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위는 열렸는데 아직 조치는 내려지지 않았어요. 어떤 조치가 나올지 걱정돼요.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가능할지도 모르겠고……. 우리가 원한대로 되지 않으면 어떡해요? 치료비 준다고 했지만 안주면 어떡하죠? 심리치료도 받고 있어서 비용도 많이 들었어요.”

위의 사례처럼 사건은 하나지만 후속으로 처리해야 할 사안들은 생각보다 많다. 부모는 모든 것이 걱정이고 불안이다. 그럴 때 단계별로 안내를 한다. 우선 학폭위 결과부터 기다리고 조치결과가 나오는 것 보고 이후에 재심을 할 수도 있다고 알려준다. 치료비용이나 상담비용에 관한 것도 서류부터 준비하고 담임교사와 의논해서 중재를 부탁할 수도 있고 만약 담임교사가 나서주지 않는다면 청예단에서 분쟁조정업무도 하고 있으니 교사가 신청해서 피가해자 부모님의 동의하에 열 수도 있다. 상대부모님이 어떤 분인지 알지 못하니 요구하는 금액을 모두 줄지 아니면 일부만을 줄지는 알 수 없다고 현실적으로 상담한다. 어머님이 불편하지만 문자로 치료비와 상담비가 나온 사실을 먼저 알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알려드렸다.

“피해자인 것도 힘든데 사정해야 하는 것 같고……. 저도 스트레스 받아서 병원 다니고 있어요. 정신적 피해보상도 받을 수 있는 건가요? 금액은 얼마를 받을 수 있나요?”

상담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정신적 피해보상은 정해진 금액이 있는 것이 아니다. 많이 청구한다고 해도 상대측에 주지 않으면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주지 않을 때는 손해배상 청구라는 법적 대응도 있다고 알려드리며 상담하신 어머니께 다시 말씀드린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고민하지 마세요. 하나씩 단계별로 진행하세요. 언제든 상담하실 수 있고 법률과 관련한 자문도 해드리는 기관을 소개해 드릴 수 있고, 분쟁조정도 연결해드릴 수 있으니 어머님이 하실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하세요. 담임교사에게 요청부터 드리고 그게 안 되면 상대 어머님께 문자정도 드려 반응을 한 번 보세요. 의외로 흔쾌히 지불해주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혹여 안 주시겠다고 하면 분쟁조정 그것도 안 되면 법적 대응 이렇게 단계를 밟아 가시면 돼요. 아이가 정신적으로 힘들어 상담 받는데 그 비용을 달라고 하는 것을 상대 눈치를 봐야 하니 속상하시죠. 불편한 관계인데 돈 이야기하시는 것도 힘드시구요. 하지만 어머님이 하셔야 하는 일이예요. 힘들더라도 하나씩 해보시고 도움이 필요하실 때 언제든 전화주세요.”

전화하신 어머님들은 별 것 아닌 나의 공감에 힘을 얻는다. 누군가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구나. 그것 하나가 많은 사안처리를 해 볼 엄두를 내게 하나보다. 어머님은 내가 알려드린 것들 중에 본인이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다시 말하며 확인한다. 진행하다가 다시 전화하겠다며 감사하다며 전화를 끊었다.

나도 그랬지만 어머님들의 머릿속에 사안처리에 대한 전체 흐름이 없으니 불안하고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