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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5일 07시 48분 등록

시대가 우울하면 불행은 직접적이며, 늘 생활 속에 상존한다. 그러니 행복은 감각을 통해 찾아지지 않는다. 보이고 듣는 모든 것들이 끔찍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울한 시대는 모두 불행한 시절인가 ? 종종 위대한 철학자들은 우울한 낙천주의자로 살며, 행복한 생활을 즐기기도 했다.

우울한 시대의 행복은 우리가 생활하는 세계로부터는 오지 않는다. 오직 사고와 상상 속에서만 얻어진다. 따라서 감각에 의존하는 생활을 경멸하고 무시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때 초감각계 super-sensible world 의 실재성에 대한 믿음에 의존하는 형이상학적 낙천주의가 만들어 진다. 우울한 시대의 낙천주의자들은 세속적 의미에서는 불행하지만, 사고와 이론의 영역에서 더 높은 행복을 찾기로 단호하게 결심한 인물들이다.  우울한 낙천주의자중 대표적인 인물이 플로티노스 Plotinos (서기 204-270)다.   야만적인 군인들이 모든 것을 지배하던, 가장 부패하고 불안정한 시대를 살았던 가장 위대한 고대 철학자로 꼽힌다.

플라톤을 이어 신플라톤주의의 창시자이기도 한 그는 우리가 아집과 방자함 때문에 잊었던 신의 마음을 인식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신의 마음과 통하려면, 우리의 영혼이 가장 신과 닮아 있을 때가 언제인지 알아내야한다.   따라서 육체에 속한 욕망과 충동을 비롯한 모든 것들이 연유되는 감각을 제쳐두어야 한다. 그 때 남는 것이 신의 지성이다.   이렇게 순순한 정신을 간직할 때 우리는 최고의 신을 향해 서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신의 마음을 내부에서 인식하게 된다. 태양자체의 빛 때문에 태양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영혼은 영혼을 비추는 빛 때문에 볼 수 있게 된다. 플로티노스는 이렇게 자신의 육체 밖에 서 있는 무아경 ecstasy 종종 빠지곤 했다. 그리고 이렇게 외친다.

"육체 속에 있으나, 영혼은 스스로 고상한 존재임을 보여주네"

플로티노스의 신비주의는 끝이자 시작이었다. 그리스인들의 세계관의 끝이었고, 그리스도교적 관점의 시작이었다.

플로티노스의 시대 보다는 더 나은 시대를 살고 있는 나는 오늘 생각한다. 이 세상은 보이는 그것으로 아름답다. 내 감각은 이 아름다움이 쏟아져 내리는 것을 느낀다. 별, 하늘, 꽃, 바람, 비.... 이 아름다움들을 보기 때문에 나는 육체의 감각이 지니는 단명함에 실망한다.  그렇다.  행복한 시대에는 유쾌한 비관주의자가 될 필요도 있다.   즐거운 육체 속에 있으나,  그럼으로 삶의 단명한 슬픔에 기쁘게 참여하는 슬픈 기쁨 말이다.

IP *.160.33.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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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5 09:37:01 *.119.66.58
슬픈 기쁨...
언젠가 사부님께서 "슬픔도 나쁘지 않다. 삶이 깊어지지 않느냐"고 하신 말씀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삶이란 슬픔도 기쁨도 같은 의미를 지닌 다른 언어란 걸 깨달은 것이요..

눈부시게 찬란한 봄입니다.
스승님,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저도 즐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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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28 23:49:13 *.212.217.154

양과 음,

빛과 어둠,

자연의 이치와 삶의 균형.

삶에대한 나의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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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3 10:59:06 *.212.217.154

흠, 이년만에 다시읽는글인데,

처음 보았을 때보다 더 이해하기 어렵네요 ㅠㅜ

육체적 욕망보다 정신적, 내면적 가치를 추구하라. 

단명한 것이 주는 슬픈 기쁨의 역설.

아무래도 오늘은 천천히 가야하는 날인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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