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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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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6일 08시 14분 등록

 
 오래전 아이와 여행을 갔을 때 일입니다. 문양이 특별한 그릇이나 종, 오르골 앞에서 오래 서성거리는 제게 아이는 ‘또 시작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릇이나 종, 오르골 등 예쁜 것들을 무척 좋아하는 제가 그것들에 이끌려 번번이 일행을 놓치는 일이 다반사였기에 그런 말을 들을만도 했지요. 후배가 아를르에 다녀오면서 사다준 고흐의 그림문양 양산을 한동안 천장에 매달아 놓았던 적도 있습니다. 제가 가보지 못한 먼 나라로 지인이 여행을 간다고 하면 그곳에서 만나는 종을 구입해 달라고 부탁하는 때도 있었습니다.

  

어쩌다 마음에 드는 오래된 앤티크 가구나 그릇을 만나면 그것들을 담고 있었을 공간이나 이야기들을 상상해 보느라 걸음을 옮겨 놓기가 쉽지 않습니다. 구경을 하다못해 급기야는 작은 소품들을 구입하고 마는 제 발걸음을 채근하고 집에 적지 않은 소품이 있음을 상기시키는 건 아이입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아이는 마치 한심한 듯 저를 번번이 가르치는 어투를 씁니다.  그 말투를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그래도 내가 부모인데 아이가 좀 더 공손하게 요청하면 좋겠다는 마음에 금세 언성이 높아지곤 했습니다. 

 

지금이야 서로간의 애착 관계가 나중에라도  형성되어 아이도 더 이상 그렇게 말하지 않고, 웬만한 말은 돌아서면 툭툭 털어지지만 제가 아이를 감당하지 못한다고 여겨졌던 그때는 기분조절이 쉽지 않았습니다.

상담중 자녀와의 관계 때문에 힘들어 하실 때 절언 수행을 드리는 입장이면서도 정작 제 자신도 그런 상황에 놓이면 합리적 의사표현보다 올라오는대로 말하려는 자신을 발견하고 실망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때 제가 했던 행동이나 말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이에게 부끄럽기 그지 없습니다.

 

  어린이 날이 지나갔습니다.  [한겨레, 탐사기획] '아동학대' 기사에 의하면 전체 아동학대의 77%는 가정에서 친부모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는 결과입니다.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실이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부터 제출받아 5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발생한 9679건의 아동학대 중 83.9%인 8329건이 ‘가정 내 학대’인 것으로 집계됐고, 이 비율은 2012년 86.9%에서 2013년 81.9%로 줄었다가 지난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어린이집(265건), 복지시설(223건), 집 근처(175건), 학교(170건) 등에서의 발생비율은 1~2%대입니다.  
특히 친부모에 의한 아동학대가 압도적으로 많아 전체 아동학대 중 77.3%(7483건)의 ‘가해자’가 친부모였습니다. 또 아직도 버려지고 살해당하고 학대당하는 아동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그런데 사건의 맥락을 짚어보면 내 안의 어린 아이를 돌보지 못한 채 몸만 성장한 어른들이 행태가 이유입니다. 몇 년 전 상담 시에 만난 여성은 시간제 보모도 있고, 친정어머니도 가까이 살며 보살펴 주는 환경임에도 생후 백일이 안 된 아이를 침대에 집어던진 사건도 있었습니다. 끝없이 울어대는 아이와 세 살이 채 안된 아이를 보살피다가 스스로를 감당하지 못해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어머니의 역할과 스스로의 욕구가 상충되면서 ‘화’로 그 화는 다시 제어할 수 없는 ‘공격성’으로 약한 대상의 아이에게 표출된 것이지요.

 

제가 책과 예쁜 것들에 이끌리는 것도 어릴 때 평화로웠던 집의 그리움, 그 기억을 복원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이끌리는 것 앞에 오래 머물러 내안의 어린아이의 결핍을 충족시키세요. 그러나 아이에게만은 어른으로의 사랑으로 한없이 품어주는 역할을 해야만 한다는 것을 기억하시면 되겠습니다. 그 아이가 자라 당신, 부모를 품어 주게 되는 걸 목격하게 될 것이고, 후에 자신의 자녀를 한없이 품어 주어 이 땅에 사랑의 꽃이 만발하게 될테니 말입니다.
   
역할보다 스스로의 욕구가 올라오면 위로받던 인디언 속담이 있습니다.

‘별들이 당신의 슬픔을 가져 갈 수도 있다. 꽃들이 당신의 마음을 아름다움으로 가득 채울수도 있다. 희망이 당신의 눈물을 씻어 줄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침묵이 당신을 강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댄 조지 추장-

침묵의 힘을 믿어 보시며 합리적인 의사를 전할 수 있을때 까지 절언하는 습관, 어떠신지요.

 

 

치유와 성장 백일쓰기 20기 지원안내
http://cafe.naver.com/east47/30097

자세한 사항은 위의 사이트를 링크하시어 공지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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