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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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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25일 17시 14분 등록

대수의 법칙(law of large numbers)


보험업계에는 대수의 법칙(law of large numbers)이라는 개념이 있다. 보험회사를 운용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원칙이다. 대수의 법칙은 측정대상의 숫자 또는 측정 횟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실제의 결과가 예상된 결과에 가까워진다는 확률의 일반원칙을 말한다. 이러한 원칙을 근거로 보험회사는 위험률 및 보험료와 같은 수치를 통계적 확률에 의해 결정하게 된다. 이 대수의 법칙은 위험을 산정하는 원리를 넘어서, 영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영업 프로세스는 공장에서 재화를 생산해내는 ‘일련의 생산공정’과 매우 흡사하다. 가망고객이라는 원재료를 영업 프로세스라는 ‘생산공정’에 투입하는 것이다. 제품의 생산성은 대수의 법칙을 따른다. 투입하는 원재료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생산되는 제품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즉 가망고객의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계약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이다. 또한 가망고객 방문(만남)의 숫자를 늘려가면 늘려갈수록 계약의 생산성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며 높아진다. 그래서 모든 영업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가 바로 가망고객 확보이다. 좀 과장해서 가망고객을 확보하는 과정은 영업의 전부이다. 그만큼 중요하다. 영업의 한계에 직면한 보험 컨설턴트들은 공통적으로 가망고객 확보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이 벽을 넘어서지 못하면, 궁극적으로 일(Job)을 그만두는 사태가 발생한다. 영업에 실패하는 보험 컨설턴트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이야기한다.


“더 이상 만날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가망고객 확보는 영업의 처음이자 끝이다. 가망고객의 절대적 양(量)이 중요하다. 농부가 씨를 뿌리는 만큼, 뜨거운 태양 아래서 일한 것만큼, 결과가 도출되는 것이다. 그래서 영업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농업적 근면성’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농업적 근면성 속에서 ‘기회’라는 녀석이 당신을 소리 없이 찾아온다는 사실이다.



마지막 10통 속에 기회가 있었다


‘기회’라는 단어를 실감했던 일화 하나를 이야기해보겠다. 무더운 여름. 수원지역의 개인병원 의사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몰두하고 있었다. 수원지역에 연고가 없었던 나는 사전편지를 보내고, 개척전화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은 유독 상담약속이 잡히지 않았다. 무응답, 그냥 끊는 사람, 화를 내는 사람, 농담하는 사람 등 다양한 거절들이 나왔다. 저녁시간이 다가올 때까지도 실질적인 성과가 거의 없었다.


처음에 세운 목표가 전화 100통이었다. 이미 90통의 전화를 한 상태였다. 마지막 10통이 남았다. 하지만 전화 수화기가 천근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귀는 수화기에 눌려 통증이 몰려왔고, 입안은 이미 말라 있었다. 마지막 10통을 하기 위해 전화기를 들었다. 그런데 그중 우연히 반가운 전화 한 통을 하게 되었다. 그분은 대단히 친절하고 상냥했다. 기쁜 마음으로 통화를 이어갔으며, 상담약속으로 종결하려 하였다. 그런데 목소리의 발음이 약간 불분명했다. 문득 연세가 많으신 분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연배를 여쭤보니, 70세가 넘은 여성 원장님이었다. 


허탈했다. 그녀는 이미 가망고객 대상이 아니지 않은가. 대부분의 생명보험은 70세를 넘으면 가입대상에서 제외된다. 하루 종일 고생한 것치고는 초라한 결과였다. 대수의 법칙을 굳게 믿고 있었던 나였지만 ‘이렇게 대수의 법칙이 통하지 않는 날도 있구나’라고 자조 어린 푸념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보험가입 대상이 아니라고, 불친절하게 응대하거나 끊을 수는 없었다. 내친김에 장시간 오래된 친구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할머니 원장님께서는 나중에 수원에 올 일이 있으면, 한번 들르라며 친절하게 대해주셨다. 할머니 원장님과의 통화는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머피의 법칙이 지배한 하루였다. 할머니 원장님과의 전화는 내 기억 속에서 잊혀갔다.


한 달 뒤 수원에 상담 스케줄이 있었다. 하루 종일 상담을 했지만 결과는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 운명처럼, 과거 통화했던 할머니 원장님의 병원 간판이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가. 약속도 없던 차에 잘되었다 싶어 그 병원을 방문했다. 방문 후 알게 된 사실은 할머니 원장님은 직접 진료를 하시는 분이 아니라는 거였다. 그분은 대표원장으로 이름만 올려져 있는 상태였다. 진료는 2명의 여의사가 하고 있었다. 병원은 환자들로 북새통이었다. 할머님 원장님은 2층에 기거하고 계셨다. 그녀는 아름다운 미소를 소유하고 있었다. 주름은 세월을 숨길 수 없었지만, 첫 느낌은 ‘곱다’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했다. 따뜻한 분임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내 손을 꼭 잡으며 이렇게 첫마디를 건네셨다.


“젊은 사람이 고생이 많네. 힘들죠? 이렇게 험한 일을 하고. 그런데 어쩌지? 나는 나이 때문에 보험가입도 안 되고……, 그리고 더 이상 가입할 것도 없어서……. 미안하이.”


그러면서 내 손에 초코파이와 귤 몇 개를 쥐어주시는 것이 아닌가. 초코파이는 군대에서 막 신병교육을 마친 후 가장 먹고 싶은 그것이 아닌가.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비즈니스에 대한 이야기는 중요하지 않았다. 온몸에 흐르던 긴장이 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고마웠다. 잠시 눈가에 뜨거움이 느껴졌다. 그녀는 자신이 살아온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놓으셨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이미 하늘은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그녀와의 첫 만남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일주일이 지나갔다. 그리고 예기치 않은 전화 한 통이 왔다. 할머니 원장님이었다.


“나중에 시간 되면, 병원에 잠깐 들러요. 진료시간은 바쁘니까 끝날 때쯤 와요.”


반가웠다. 이유도 묻지 않고, 빠른 시간 내에 방문드릴 것을 약속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날 저녁, 병원을 방문했다. 할머니 원장님은 미소를 지으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큰 것은 못하고, 작은 것으로 하나 하라고 애들한테 이야기했으니까. 잘 한번 해봐요.”


할머니 원장님께서 말씀하셨던 ‘애들’은 둘째 딸, 셋째 딸, 그리고 며느리였다. 둘째 딸은 의사, 셋째 딸은 관리자. 그리고 며느리도 의사였다. 세 사람은 정식 상담을 진행하기도 전에 만나자마자 이렇게 이야기했다.


“어머님께 믿을 만한 분이라는 말씀 이미 들었습니다. 큰 계약은 못하고요, 각각 월 100만 정도에 맞춰 적합한 보험을 권해주실 수 있나요?”


그들이 요구한 보험은 당시 내게 큰 금액이었다. 상담은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펜을 들고 있는 계약자들이었다. 할머니 원장님과의 인연은 계속되었다. 할머니 원장님은 5남매를 두고 있었는데, 소개를 통해 자녀 부부 모두를 계약하였다. 첫째 딸과 그녀의 남편은 내게 협력자(Key-Man)의 역할을 해주었다. 모 은행 지점장이었는데, 대단히 훌륭한 인품과 덕망의 소유자였다. 특별한 것 없는 내게 커다란 협력자의 역할을 자처하셨다. 이후 소개를 통해 다양한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 초코파이의 인연은 그렇게 결실을 맺었다.



기회는 '기회의 얼굴'로 오지 않는다


이탈리아 시라쿠사 거리에는 특이한 동상 하나가 있다. 관광객들은 이 동상을 보고 처음에는 모두 웃는다. 왜냐하면 뒷머리는 대머리인 데다 발에는 날개가 달려 있는 이상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밑에 있는 글에는 모두 공감하게 된다. 그 동상 아래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다.


“앞머리가 무성한 이유는 사람들이 나를 보았을 때 쉽게 붙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고, 뒷머리가 대머리인 이유는 내가 지나가면 사람들이 다시는 붙잡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며, 발에 날개가 달린 이유는 최대한 빨리 사라지기 위해서다. 나의 이름은 기회이다.”


많은 사람들이 놓쳐버린 기회를 생각하면서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기회라는 녀석은 각기 다른 표정으로 다가오곤 한다. 어떤 녀석은 허름한 작업복을 입고 오기도 한다. 그래서 기회가 다가왔을 때,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주변에는 꼭 운 좋은 사람이 있다. 재미있는 것은 운(運)이라는 단어를 자세히 보면, 본래 ‘움직이다’라는 의미를 지녔다는 점이다. 즉, 움직임 속에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움직임, 그것이 대수의 법칙이 가진 본질이기도 하다. 지금 당신을 위한 기회가 바로 옆자리에서 미소를 짓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저 먼발치에서 당신과 시선을 맞추기 위해 쳐다보고 있는지 모른다. 할머니 원장님과의 인연을 통해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기회는 ‘기회의 얼굴’로 오지 않는다."


내게 기회의 얼굴은 주름이 가득하고 귀도 잘 들리지 않았지만,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초코파이의 인연은 포기와 좌절의 경계에 서 있던 내게 새로운 도약의 전환점을 만들어주었다. 생각보다 일이 풀리지 않는가. 그렇다면 대수의 법칙을 한번 믿어보라. 대수의 법칙 속에 기회가 있다. 




                                                               2008년 9월 23일


                                                        --  박중환(변화경영연구소 4기 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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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살아가다 보면 여러 번의 기회를 맞이하게 됩니다. 그 기회를 잡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지나가고 나서야 그것이 기회 임을 깨닫는 사람도 있습니다. 전자를 우리는 성공한 사람이라 부릅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후자에 해당하죠. 그렇다면 어떤 이유때문에 기회를 잡거나, 혹은 놓치게 되는 걸까요?


작년을 마지막으로 화려하게 은퇴한 국민 야구선수 이승엽은 누가봐도 성공한 케이스라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야구의 전설로 남았으니까요. 그는 어떤 기회를 잡았길래 그렇게 화려한 족적한 남길 수 있었을까요? 기회가 아닌 타고난 재능이었을까요? 


그의 좌우명은 "진정한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입니다. 대단한 발자취를 만들어 냈지만, 그도 선수생활 동안 상당히 많은 슬럼프를 겪어야 했습니다. 특히나 일본에 진출했을 때는 2군으로 밀려나야 했을 정도로 극심한 슬럼프를 겪기도 했죠. 그가 그런 위기를 이겨낸 비결은 딱 하나, 바로 '땀'이었습니다. 그의 진정한 노력은 바로 무수히 흘렸던 땀 그 자체였다 할 수 있습니다. 야구선수에게, 특히 타자에게 땀은 무수한 스윙을 의미합니다. 그는 경기가 끝난 늦은 밤까지 손바닥에 물집이 잡히고 터질 때까지 스윙을 하고, 또 했던 겁니다. 이승엽의 스윙은 대수의 법칙과도 연결됩니다. 스윙의 숫자가 증가할수록, 안타를 치게 될 확률도 높아집니다. 땀을 더 많이 쏟아낼 때마다 그의 홈런 갯수는 증가했습니다. 


기회는 확률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확률을 높이려면 더 많은 시도, 도전을 해야만 합니다. 그럴 때 기회가 다가오고, 우리는 그때 그 기회를 움켜쥘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되는 겁니다. 박중환 연구원의 말처럼 기회는 '기회의 얼굴'로 오지 않습니다. 기회는 언제, 어떻게 그리고 어떤 모습을 하고 올 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항상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며, 그 준비가 바로 끊임없는 노력과 도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수의 법칙은 수학적으로도, 그리고 삶에 있어서도 여전히 유효한 지혜라 할 것입니다.


 


차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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