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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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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21일 13시 38분 등록

   며칠 전  제자의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조용한 성품인 그녀의 문자에  무슨 좋은 일이 있는지 경쾌함이 전해졌습니다. 연구원 앞으로 온 그녀에게 마침 점심때가 되어 식사를 하겠느냐고 제가 묻자 그녀는 저를 이끌고 찻집으로 향했습니다. 한동안 궁금했던 근황을 나누던 중 그녀는 종이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다탁위에 펼쳤습니다.

 

 주택에서 살기를 바라던 그녀가 우연히 스승의 댁으로 세를 든 것도 제게는 참 신기한 일이었는데 그곳에서 그녀부부는 푸른 것들을 키우며 활기차게 살고 있다 했습니다. 뜻하지 않은 가운데 일어난 신기한 일인지라 저는 사모님을 뵈온 자리에서 사모님을 위해 사부님이 보내준 이들이 아니냐는 말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이슬 머금은 싱싱한 여린 쑥을 뜯어 전을 부쳤어요. 식기 전에 드리려 달려 왔는데. 어서 드세요.” 그녀가 내 놓은 것은 따듯한 쑥부침개였습니다그것을 바라보며 저는 울컥 뜨거운 것이 올라왔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스승의 날이 다가오며 납덩이처럼 마음이 무거워 있었는데 그녀가 가져온 부침개를 보며 그만 그 무거움이 터져 나온 것이지요. 출근하기 전에 부지런히 쑥을 뜯어 씻어 밀반죽을 하고 송글송글 맺힌 땀을 씻으며 전을 부쳤을 그녀의 정성, 저도 그런 마음을 여러 번 경험 해 보았기에 더 목이 메었습니다.

 

만두를 만들어 행여 질어질까 꽁꽁 얼려, 사부님 댁 눈 쌓인 계단에 슬며시 올려놓고 오면 예서야. 그렇게 놓고 가면 내가 너인지 모르는  줄 아느냐.” 라는 문자가 득달 같이 왔습니다. 스승과의 음식에 얽힌 추억은 손가락으로 다 셀 수 없습니다.

 

서산집필 여행 때 직접 장을 봐오셔서 제가 있는 솜씨 없는 솜씨를 부려 끓였던 꽃게탕, 강원도집필여행에서 장에 천지였던 도루묵을 사다 감자를 넣어 졸여 먹던일. 졸업여행에서 먹던 스테이크, 해물탕. 연구원 입학식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풍광 좋은 아무 곳에나 차를 세워 양푼에 비벼 한 숟가락씩 나누던 비빔밥. 길거리 좌판의 찬 맥주, 마음 아팠던 선지국,

갑자기 쳐 들어간 스승 댁에서 사모님이 손수 해 주셨던 가지그라탕, 그 외에도 셀 수 없는 음식의 추억이 있습니다.

 

2년 전 이맘때 우리 연구원에 오셔서 강연을 하신 후, 뒷풀이에  함께 하시며 와인 건배사를 좋다라고 말씀 하셨던 그 음성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런데 이제 그 중 한 가지도 나눌 수 없게 된, 다만 편지를 써 스승 계신 곳에 일찌감치 다녀오는 일 밖에 할 일이 없는 스승의 날은 아프기만 합니다.  

 

그녀와 저는 한동안 아픈 마음을 달래느라 음식에 손도 못 대고 앉아 있었습니다. 저는 제 스승 생각에 잠겨, 그녀는 우는 저를 보며 함께 눈물 흘린 것이지요. 그녀가 돌아서 가는 뒷모습을 보며 가르치니 좋지 않으냐. 힘껏 가르치거라던 스승의 말씀이 떠 오릅니다.  부족하나 선생으로 살면서 제가 늘 기억하는 스승의 말씀입니다.

 

많은 이의 가슴에 별이 되어 꽃이 되어 살고 있는 스승은 행복한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볼 수 없다는 사실은 참으로 아픈 현실입니다. 스승님. 그곳에도 사람들의 아픈 말, 기쁜 말 들이 스승님께 다가와 꽃이 되고 별이 되어 종내는 꿈으로 만개하는지요. 이렇게 마음이 아파도 스승은 말씀하시겠지요, 그래도 살어리살어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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