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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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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18일 04시 19분 등록
"나는 직무에 합당한 사람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습니다"

이 말은 20년 동안 킴벌리 클라크의 CEO를 수행하며, 회사를 Great Company의 반열에 올려 놓은 다윈 스미스가 자리에서 물러 나면서 짧게 남긴 한 마디이다. 오래 전 읽었던 책을 다시 펼쳐 보던 중 이 문구를 만나게 되었다. 처음 눈에 들어 온 줄 알았는데, 이미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그 단락 위에 이렇게 써보았다. 
'나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합당한 사람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가'

나에게 맞는 일을 찾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그러한 일을 찾기 위해서는, 지금 주어진 일을 오랫동안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대다수 사람들의 인생이다. 

인사 업무를 배우고 싶어했던 것은 오래 전의 일이다. 인사팀은 입사할 때부터 희망부서였다. 하지만 자리가 없어 영업교육팀으로 먼저 배치 되었다. 그 후 영업사원들의 교육에 오랫동안 빠져 있다가 나와 일 사이에 괴리가 느껴져 방황하게 되었을 때 다시 인사팀을 떠올렸다. 그 때가 마침 나의 꿈을 세우기 시작했던 시기였고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를 알게 된 시기였다.
그렇게 다시 꿈을 키운지 3~4년이 흘러 실제로 인사팀에 오게 되었다.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의 설렘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어떻게 人事를 할 것인가?

오래 전부터 내가 생각하던 인사는 따뜻하고 이상적인 일이었다. 직원들을 두루 살펴 각자의 강점을 파악하고, 그 강점에 맞게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누구나 저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면 나머지는 굳이 인사에서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몰입하고 알아서 성과를 낼 것이라  믿었다.

물론 여전히 이 믿음은 유효하다. 그래서 틈나는 대로 일과 사람을 매칭 해보려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일을 하기 이전에 매일 매일 해결해야 할 수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러한 일들의 대부분은 항상 따뜻할 수만은 없었다. 
오히려 차가운 일이 더 많았다. 인사에는 항상 양면성이 있어서 한쪽이 좋아지면 다른 한 쪽이 어두워지곤 했다. 
모두가 행복한 일(예컨데 보너스를 주거나 하는 일)은 일년에 한 두 번 있을까 말까 였다. 

그리고 인사는 항상 경영진의 곁에 있기 마련이다. 즉, 직원 개개인의 형편을 살피기 보다는 회사 전체의 운영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다. 직원의 경력관리나 근무환경에 세세히 신경쓰기보다는 조직분석,  평가보상전략 등 전사적 차원의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밖에 없었다. 내가 2년반 동안 했던 일의 대부분이 이러한 일들이었다.


인사를 오래 했던 선배들은 종종 이런 얘기를  한다. "인사팀도 결국 직원임을 잊지 마라"
Balance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인사는 회사의 고유 권한이나 직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이다.
회사를 위한 일이기도 한 동시에 직원을 위한 일이어야 한다. 항상 그 둘 사이에서 Balance를 찾아 내야 한다.
아마 정답은 없을 것이고, 매번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가며 중심을 잡아야 할 것이다. 
한번은 왼쪽으로 갔다가 또 한번은 오른쪽으로 가면서 서로가 공생할 수 있는 절충점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아마 내 앞을 지나간 수많은 인사담당자들도 내내 고민했던 숙제였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인사는 정치와도 유사하다. '정치는 최선이 아니라 차악'이라고 했다. 인사도 그럴지 모르겠다.
10여년이 지나고 다시 전공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처음 들어선 길이 낯설지 않은 이유일까.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간다.
'나는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일을 더 잘 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가?'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일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방향성을 가지고 일하고 있는가?'
'이렇게 5년, 10년을 보내면 내가 원하는 모습이 되어 있을까?'

아직 이러한 질문들에 명쾌하게 답할 수는 없다.
다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조금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 만은 가득하다는 것.
훗날은 여전히 희미하고, 그저 하루하루 마주치는 상황에 최선을 다할 뿐이지만, 마음만은 그러하다.

이게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대답이다.
IP *.205.5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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