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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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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4일 14시 57분 등록

 

  이사를 얼마나 많이 다녔는지 어쩌다 제 주민등록 초본을 떼어, 보려면 여러 장을 넘겨야 합니다. 서류에 기재된 주소를 보고 있노라면 그 주소지의 공간에 얽힌 기억이 떠오릅니다. 단칸방에서 시작한 신혼살림을 넓혀 가느라 한 이사. 세 들어 살고 있던 집이 경매로 넘어가 집을 구해야 했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전세금을 감당 못해 이사를 해야 했던 적도 있습니다. 또 이사한 집에서 가족 누구라도 불편을 호소하면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이사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사 횟수는 더 늘어났고 마침내 이사는 저희 가족에게 변화를 주는 이벤트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지금의 집은 옆지기의 은퇴 후 내 집짓기 꿈을 이루어 주기 위한 이 고장 탐색을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막상 집을 짓기 시작하면 그곳에서 뿌리를 내려 살아야 하는데 도시의 유랑이 습성처럼 배어 버린 저로서는 그 동네에 미리 살아 보지 않고서는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수 십 번을 이곳에 와 보고  결정했던 교외 이사는 제 삶의 질을 단연 높여 주었습니다.

아침이면 새소리에 잠이 깨고 밤이면 개구리 합창을 들을 수 있으며, 종일 해가 잘 드는 창가에 앉아 작업을 하거나 책을 읽을 수도 있습니다. 차를 몰아 한적한 북카페에 가서 노트북으로 창밖의 여백을 즐기며 작업을 하다 보면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되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유로워집니다. 어떤 이사보다 최상의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저는 이제 옆지기의 꿈인 집짓기를 힘껏 응원해야겠다는 마음의 준비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제 머릿속에 또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집 앞에서 도시로 가는 직행 버스가 있음에도 막내가 여러 날 울면서 집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큰 아이가 제게 알려준 것입니다.

 

여러 번의 가족회의를 거쳐 만장일치로 결정했던 이사였기에 저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막내가 여러 번 다시 도시로 돌아가면 안 되냐고 농담처럼 말은 했지만 그 정도인 줄은 몰랐던 거지요. 가족이 불편한 일이 생기면 그 문제가 해결 될 때까지 비상등이 꺼지지 않는 저는 또 온갖 경우의 수를 생각하면서 벌써 먼저 살던 동네의 부동산 홈페이지를 들락거립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슬쩍 물었더니 환호성이 터져 나옵니다. 10평이라도 도시에서 산다면 정말 바랄게 없겠다는 겁니다.

이사를 결정하면서 한 번도 가족들에게 입 밖에 내어 본적은 없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창안에 들여 놓을 풍광이 중요해진 저. 그러니 도시가 좋지 않을밖에요.

 

젊었을 때부터 세속이 맞지 않았고, 성품은 본래 산을 좋아하였다.

잘못돼서 풍진 세상으로 떨어져, 일거에 삼십년의 세월이 가버렸다.

새장 속의 새는 숲을 그리워하고, 연못의 물고기는 원래 놀던 깊은 못을 생각한다.

남쪽의 황무지를 일구며, 소박함을 지키기 위해 전원으로 돌아왔다.

집은 십여 이랑에, 초옥은 팔구 칸이다.

 

느릅나무 버드나무는 뒤편 처마를 덮었고, 복숭아 오얏나무는 집 앞에 무성하다.

마을은 멀리 어슴푸레하게 보이고, 굴뚝마다 연기는 솔솔 피어오른다.

동네 어귀에서는 개 짖는 소리가, 뽕나무 위에서는 닭 우는 소리가 들리는구나.

집 안에는 번잡한 일 없고, 빈 방에는 한가함만 있도다.

오랜 세월 새장 속에 있다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왔구나

 

윗글은 귀전원거’(歸田園居)는 도연명(陶淵明:365~427)의 시입니다. 오래전 글임에도 사람이 자연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현대 도시인이 자연을 바람 하는 마음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가족지향인 저는 어쩌면 또 이사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숱한 이사로 인해 이삿짐센터보다 이삿짐을 잘 싸는 아이들은 희희낙락 도시로의 돌아감을 즐길 것입니다. 그러나 내 집짓기를 시도하려 했던 옆지기의 꿈은 몇 년 더 미뤄두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편지를 보내고 저는 옆지기와 투표를 하고, 차를 마시러 갈 것입니다. 그리고 의견을 물어야겠지요. 함께 즐거울 공간을 만들고 싶어 집을 짓고 싶은 게 아니냐고, 아직은 아이들이 도시를 간절히 원하니 우리 꿈은 잠시 유보하면 어떻겠느냐고 말입니다. 공간이 아무리 아름다운들, 불편한 이가 있으면 이미 공간으로서의 기능은 잃게 되는 것이니 말입니다.

 

이글을 읽는 그대, 투표는 하고 오셨는지요. 대표자를 뽑는 일은 역사의 공간을 만드는 일과 같습니다. 그들이 일을 시작하면서 공간의 변화가 시작되지요. 여러 번의 이사로 힘들었던 기억 보다는 그 공간에 이끌려 이사를 결정했던 설레이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사람이 담겨 있는 공간, 그 모든 것이 조화롭게 담길 여백을 바라볼 줄 아는 가치관을 지닌 이들이 당선의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대가 미루고 있는 투표는 그대가 머물고 있는 공간의 역사를 그리길 포기한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 기꺼이 한 표를 행사하시지요

 

 

 나를 세우는 4가지 기둥/   강연/  정예서  

http://cafe.naver.com/east47/24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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