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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2월 25일 13시 47분 등록
물(物)과 나눈 이야기 - 동아일보 7월 7일
이현주, 이레, 2001

법구경에 이런 말이 나온다. "도시면 어떻고 시골이면 어떤가/산 속이면 어떻고 또 시장 바닥이면 어떤가/영혼이 깨어 있는 사람에겐/ 모두가 축복의 땅인 것을 " 7월은 뜨거운 달이다. 걸치고 있던 옷들 훌훌 벗어 버리고 바닷물 속에 산 속의 바람 속에 그대 또한 자연(自然)이 되면 좋으리.

자연이 된다는 것은 꽃도 되고 구름도 되고 물도 되고 돌도 되는 것이다. 떨어진 감꽃도 되고 민들레 씨앗도 되고 솔방울 도토리도 되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라 땅에 떨어져 있는 병뚜껑도 되고 거리의 쓰레기 통도 되고 날벌레도 되고 밟혀죽은 개구리도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저자는 목사인데 종교도 없고 교파도 없는 것 같다. 스스로 울타리 없는 집에 산지가 오래되어 언제 담을 넘었는지도 모른다고 답한다. 자연만큼 신의 존재를 증명해 주는 것은 없다. 그 속에서 마음을 열면 마술처럼 우리는 동화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다.

동화란 무엇인가 ? 담이 없는 것이다. 나와 내가 아닌 것 사이를 넘나드는 부드러운 바람이 바로 동화이다. 어른처럼 표현하면 이것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즐겨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책은 말하지 못하는 것들과의 대화집이다. 원주행 기차에서 김밥을 먹고나서 나무젓가락을 부러뜨리려는데, 젓가락이 "왜 나를 부러뜨리려고 하는거요"하고 따져 묻는다. 그래서 둘이 중얼중얼 입을 섞게된다. 바람이 불면 감꽃이 떨어진다. 어려서 감꽃은 줍던 손으로 이제는 돈을 세고 있다는 어느 시인의 말을 생각하며 감꽃과의 대화가 시작되기도 한다.

한해가 가고 또 새로운 한해가 오는 가운데 쯤에서 가위가 하는 말을 명심해도 좋다. "과거라는 도둑을 싹뚝 잘러 버리게. 자네의 진짜 보물인 '오늘과 여기'를 훔쳐가니까 "

휴가철에 어느 산사를 찾아가 종소리를 듣게되면 사라지는 소리에 고마워하라. 사라지는 모습이 또한 아름답지 아니한가. 종소리가 사라지기 때문에 종이 사는 이치를 생각해 보라. 젊은 날 늦은 밤에 돌아서 가는 그녀의 뒷모습 때문에 내일 다시 그녀를 만나는 것이 그렇게 그립지 않았던가. 그 헤어짐이 사랑을 구해주었던 것을 기억해 보라.

시간을 내어 산길을 걷다 작은 벌레 한 마리를 만나게 되면 말을 걸어 보라. 벌레가 나뭇잎을 갉아 먹지 못하면 숲 또한 사라지는 이치를 깨닫게 되면 벌레 또한 귀엽지 아니한가. 그 숲길에서 작년에 떨어진 도토리나무 낙엽을 보게되면 그것이 도토리의 발자취임을 생각해 보라. 발자취 없는 길이 어찌 길이되며 길이 없는 인생이 어디있겠는가.

7월이되면 마음이 흐르게 하자. 생명이 있는 것들에게는 물론 무심한 것들에게도 마음을 흘려보네자. 마음은 갇혀있으면 작고 음울해지고 얕아진다. 흘러야 무진장한 수원(水源)이 되어 흘러가는 곳 주위를 적시게된다.

마음을 기울이면 잃어 버린 것들을 되찾아 올 수 있다. 가득한 분노를 삭이는 힘과 알수 없는 불안의 정체를 알아내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그리하여 되찾을 수 있다. 관용과 잃어 버린 신뢰와 지나간 사랑 까지도. 마음이 흐르지 못하는 곳은 없다.

이 책은 우리가 마음을 흘려 보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래서 조금 짖궂고 장난스러운 막힌 곳 없는 사람이 되게해 준다. 뜨거운 7월에는 조금 넓은 사람이 되자.
IP *.208.14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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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2 12:04:57 *.212.217.154

다시찾아온 6월과, 7월,

조금만 더 넓은 사람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9.02.01 18:55:20 *.212.217.154

뜨거운 7월.

그 대척점의 2월에 이 글을 읽습니다.


여름의 뜨거움을 위해

겨울은 이렇게 차갑고 냉정하나 봅니다.


다가올 그 여름의 뜨거움을 위해

저 또한

이 겨울을

인고하며 담금질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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