적으로 글을 쓰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올리신 글을 보면 혹시 에너지가 글쓰기 외에 여러 가지로 분산된 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잘 아시겠지만 글쓰기는 만만한 과정이 아닙니다. 즐겁고 괴로운 일이고, 이 두 가지를 모두 끌어 안고 전진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시간과 에너지도 많이 쏟아야 합니다. 한 마디로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동화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봅니다.

정리하면 두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셨으면 합니다.

나는 3년 이상 매주 5일 이상 매일 2시간씩 글을 썼는가? 
휴직 후 동화 쓰기가 나의 일상에서 최우선위였는가? 

두 질문에 모두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다면 글쓰기 방법론이나 자신의 재능을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첫번째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면 외부 성과에 낙담할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의 조급함과 단단하지 않은 마음을 바로 잡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3년 동안 매주 5일 매일 2시간씩 글을 쓰면 대략 총 1,500시간 정도됩니다.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작가로 데뷔하는 데 필요한 습작 시간으로는 충분한 시간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글쓰기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더라도 이 정도로 좋은 책 한 권 쓰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다만 이 정도 시간을 글쓰기에 온전히 쏟았다면 눈에 보이는 성과 몇 가지는 나올만 합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두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첫 번째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경우에만 유효합니다.
만약에 첫번째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고, 두번째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면 역시 낙담할 일이 아닙니다.
시간관리와 집중력이 부족했을 가능성이 크므로 다시 도전해볼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제가 겪고 관찰한 바로는 매일 2시간의 집중적인 글쓰기로 1,000~1,500시간을 채우면 가시적인 성과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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