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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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전, 상담을 했던 젊은 교사 한 분과 점심을 나누었습니다. 그가 처음, 저와 마주 앉아 했던 울음 섞인 말은 교사를 당장 그만두고 싶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녀를 두 번째 만났을 때 그녀의 좌절은 그녀가 학생들을 아주 잘 가르치고 싶다는데서 기인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선생이 되기까지 최선을 다해 임용을 받았던 그녀는 무엇이든 아주 잘해 인정을 받아야만 존재의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니 아이들에게도 늘 그녀가 생각하는 최고를 요구했습니다. 또 그 최고에 도달하려면 선생인 자신의 말 한 마디에 모두 잘 따라야 하며 그것이 선생의 권위를 지키는 일이라고 여겼기에 그렇게 되지 않는 현장이 지옥처럼 여겨졌고 급기야는 현장을 떠나고 싶어진 것입니다.
상담이 진행되며 우리는 무엇이 최고이고, 무엇을 위한 최고여야 하는지 나누었습니다.
많은 과정을 일일이 열거 할 수는 없지만 그녀는 그 상담을 통해 스스로의 가치관을 바로 세우는 작업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선생으로서 가장 중요한 지시하는 가르침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자발성을 부여하는 구체적인 과정에 대해 연구하게 됐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교실은 더 이상 지옥이 아닌 창의성을 토대로 둔 실험의 장이 되어 갔습니다.
‘내가 힘이 없으니 백성 스스로 질서를 찾고, 내가 고요하기를 좋아하니 백성 스스로 부유하게 된다’ 『도덕경』의 한 구절입니다.
자유롭게 하되 방치를 경계하고, 절언 하되 안 되는 것을 이해시킬 때는 충분히 말을 써야 하며 그 말은 동기가 될 수 있는 말을 고심해 써야 하며, 늘 낯빛을 밝게 하되 그 낯빛을 유지 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위한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써야합니다. 또 선생의 권위는 아이들이 지켜주고 싶어야 서는 것이며 권위와 경험의 힘을 분간해야 하는 것이지요.
위의 글은 20회기의 상담이 끝나고 그녀가 제게 보내온 상담후 기록중 한 구절입니다.
저 또한 오랫동안 가르쳐 오며, 가르치는 것의 좌절과 행복을 경험했고 선생의 태도에 대해 줄곧 생각해 왔습니다.
선생으로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스스로도 제대로 세우지 못한 가치관을 전하려는 아무짝에도 쓸데 없는 수다함과 강제입니다. 그 옛날 선인들이 이미 깨우친, 앞장 선이가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작은 규칙들조차 스스로 세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지요.
저는 그녀에게 다짐한 마음을 잊게 되는 일상을 만나면 상담기록을 수시로 꺼내보라 일렀습니다.
어떻게 아이들에게 동기를 유발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찬 그녀가 활기로 반짝입니다. 이제 어떤 선생이 되고 싶은지 알게 됐으니 혹여 지칠 때, 아이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만 기억한다면 그녀는 행복한 선생이 될 수 있겠지요.
단순한 일을 비롯, 도처에서 하루에도 수십 번 누군가를 가르치고 싶은 우리, 그 마음은 상대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좋은 것을 가르쳐 주려는 선의인 거지요. 그러나 가르치기에 앞서 그대가 가르치고 싶은 것이 과연 무엇인지, 진정 상대에게 자발성을 불러 일으키는 말로 요청하고 있는지 저와 함께 생각해 보는 한 주, 어떠신지요.
그윽한 자태로 우리에게 말 건네는 시월을 여유롭게 누릴 수 있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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