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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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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20일 12시 24분 등록

* 이 글은 5기 좌경숙 연구원께서 쓰신 글입니다.

 

 

왼쪽 코가 먼저 터졌다. 아 뜨거운 내피, 휴지로 막았다. 그랬더니 곧 오른쪽 코에서도 피가 흐른다. 아니 왜 코피는 나고 ㅈㄹ이야 .........

 

바닷물 이야기 먼저 하자. 해마다 연수삼아 가던 변경연 여름 여행에는 물만 보면 뛰어 들어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크로아티아에서는 정말 이렇게 깨끗한 바다가 이 세상 어디에 또 있을까 싶었던 아름다운 곳에서 멀리멀리 헤엄을 쳐서 나가 보았다. 스킨 스쿠버의 달인도 그때는 함께 갔었다. 그리이스에서는 닷새 동안은 숫제 바다 위에서 살았다. 에게해 크루즈를 즐겼기 때문이다. 어느 날 땅에 내려서 찾아간 해수욕장은 태양빛이 너무 강렬해 바다를 온탕 수준으로 덥혀 두었다, 그곳에서는 물속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물장구치고 소꼽장 수준으로 놀았다. 그리고 올해 물 구경은 시르미오네 호수에서 잠시 즐겼을 뿐 물건너 갔나보다 생각했었다. 그렇게 내내 북이탈리의 마른도시만을 다니다가 마지막 날 마침내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 문화유산, 친퀘테레에 닿았다. 5개의 바닷가 마을을 한데 묶어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절벽위의 마을이다. 

 

기차를 타고 첫 번째 역에 내려서 1킬로미터의 사랑의 길을 걸었다 자물쇠로 서로의 마음을 잠궈 백년을 함께 하자며 언약하던 사람들이 달콤하게 걸어갔던 길이다. 한쪽은 기암절벽, 그리고 또 한쪽은 탁 트인 옥빛 바다. 천천히 바다를 바라보며 걸어갔다. 모퉁이를 돌아가니 갑자기 강한 바닷 내음이 훅~ 깊은 숨을 따라 들어왔다. 그래 바로 이거야. 내 삶의 모든 그리움은 바로 이 바다 냄새로 시작하지. 일에서나 관계에서나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안식처, 나의 영원한 그리움의 원형인 바다, 출렁이는 푸른 물결, 그리고 이 소금 비린내. 갑자기 생기가 솟아났다. 

 

일행 중 몇 사람은 이미 바위에서 물로 뛰어들었으나....나와 함께 있었던 사람들은 중간에서 기다렸고 다시 기차를 타고 3개의 역을 지나 해수욕장을 찾아갔다. 좀 조용한 곳을 찾아 해변을 따라 올라갔었지만 어디서나 만원사례, 그곳엔 이미 오래전에 예약했고 일찍 온 사람들의 영역이란다. 다시 갔던 길을 거슬러 내려오다 겨우 손바닥 만한 공간을 찾아 준비운동을 하고 물로 뛰어들었다. 갑자기 깊어진 바다, 발이 닿지 않는다. 물이 차고 시원하다. 사람이 많은 탓에 물은 그다지 깨끗하지 않았다. 그러나 물을 만난 고기처럼 나는 가로로 또 세로로 헤엄을 치며 바다를 즐겼다. 한동안 물에서 놀다가 우리 자리로 되돌아오니 코에서 뜨거운 피가 흘러내린다. 아, 생코피.. 바닷물에서 올라왔으니 차거운 몸에 뜨거운 코피다. 우산이 황급히 휴지를 구해준다.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키친타올을 둘둘 감아 전해준다. 안쓰러워 보였나보다. 국제적 동정이다. 한쪽 코를 틀어막고...잠시 쉬었다. 

 

그러고보니 어린 시절 해수욕을 과하게 했을 때 종종 코피가 나기는 했었다. 그때는 솜으로 코를 막고 꼼짝없이 누워있어야 했다. 어른들이 걱정을 하셨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바다로 다시 뛰어 들어가고 싶은 생각밖에 없다. 게다가 붉은 포도주는 잔을 돌리며 나눠지고 있었다. 난 이제 어른이니까 코피는 막고 포도주는 마시고 헤엄은 치면 된다. 야호~ 

 

그날 나는 그렇게 했다. 더 바랄 것 없이 좋은 시간 이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사실, 가는 곳 마다 코피가 났다. 처음엔 과로 때문인 줄 알았다. 그리고 이어서 몸이 허약해져서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기분이라는 것이 전혀 슬프지가 않았고 걱정이 되지도 않았다. 새로운 풍광에 취해서 열이 났고 열이 나니 코가 막혔고 막힌 코를 풀어보려고 흥흥 거렸더니 피가 난 것이다. 다빈치 코드를 풀듯 코피의 이치를 파악하고 나니 걱정은커녕, 쌍코피 터지는 내 청춘이 즐겁기만 했다. 코피의 재창조, 쌍코피 르네상스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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