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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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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15일 08시 39분 등록

승진,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우는


바야흐로 승진의 시즌이 오면 회사가 어수선해진다. 팀장은 수시로 자리를 비우고, 그럴 때마다 파티션 안에 숨어 있는 귀들이 쫑긋거린다. 회사전체가 말과 말로 넘쳐난다. 


승진은 직장인들이 가장 목을 매고 있는 부분이다. 모두가 바라지만 모두가 될 수 없기에 더욱 그러하다. 승진여부에 자신의 업적이 얼마나 인정받는지 알 수 있고, 회사가 나를 대하는 태도를 알 수 있고, 회사 내에서의 입지와 모양새가 결정되고, 다음 1년의 연봉이 정해진다. 즉, 직장생활을 해야 하는 거의 모든 이유가 주렁주렁 다 달려있다. 


하지만 자리는 정해져 있다.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울어야 한다. 그것이 납득할 수 있는 일이 됐든 억울한 일이 됐든 간에 결과는 모두에게 공평하지는 않을 것이다. 러시안 룰렛처럼 몇명은 그 자리에서 나자빠져야 한다. 그래서 승진 인사가 발표되고 나면 회사는 한동안 어중간한 분위기가 된다. 


아마 당신은 지난 한 해동안도 정신없이 달려 왔을 것이다. 갖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겨냈을 것이고, 수시로 찾아오는 야근도 감수했을 것이고, 아니꼬운 일도 모두 참아 냈을 것이다. 그래서 동료들 사이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지만, 내가 뒤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 믿고 있을 것이고 회사도 그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 여길 것이다. 


하지만, 그런 당신이 선택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승진자 명단에서 당신의 이름을 찾을 수가 없게 되었다면, 같이 대상이 된 동료들의 이름은 모두 박혀있는대로 당신은 찾을 수가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도대체 이 어이없고도 비참한 경험 앞에 어떻게 마주설 것인가?  



감정의 파도 


이러한 순간에 맞닥드리게 되면 당신은 아마 다음과 같은 감정에 휘둘릴 것이다. 


가장 먼저 찾아오는 것은 '분노'이다. 당신이 아주 온화한 사람이라해도 아마 이 순간만큼은 참을 수 없을 것이다. 양해를 구하려 면담을 요청한 팀장에게 가장 먼저 분노의 목소리를 높이게 된다. "왜죠?" 라고. 그리고 앞에 앉은 팀장이 무슨 말로 사정을 설명한다 해도 별로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머리 속은 오만가지 생각으로 가득찰 것이고, 내가 여지껏 흘린 땀과 노력의 성과물들을 깡그리 담아 쓰레기통에 처넣는 것을 직접 목격한 것과 똑같은 상태가 될 것이다. 어쩌면 그 쓰레기 통에 나도 같이 팽겨쳐져 있는 기분일 것이다. '이 따위 회사 때려치면 될 일 아닌가' 


분노와 함께 찾아오는 것은 '공격성'이다. 팀장을 원망할 것이고, 직속 임원을 믿지 못할 것이고, 인사담당자가 야속할 것이고, 진급한 동료들이 미울 것이다. 이 모든 상황을 연출해 낸 것은 그들이며 나만 멋모르고 여유롭게 기다리고 있다가 당한 것이다. 그것이 업적 때문이든, 실력 때문이든 이도 저도 아니면 그저 절실해 보이지 않았던 내 상황 때문이든 나는 완전히 피해자가 되고 만 것이다. 누구든 건드리면 폭발할 것이다. 


다음에 밀려드는 감정은 아마 "쪽팔림"일 것이다. 나의 승진은 나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회사 안에서는 선배와 후배가 주시하고 있고, 집에서는 아내와 자식들, 부모 형제가 보고 있다. 게다가 한번씩 물어보는 친한 친구들도 있을 것이다. 이들을 무슨 낯으로 대한단 말인가. 직장에서 인정받지 못했음을 나태내는 증표를 들고서 그들을 실망시켜야 한다는 사실이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 것이다. 게다가 한 두마디씩 들리는 위로는 더 견디기 힘든 후속타가 될 것이다. 나도 버거운데 이들에게 지어보여야 할 얼굴표정까지 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루빨리 이런 분위기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일 것이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겪는 수순이다. 아무리 대찬 사람이라도 이런 분위기에서 쿨하기는 어렵다. 그러니 고스란히 파도를 맞고 견뎌야 한다. 잠잠해 지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정작 중요한 순간은 격정의 세 가지 파도가 모두 지나간 다음이다.



정신을 추스리는 법


가장 먼저 이성을 찾아야 한다. 분노와 야속함의 구름을 걷어버리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더 이상 화내고 억울해 해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다. 잘 되지 않겠지만 억지로라도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불면증에 시달릴 수도 있지만 아마 사흘 정도 지나면 어느 정도 감정은 가라앉아 있을 것이다. 


마음을 추스렸다면, 다음으론 이번 '사태'의 의미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에 따라 내가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이미 결정난 일에 마음을 뺏겨 오래도록 방황할 필요는 없다. 


첫째로, 비록 한 번 밀리긴 했지만 계속해서 이 조직에서 살아남아 승진의 피라미드로 올라갈 생각이 있다면 조직에 대한 적개심은 일찌감치 풀어버릴 수록 좋다. 직장생활을 선택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이러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음을 승낙한 것이라 생각하라. 그리고 다음 한해는 지금보다 더 공을 들여야 할 것이다. 또 다시 이런 일을 겪지 않도록. 


둘째로, 이번 일로 회사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면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직장을 알아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에 처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훌륭한 카드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지금보다 더 나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래도 도저히 견딜 수 없다면 고려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셋째는 가장 어려우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방향이다. 어차피 더 이상 직장은 개인을 책임져 주지 못할 것이다. 직원을 내 가족처럼 보살펴 줄 수 있는 회사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조직에는 조직의 룰이 있다. 조직에서 가장 먼저 살아남아야 하는 것은 조직 그 자체이다. 구성원은 아무래도 그 다음이거나 그 다음 다음이다. 결국 회사가 챙겨줄 수 있는 몫은 정해져 있다라는 얘기다. 이번의 사태를 통해서 실감했겠지만 자신의 밥그릇은 자신이 챙겨야 한다. 내 밥그릇을 남의 손에 맡겨 놓은 상태에서는 언제든 이와 같은 일이 또 생길 것이다. 회사를 당장 그만 두라는 얘기가 아니라 회사에 의지하지 않더라도 내 삶을 꾸려나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놓으라는 얘기다. 회사라는 울타리가 없더라도 내가 남들 앞에 내세워 팔 수 있는 것이 최소한 하나 이상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이 지겨운 시지프스의 돌 밀어올리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볼모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


첫번째나 두번째의 방향을 선택했다면 나로서는 더 이상의 조언을 하기 힘들다. 그 길에는 많은 안내판들이 있으니 그대로 따라가면 될 것이다. 하지만 세번째 안을 따라갈 생각이라면 몇 가지 의견을 들려줄 수 있겠다. 


먼저, 이번 일을 계기로 삼아 삶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기 바란다. 조직안의 인간이 얼마나 허약한 존재인지 실감했을테니 더 이상 이 믿을 수 없는 생명줄에 당신의 모든 것을 걸지 않는 것이 좋겠다. 대신 당신이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도록 하라. 그것이 지금 하고 있는 일과 관련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늦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어느 정도의 전략적 줄타기가 필요하다. 아직은 허약하여 울타리 없이 홀로 서기엔 부족할 테니 조직의 힘을 이용해야 한다. 조직을 통해 배울 수 있어야 하고 배운 것을 실험할 수 있는 현장을 제공 받아야 한다. 실험 비용은 대신 회사가 감당해 줄 것이다. 그렇게 내가 혼자 설 수 있는 역량과 경력을 갖출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과신을 버리도록 하라. 사람은 항상 자기 중심적이기 마련이다. 특히 회사처럼 비슷비슷한 사람이 모여있는 곳에서는 쉽사리 우열을 가리기 힘들고, 그러다 보니 누구나 자기에 대한 큰 믿음을 갖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제는 알았을 것이다. 나의 눈과 다른 사람의 눈은 같지 않다. 비록 원하던 자리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다시 한번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음을 득이라고 생각하라. 그리고 다시는 이런 상황에 휘둘리지 않을 만큼 능력을 갖추겠노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라. 나를 객관적으로 보되 나를 더욱 사랑해 줘야 가능한 일이다. 


끝으로, 진급에서 밀린 것을 볼모로 잡고 조직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을 얻어내도록 하라. 그러한 것으로는, 당신이 원하는 것을 배울 수 있는 교육혜택이나 원하는 업무, 시간적 자유를 요구하는 것이 좋다. 그 동안 가고 싶었던 교육이 있거나 따고 싶은 자격증이 있었다면 그것을 하겠노라고 요구하라. 아니면 평소에 하고 싶었던 업무를 얘기해도 좋고 불필요한 야근이나 출장을 가지않도록 시간적인 자유를 보장받아도 좋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쓸모있으려면 먼저 자신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어떤 교육을 받아서 어떤 업무를 하고 싶고, 또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대해 미리 그려놓지 않으면 방금 얘기한 것들은 아무 소용이 없어진다. 차라리 금전적 보상이나 휴가를 요구하는 것이 더 낫다. 


만약 당신이 억울하게 밀린 경우라면 더욱 힘있게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강하되 괘씸하지는 않게 요구하라. 하지만 당신의 상사도 똑같이 물을 먹었다면, 별로 안좋은 경우이다. 이때는 크게 덤비지 않는 것이 좋다. 그래도 관리자의 입장에서 당신을 챙기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니 적절한 선에서 필요한 것을 받아내도록 하라.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진급에서 물을 먹은지 얼마 안되었다면 여전히 억울하고 분할 것이다. 그 마음을 애써 억누르려 할 필요는 없다. 가슴 속에 불을 지피는 것은 대개 불행이 하는 짓이다. 어제처럼 행복하고 어제처럼 편안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직장에 몸을 내맡긴 사람들이 항상 그러기를 바라기는 지나친 사치이다. 덕분에 당신은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주위도 좀 더 냉철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어제보다 나는 불행해졌고 그로서 나는 한번 더 변화해야 할 당위성을 갖게 되었다. 게다가 모처럼 가슴에 타오르는 불길도 갖게 되었다. 


그 불길이 사그라들지 않도록, 그리고 바람에 따라 잘 타오를 수 있도록 이제부터 돌보도록 하라.    




                                                          2008년 7월 1일


                                                    --  정경빈(변화경영연구소 2기 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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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주변의 직장인들에게 물었습니다. 회사를 다니며 가장 보람있는 순간이 언제였는지. 그들의 답은 거의 비슷했고, 2가지로 수렴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급여인상 혹은 인센티브 수령이었습니다. 역시나 돈입니다. 아무리 일의 의미와 보람을 따진다 할지라도, 그 기저에 깔려있는 가장 큰 동기는 돈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항상 쪼들리는 생활에 급여가 올라가고, 인센티브를 받게 된다면 가정경제에 숨통이 트일 수 있을 테니까요.


두 번째는 승진이었습니다. 승진은 급여의 수준이 한단계 뛰어 오른다는 기쁨도 있지만, 회사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으며 그로 인해 점점 조직의 사다리 위쪽으로 잘 올라가고 있다는 큰 만족감을 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중간관리자라도 된다면 그 직급에 맞는 작은 권력까지 맛볼 수 있게 됩니다. 권력은 일반적인 생각보다 훨씬 중독성이 강합니다. 사람을 홀리게 만들죠. 그래서 한번 권력을 맛본 사람은 이를 놓기 힘든 것이기도 합니다.



글쓴이의 말대로 모두 다 승진을 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승진이란 경쟁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는 웃지만, 누군가는 울 수 밖에 없습니다. 이때 이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더 중요합니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한단계 혹은 두단계를 더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도록 나머지 시간을 활용해야만 합니다. 


경쟁에는 2가지가 있습니다. 타인과의 경쟁, 그리고 자신과의 경쟁입니다. 승진은 타인과의 경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타인을 이기면 승진이 가능해 집니다. 하지만 조금 더 넓게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조직에서 머무를 수 없습니다. 때가 되면 자의든 타의든 간에 조직을 떠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때가 되면 타인과의 경쟁은 무의미해 집니다. 경쟁 상대를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죠. 


결국 자신과의 경쟁입니다. 나 스스로를 더 갈고 닦아 어제의 나와 경쟁하고, 그래서 승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나라는 사람은 진짜 경쟁력을 갖춘 사람이 됩니다. 타인과의 경쟁에만 이기는 사람은 그때, 그 순간만 반짝이지만, 자신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사람은 자신의 인생에 걸쳐 빛이 나기 마련입니다. 그런 사람은 어디에 있든, 누가 보더라도 '엄지척'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차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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