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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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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13일 08시 19분 등록

"가장 비우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은 '나를 가장 불편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통한다. ‘비움’ 역시 ‘채움’ 못지않게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활동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불편을 느끼지 않은 것을 비워내기 위해 굳이 에너지를 배분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속인의 한 사람이기에 불편함을 느끼는 일이야 일일이 거론 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하지만 그 중에 1순위를 대라는 질문에는 바로 대답이 떠오르지가 않는다.  Best, 아니 이 경우에는 Worst를 찾기 위해서는 우선 그 목록들을 떠오르는 대로 꼽아보기로 한다.


o 버리고 또 버렸으나 여전히 옷장 속을 꽉 채우고 있는 옷가지들

o 3년간 한 번도 보지 않은 채 먼지만 쌓여가는 책들

o 인정받고 싶은 마음

o 최고가 되고 싶은 욕심

o 밥에 대한 집착

o 배고픔에 대한 거부감

o 실패에 대한 두려움

o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걱정

o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불안

o 미루고 미루다 마감에 쫒겨서야 겨우 움직이는 게으름

o 타인의 생각을 예단하는 마음의 습관


적어놓고 나니 궁금해진다. 불편하다면서 나는 왜 아직 이것들을 비워내지 못하고 붙들고 있을까? 집착, 걱정, 욕심, 불안, 게으름, 습관이야 버리고 싶으나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는, 다시 말해 능력의 문제일 수 있지만 <옷>과 <책> 정도쯤은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비워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언젠가는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일 거다. 섣불리 버렸다가 다시 구하느라 ‘시간과 비용’을 써야하는 상황에 처하고 싶지 않아서 일 것이다. 더 정확히는 아직은 그것들을 품고 있는 불편함이 미래의 언젠가 치르게 될지도 모르는 불편함보다 덜하다고 판단을 내리고 있기 때문일 거다. 실제로 그리 될지 어쩔지는 모른다. 하지만 지금껏 살아온 경험치를 바탕으로 내린 판단이라면 존중해주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맘먹은 것처럼 한꺼번에 왕창은 아니지만 이것은 정말 아니라는 판단이 들면 지체없이 행동에 옮기고 있으니 아직은 조금 더 기다려주어도 괜찮지 않겠는가?



버리고 싶은 욕망과 두려움의 세트들


다음은 <인정받고 싶은 마음>, <최고가 되고 싶은 욕심>, <밥에 대한 집착> 등 나를 이루는 욕망의 세트들이다. 살펴보니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공신들의 리스트라는 것을 알겠다. 이 아이들 덕분에 지난 세월 굶지 않고 사람대접 받으면서 목표를 달성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이것들은 주어진 틀에서, 정해진 목표를 향해 최고 속도로 돌진하는 게임을 유리하게 이끌어갈 수 있었던 핵심자원이었다.


게임의 룰이 완전히 바뀌어버린 새로운 삶의 장에서는 오히려 짐이 될 수 있는 도구들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 새 삶의 구도, 즉 직장을 그만두고 나만의 일을 찾아 걷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과거의 영광까지 비워버리고 난 후의 공허함을 견딜 자신이 없다. 그러니까 이 역시 비우고 난 이후의 불편함이 품고 있는 불편함보다 크다는 무의식의 판단으로 지키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등호의 방향이 바뀌면 저절로 이루어질 비움일테니 이 또한 존중해 줄 일이다.


세 번째 덩어리는 두려움 세트다. 그렇다면 <배고픔에 대한 거부감>, <실패에 대한 두려움>,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걱정>,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불안>으로 이루어진 이 패키지를 여전히 품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니라고 우기고 싶지만 실은 여전히 나 자신과 세상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 남은 <미루고 미루다 마감에 쫒겨서야 겨우 움직이는 게으름>과 <타인의 생각을 예단하는 습관>은 확신없는 선택의 오류를 최대한 연기하고, 다른 사람의 힘을 빌어 손상을 최소화해보려는 궁여지책이었던 것이다. 그렇게라도 스스로를 지키려고 쓰는 모습이 애처롭다. 게다가 그나마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듯하니 이제 그만 그 못마땅한 시선을 거둬들여도 좋지 않을까?




찬찬히 들여다 보고 나니 분명해진다. 나의 현재는 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최선’의 상태였다. 비록 남들에게 자랑할 수 있을 만큼 그럴듯 폼나는 모양새는 아니지만 ‘나’라는 자원을 최적화시켜 이루어낸 작품이 바로 ‘현재의 나’다. 그렇다면 더 고치고 더 비울 곳을 찾아내려는 날카로움을 뽐내기 전에 우선 지금 이 순간의 나를 힘껏 안아주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이제 알겠다. 내가 가장 비워야 할 것은 지금 이 순간의 나를 ‘교정’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그 시선이었다. 그렇다고 지금 이 상태로 성장을 멈추겠다는 선언은 아니다. 생명을 품고 있는 그날까지 우리는 지나간 과거와 오지 않은 미래 사이를 열어가야 할 의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다시 말하면 어떤 선택을 하던 생이 다하는 순간까지 ‘불편함’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가 아닌가? 불편함을 잊을 만큼 매력적인 자신만의 아이템에 푹 빠져보는 수 밖에.


‘집중’이 바로 보이지 않는 독소를 제거하는 마음해독의 비결이다.

                                                                                 -- 『클린』중에서 -- 


비워낼 것을 찾는 절실함으로 시간을 잊게 만드는 그것에 몰입하는 순간들을 늘려간다면 무의식 깊숙한 곳에서 구현되는 자동해독시스템 속을 살아가고 있는 자신을 만나는 날도 오지 않을까?  좋은 것에 빠짐으로써 좋을 것을 맞을 수 있다니! 어쩌면 그 시스템은 이미 작동을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흠뻑 즐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2018년 3월 5일


                                                 --  박미옥(변화경영연구소 6기 연구원) --



* 변화경영연구소의 필진들이 쓰고 있는 마음편지를 메일로 받아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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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톡스는 몸 안의 독소를 제거하는 것을 말합니다. 독소를 없앰으로써 우리의 몸은 자기면역력을 회복하고, 건강을 되찾게 되죠. 우리 몸은 어찌보면 기계와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소라고 하는 문제요소들을 없애야만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것이죠.


몸이 아닌 마음 쪽도 비슷합니다. 걱정, 고민과 같은 여러 문제들, 그리고 집중을 못하게 만드는 사소한 것들을 독소라고 한다면, 이러한 독소들을 없애줄 때 우리의 마음 또한 보다 깨끗해질 것이고, 그로 인해 어떤 일에 보다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마음의 독소를 없애는 일에 너무나 많은 힘과 노력이 든다면, 그리고 그 작업이 완전하게 진행되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럴 땐 차라리 독소를 없애는 쪽에 자신의 에너지를 쏟는 것보다는 자신이 진짜 해야 할, 또 하고 싶어하는 인생의 중대사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이 훨씬 더 나은 선택이 아닐까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현재 우리가 독소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실제로는 정말 사소한 별 것 아닌 것들이 되지 않을까요?


결국 삶은 선택입니다. 그리고 인생의 정해진 시간들을 어떻게 사용하는 가의 결정일 수 있습니다.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독소를 없애는 일에 대부분의 시간을 사용할 것인지, 더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에 자신의 힘을 쏟을 것인지.




차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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