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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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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21일 16시 21분 등록
인사동 유명'견'사 가을이

인사동에서 그녀는 유명 인사이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그녀를 기다린다. 그녀는 그들에게 웃음과 용기를 주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불편한 몸으로도 하루의 인사를 거르지 않는다. 다리가 하나인 그녀. 사람들의 무관심이 그녀의 다리와 마음의 상처를 깊게 했었다. 추운 겨울 버려져 구석진 길에서 아픔과 싸웠던 시간은 얼마나 춥고 아팠을까!

그녀는 가슴 속까지 시원하게 만드는 가을이라는 이름을 가진 강아지이다. 아픈 그녀를 거둬 큰 수술을 치루고 돌보기 시작한 주인은 내가 차를 자주 마시거나 구입하는 가는 곳이다. 아무리 인사동에 차를 파는 곳이 많아도 나는 그 집에만 간다. 그 집을 고집하는 이유는 버려진 개를 10년 이상 거둬준 주인의 마음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곳에는 좋은 차도 있지만 마음 따뜻한 주인과 가을이가 있다. 가을이는 다리 하나가 부족해도 아침부터 오후까지 동네 가게마다 인사다니러 한 바퀴 돌고 남은 족발도 얻어먹고 실컷 놀고 돌아온다. 문을 열어 달라고 할 때 다른 개들은 한쪽 발로 문을 긁는다. 하지만 가을이는 머리로 문을 두드린다. 자기가 왔다고 몸으로 이야기 하는 것이다. 문을 열어주면 와 있는 손님들에게 인사하고는 테이블 밑에 있는 차로 얻어 먹은 돼지고기의 느끼함을 가신다. 가을이는 세발로 중심을 잡고 걸어다녀야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마실을 다니며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또 그 맛난 족발 맛을 포기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오른쪽 다리가 하나 없는 가을이를 보면 팔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숨 가쁘게 드럼을 두들겨야만 했던 드러머 릭 앨런이 떠오른다. 80년대를 풍미했던 영국 헤비메탈의 밴드 데프레파드의 ‘릭 앨런’은 왼쪽 팔이 없는 외팔 드러머였다. 장애를 극복하고 4년 만에 재기 음반을 발표했을 때 그전의 음악과 전혀 차이점이 없었다고 한다. 릭은 한 팔로 자신이 좋아 하는 드럼을 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을 것이다. 릭은 “어려움을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인간이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 알기 힘듭니다” 라는 이야기를 했다.  이를 통해 그가 얼마나 힘든 시간을 포기하지 않고 이겨내면서 보냈는지를 알 수 있다.

비록 동물이지만 가을이 역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포기하지 않았다. 또한 가을이는 웰빙을 고집하는 뚝심도 있었다. 물은 안마시고 꼭 차만 마신다. 가을이는 10년 째 차를 즐기고 있는 수련생이다. 이제 차의 질도 알아 좋은 차만 마시고 품질이 떨어지는 차는 안 마신다고 했다. 차 공부를 시작해 이제 차에 대해 알아가는 나는 가을이에게 ‘싸부!’라 말하고 싶었다. 자기를 길러준 공덕을 부처에게 돌린다는 가을이는 목에서 염주를 빼면 목을 들이밀며 얼른 다시 껴달라고 하며 활짝 웃는다. 가을이의 밝은 미소를 보자 ‘오체불만족’ 저자인 오토다께 히로타리의 미소가 떠올랐다. 같은 어려움을 가지고도 어떻게 살아가냐 하는 문제는 인간이나 동물의 세계나 다름이 없었다. 가진 것에 대한 감사보다 잃어버린 것에 비중을 두는 사람이나 동물은 다시 살아볼 힘을 잃는다. 그러나 이렇게 잘 살아가고 있는 이들은 가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의 소유자 들이다.

열 살이 훌쩍 넘은 가을이는 이제 사람으로 치면 노인이다. 털도 거칠어 윤기는 찾아볼 수 없고, 이도 듬성듬성 빠져있다. 그래서 가을이에게 갈 때는 종합 영양제를 가지고 간다. 말캉한 이 영양제를 우리 집 멍이들은 아이들이 새콤달콤 카라멜을 맛나게 먹듯 주자마자 먹어치운다. 그런데 가을이는 먹지 않았다. 죽음을 앞둔 현명한 어르신네들이 영양제나 녹용을 거부하시며 단아하게 죽음을 기다리는 모습과 흡사했다. 영양제 대신 차를 마신다. 정말 저들에게 생각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대신 이야기 해주고 싶다. 그들에게도 생각이 있다고……. 가을이를 쳐다보고 있자니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슬픈 눈으로 쳐다보지 마세요. 죽음은 누구에게나 다 오는 걸요. 죽어가는 것을 보기 힘들어 하지도 말고, 없으면 어떻게 사냐고 오래 살으라 말도 하지 말아 주세요. 그래도 나는 힘든 일도 겪었지만 잘 넘기고 즐겁게 사랑받으며 살았는걸요.’


반려견이 사람에게 말하고 싶은 10가지

갑자가 개들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가 주인들에게 바라는 십계명을 적어 보았다.

1. 저희 수명은 10-15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아요. 어떤 시간이라도 당신과 떨어져 있기에는 너무나 짧아요. 저를 키우면서 남에게 주지 말고 10년만이라도 사랑하며 살고 싶어요.

2.제가 당신이 원하는 것을 이해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3. 주인만 바라보고 따라다닌다고 귀찮아 하지 마세요. 당신에게는 일이나 취미도 있고 친구도 있지만 저희들에게는 당신 밖에 없어요.

4.저를 믿어 주세요. 당신을 위해 충성을 다할 거예요.

5.가끔은 저에게도 말을 걸어 주세요. 제가 당신의 말뜻은 이해하지 못한 다해도, 제게 말을 건네는 당신의 목소리는 들을 수 있으니까요.

6.제게는 당신을 쉽게 상처 입힐 수 있는 날카로운 이빨이 있지만, 해치지 않을 거예요. 상처가 나을 때까지 너무 아프니까요. 그러니 저희에게도 함부로 대하지 말아주세요.

7. 제가 늙어도 돌보아 주세요. 당신과 함께 나이든 것입니다.

8.제 행동을 보고 고집이 세다 내지는 말을 안 듣는다 라고 하기 전에 왜 그랬을까를 먼저 생각해 주세요. 무엇을 잘못 먹은 건 아닌지, 너무 오래 혼자 둔 건 아닌지, 나이가 들어 약해진 건 아닌지 말이에요.

9 .많이 만져주세요. 당신의 손길이 너무나 따뜻하고 행복합니다.

10. 제게 죽음이 다가올 때, 제 곁에서 지켜봐 주세요. 그리고 그저 잊지만 말아주세요. 제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쓰다 보니 동물들이 하는 말들을 내 아이가 한 말이라 적용하니 부모로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십계명이 되었다. 그리고 아내가 하는 말로 읽으니 남편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한 장의 편지 같다. 이처럼 동물이나 사람이나 사랑받으며 이해받기를 바라는 마음은 똑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전에는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쓸 수 없었다. 동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싫었다. 한 때는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들과는 말도 섞지 않았다. 나는 그들을 미워했고, 마음 속 깊이 동물을 학대한만큼 그들에게 복수를 하고 싶다는 분노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나에게 ‘다름’ 을 인정하는 시간이 왔다. 나와 다르다고 그 사람의 인격이나 삶에 문제가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척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내가 얼마나 성숙하지 못 했는지에 대한 성찰의 시간이 주어지고 나서야 나는 내 감정의 표현에 자유로워졌다. 그리고 나를 이해하고 못 하고는 그 사람의 몫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다음부터 사람을 대하는 폭이 넓어지고 경계의 수위가 낮아졌다.

본인의 모습이 다른 개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밝게 살아가는 가을이에게 나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일반 사람과 모습이 다르다고 숨거나 기죽을 필요가 없다. 외모가 뛰어난 이들보다 못 하다고 비교할 필요가 없다.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을 존중하고 자신을 사랑하며 살라는 교훈을 주는 외팔이 가을이에게 오늘도 나는 힘을 얻는다.


                                                                                    2010년 6월 20일

                                                                -- 이은주(변화경영연구소 6기 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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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초부터 강아지 한마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원래 동물, 특히나 한번 키우기 시작하면 평생을 함께 해야 하는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키우는 것에 대해서는 별 관심도 없었을 뿐 아니라 생각조차 없었습니다. 솔직히 책임져야 한다는 것 때문에 싫었다고 말하는게 보다 정확한 심정일 것입니다.

그랬는데 딸이 사고를 친 겁니다. 작년말 독립해 나가자마자 덜컥 장모 치와와 한마리를 입양해 버렸네요. 사실 그 전에도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했지만, 제가 반대를 했었거든요. 입양 후 얼마 있다가 집에 그 강아지를 데리고 왔는데, 아내가 그 귀여운 모습에 '홀딱' 반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저도 약간은.. 흠흠... 그렇게 딸의 집과 저희 집을 왔다갔다 하던 강아지는 어느 순간 저희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더니 결국 저희와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팔자(?)에 없던 강아지를 키우게 된 겁니다.

키우다 보니 모르던 몇 가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주인만 바라본다는 것, 모든 행동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것, 교육만 잘 시키면 서로 같이 잘 살 수 있다는 것 등. 물론 안 좋은 점도 있습니다. 털이 심하게 날린다는 것. 심지어는 밥 먹을 때 반찬에도 털이 사뿐이 앉아있는 것을 발견할 때도 있죠. 옷에 붙은 털은 말할 것도 없고요. 아, 이건 장점일 수도 혹은 단점일 수도 있겠는데, 매일 산책을 시켜줘야 한다는 겁니다. 강아지는 하루 2~30분 만이라도 바깥 공기를 쐬어줘야 한다네요. 그러다보니 나가기 싫어도 나가야만 합니다. 춥거나 덥거나 말이죠.

강아지를 키우며 이런 생각을 합니다. 결국 사람이나 강아지나 다 동물이고, 생명이며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 다만 강아지가 좋은 이유는 한번 맺은 인연에 대해 절대 배신하지 않고, 평생 순종한다는 것이죠. 아니 좋은 정도가 아니라 대단한 점이라 할 수 있겠네요. 이는 사람이 절대 따라하기 힘든 부분이니까요. 반려견을 키우며, 때로는 반려견을 통해 사람보다 더 대단한, 무언가를 배우게 됩니다.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Mail : bang1999@daum.net
Cafe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 목마른 어른들의 배움&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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