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뚱냥이
  • 조회 수 934
  • 댓글 수 3
  • 추천 수 0
2017년 8월 21일 11시 28분 등록

나도 그 모습으로 흐르고 싶다

 

 

자가용을 이용하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나는 어김없이 한강대교를 이용한다.

봉천동으로 들어가는 길 중 그 길을 가장 좋아한다.

다리를 건너는 짜릿함과 한강을 바라보는 호강을 누리기 위해서다.

 

하루는 꽉 막힌 한강대교 위에서 어김없이

한강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문득 아버지를 보았다.

 

한강대교 아래 강물은 나이든 물이다.

머지않아 바다로 흘러 갈 늙은 강.

 

상류부터 흐르며 온갖 풍파를 이겨내고

아픔, 기쁨, 슬픔의 시간이 익은 강.

 

하지만 세계 어느 강보다 웅장하고 멋있는 경치를 입었다.

수 많은 사람들과 역사를 품었다.

영락없는 아버지다.

 

나는 지금쯤 어딘가를 흐르고 있을까?

태백산 초입을 지나고 있을까? 아니면 북한강으로 유입되었을까?

 

나는 아직 강물조차 되지 않은 어린 물이다.

이제야 제구실을 해보려는 젊은 강줄기.

 

더워지면 쉬 말라버리고, 추워지면 쉬 얼어버리는

떫은 물.

 

하지만 한강대교의 한강은 그렇지 않다.

더워져도 그 모습, 추워져도 그 모습을 변치 않는다.

쉬 마르지 않고, 쉬 얼지 않는다.

 

나도 언젠가 태백산, 북한강, 팔당댐을 지나

한강으로 들어가겠지.

 

나도 아버지처럼 되고 싶다.

아버지의 넓은 폭을 갖고 싶다.

아버지의 그윽한 깊이를 갖고 싶다.

 

나도 아버지처럼 흐르고 싶다.

나도 아버지처럼 바다로 가고 싶다.

 

 

IP *.146.87.33

프로필 이미지
2017.08.21 16:00:21 *.14.90.189

새로운 글을 시작했네. 매번 새로운 형식의 글을 쓰다니 대단해~

한강을 보면 이 글이 생각나겠어. ㅎㅎ

프로필 이미지
2017.08.21 22:56:00 *.222.255.24

관찰자의 눈으로 보면 한강이 이렇게도 보이는 구나. 이번주도 또 하나 배워요.

지난주 시도 좋았는데... 담에 기회되면 시나 뚱익스피어 희극 버전도 부탁해요~^^

프로필 이미지
2017.08.22 21:36:15 *.18.218.234

시같은 에세이 좋네요.

한강을 바라보는 호강 --> 이거 읽을 때 느낌 좋다. 꼭 김영랑처럼 ㅋ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212 [33] 시련(11) 자장면 한 그릇의 기억 secret [2] 2009.01.12 205
5211 [36] 시련12. 잘못 꿴 인연 secret [6] 지희 2009.01.20 209
5210 [38] 시련 14. 당신이 사랑을 고백하는 그 사람. secret 지희 2009.02.10 258
5209 [32] 시련 10. 용맹한 투사 같은 당신 secret [2] 2008.12.29 283
5208 [37] 시련. 13. 다시 만날 이름 아빠 secret [3] 2009.01.27 283
5207 [28] 시련(7)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secret [8] 지희 2008.11.17 330
5206 또 다시 칼럼 #4 내 아이가 목격자라면 (정승훈) [6] 정승훈 2018.04.29 904
5205 삶과 목표 [3] 불씨 2018.05.13 904
5204 7월 오프수업 후기 보따리아 2017.07.18 905
5203 6월 오프수업 후기(정승훈) [5] 정승훈 2018.06.18 906
5202 칼럼 #25) 개인이 즐거워야 회사도 즐겁다 (“개인” 편)_윤정욱 윤정욱 2017.11.13 907
5201 12월 오프수업 후기(정승훈) [2] 정승훈 2017.12.10 907
5200 칼럼 #32 혹, 내 아이가 피해자는 아닐까? (정승훈) file 정승훈 2018.01.28 907
5199 칼럼 #34 혹, 우리 아이가 가해자는 아닐까? (정승훈) file 정승훈 2018.02.03 907
5198 아르고 호를 타고서- 6월 수업 후기 [4] 박혜홍 2018.06.19 907
5197 #11. 나는 역시 나를 몰아붙여야 함을 깨달았다.(김기상) [2] ggumdream 2017.07.10 908
5196 9월 오프모임 후기- 가을을 타다 [1] ggumdream 2017.09.26 908
5195 #34 매일의 힘_이수정 [2] 알로하 2018.02.05 908
5194 # 북한 응원단과 나의 공감대 [1] 모닝 2018.02.19 908
5193 부트로더(Bootloader) [3] 불씨 2018.07.29 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