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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12일 08시 22분 등록

이 글은 변화경영연구소 3기 연구원 이은남(향인)님의 글입니다.

 

조그마한 일을 하나 가지고 덜덜 떤다는 가 아님 확대 해석해서 지레 겁부터 먹구 삼십육계 줄행랑을 놓는 스타일을 가끔 본다. 아니 본다기 보다는 실은 내가 그렇다. 천성이라 어쩔 수 없다만 이런 경우 우리는 어떻게 도망치지 않고 그것과 맞짱 뜰 수 있을까?

최근에 경험한 여러 가지 일들로 뜻하지 않은 우울에 빠져 허우적대다 어떤 한 마디에 다시 예의 실실거림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내향적인가 외향적인가의 기준을 판단할 때, 에너지를 외부로부터인 끌어오는가 아니면 내부로부터인가 라면 나는 결론부터 말해 외부이다. 그러니까 스스로는 가끔 내향적인 사람이라고도 굳세기 믿곤하지만 가만보면 스트레스 후 그것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항상 외부로부터의 자극이었다. 그것은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송별회에서의 칭찬 세레모니 이후 갑자기 기분이 다운되어 정말 묘한 기분으로 며칠을 보내는 중이었다. 마치 삶의 방향마저 모호해지면서 세상에 둘도 없는 겁쟁이로 돌변해 침대에서 시체놀이를 하고 있었다. 스스로도 원했고 주변의 사람들도 새로운 세계로의 진입에 박수를 쳐주는 상황에서 어이없게 삶이 너무나 두려워진 것이다.
마치 앞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우울 속에서 며칠을 보냈다. 내 맘대로 심리학적인 용어를 가져다 쓴다면 그것은 “분리불안”이란 것으로 지금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어떤 과거의 경험에서 겪은 불안증상으로 이 병명 역시 내 맘대로 진단했다. 그러다 갑자기 그런 기분이 싹 가시는 또 며칠을 보내고 있다. 이건 마치 조울증 환자다.

그 이유는 다름아닌 지금부터 쓰는 “구나겠지감사” 덕택이다.
이것이 무슨 말이냐 하면 어느 비구니 스님의 긍정적인 생각법인 데 이게 아주 도가 트는 생각 법으로 이 방법대로 연습하다 보니 세상의 온갖 고민이 싸악 없어지는 것이다. 자주 가는 한의사 이유명호 샘의 사이트에 올려져 있었는데 이 방법이 아주 유효하여 소개하는 바이다. 어느 정도로 내게 먹혔는가 하면 이불 속에서도 삼행시를 지으며 실실거리다 잠들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드디어 오늘은 뭐 놀 거 없나 하며 기웃거리다 자전거도 한 두어시간 타고 오고 폭탄 맞고 방치된 상태로 있었던 화장대도 상큼하게 바꾸어주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노라던 지지리 궁상은 어데론가 날라가 버리고 육중한 몸이 날렵해지고 싶어 안달이다.


“구나.. 겠지…감사하다” 는 도가 트는 생각법의 삼박자이다. 자세한 설명 옮겨왔다. 요즘 우울하신 분들은 이 방법을 놓치지 말라고 권한다.

1) “구나” 는 객관적으로 사실 그대로 생각한다. 일체의 판단 해석도 하지 말라.
예: 눈물이 나오는 구나(O),
슬퍼서 우는구나(X) 라고 주관을 섞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2) “겠지” 는 지가 편한 대로, 지를 아프지 않게시리, 책망하지도 말고, 죄책감 넣지도 말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기왕이면 자기를 비하하지 않는다.
예: 향인이 바빠서 답글을 안 달았겠지(O)
향인이 내가 미워 답 글을 안다는 거겠지(X)

3) “감사” 는 그리 생각하다 보면 저절로 마음이 편해지며 세상에 울 일이 없다는 것이다.

자, 일단 간단한 예를 가져와 봅니다.

후배가 울고 불고 난리인데 그럼 볼기를 때린다는 상황 설정에서의 삼행시.
1) 온니가 내 볼기를 때린다는 구나.
2) 내가 이뻐서 질투가 나서 그러는 거겠지.
3) 드러내놓고 맞을 이쁜 볼기짝이 있어서 감사하다.

후배의 답시
1) 내가 쓸데없이 울고 불고 했구나..
2) 살짝 맛이 간 게지.
3) 울고 불고 할 데가 있어서 친구들에 감사 또 감사..

이 생각 법을 읽고 얼마나 웃었던지 바쁘다고 몇 년간 눈팅만 하던 인간이 즉시 들어가 답 글을 달았다.
“눈팅만 디립따 하다가 드뎌 로그인 하는구나...참다 참다 갑자기 배꼽이 터져서겠지..척박한 세상에 웃음을 주시는 선생님이 계셔서 감사..”
“몇 년 만에 요따구로 슬쩍 인사를 드리는구나....사는 게 바빴다고 이해해 주시겠지....넉넉한 마음으로 품어주실 샘이라서 감사!”

그러자 그 선생님으로부터 금방 답 글이 달렸다.
“드디어 눈팅족이 커밍아웃했구나. 청춘인데 연애하느라 바빴겠지. 잊지 않고 안부 전해줘서 감사!”

이후 하루 종일 골똘히 삼행시를 짓기 시작했다.
“ 그간 연애했을 꺼라고 생각하시는구나…나를 아직 청춘으로 보시는 거겠지.. 이쁘게 봐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감사.”
“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구나.. 이제는 좀 놀라고 하는거겠지…덕택에 귀중한 경험을 했으니 감사..”
“구 선생님이 삐지셨구나..숙제를 안 해서겠지..그래도 만나면 환하게 이름 불러주시고 웃어주시니 감사!”
"4기들이 허벌나구나..오늘도 궁둥짝들이 고생하겠지.. 연구원의 고통을 이해해줄 인간들이 또 생기니 감사.."
"어제궁상이 오늘 살아났구나...놀 생각에 기분이 들떠진게지..숙제는 팽개치고 놀궁리만 하니 한심하다만 그래도 놀 체력이 있다니 감솨!"
“ 괭이가 바지에 털을 묻히는구나……내가 좋으니 지 머리를 디리밀겠지….나를 사랑해주는 녀석이 있어서 감사..”
“ 운동을 못하겠구나……어제 술을 퍼서 그렇겠지.. 아직은 마셔도 되는 위장이라 감솨!”…..
“답글이 안 달리는 구나.. 글이 재미없으니까..이럼 안되고…다들 바빠서겠지..그래도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감솨!”...................

혼자서 이런 놀이를 하고 있자니 어느 순간엔가 두려움이나 불안증이 거짓말같이 사라지며 갑자기 세상이 즐거워진다. 나라는 인간이 원래 한번 몰입하면 정신을 못 차리는 사람인데 이러다 정말 완전히 돗자리 깔게 생겼다. 이 생각법으로 인생을 되돌아보니 이 악물었던 세월도 미웠던 인간들도 눈 녹듯이 사라져 버리는 게 참말로 내가 귀가 얇은 건지 어쩐지 그저 온종일 실실 거리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꽉 막혔던 생각의 미로는 순식간에 경계를 허물면서 길을 내어주고 있었다.

혹시 오래갈까 걱정했던 내 맘대로 진단한 “분리불안증”은 이 생각법으로 거반 맥을 못 추시고 있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오래가 봤자 결국 답은 나와있지 않은가? 열심히 즐기고 놀다가 돌아가시겠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사회적 동물인 나는 이렇게 외부에서 에너지를 충전 받으며 뭐 놀꺼 없어여 하며 건달세계의 문를 노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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