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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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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28일 00시 19분 등록

 

통통하게 뽈록한 꽃망울이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데, 바람이, 바람이, 시린 바람이, 쉴 새 없이 불어댔다. 봄이, 그냥 오지 않았던 게다. 멋진 녀석 같으니라고. 그리고 남편이 돌아왔다. 지랄 맞은 봄과 함께. 정신없이 겨울을 보낸 내 삶이 팍팍해서일까. 산다는 것에 대해, 그리고 죽음에 대해, 틈만 나면 멍하니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이 책도 잘 읽혔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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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어떻게 죽을 것인가’로 읽었다. 유시민의 글이 참 좋았다. 몇 토막 나누고 싶다.

 

***

 

우리는 내가 누구이며 어디서 왔는지, 나와 물질세계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안다.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탐색한다. 삶의 가치를 잃었다고 느낄 때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기도 한다. 카뮈는 이 능력의 사용에 관한 의사 결정이 유일하게 중대한 철학적 문제라고 주장했다.

 

참으로 중대한 철학적 문제는 단 하나뿐이다. 그것은 자살이다. 인생이 살만한 가치가 있는가 없는가를 판단하는 것, 이것이 철학의 근본적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다. 그 이외의 것, 세계는 삼차원을 가지고 있는가, 정신은 아홉 개 또는 열두 개의 범주를 가지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그 이후의 일이다. 그것들은 장난이다.

 

왜 자살하지 않느냐고 카뮈는 물었다. 그냥 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사는 이유를 찾으라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답하려면 삶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오늘 하루 그 의미를 충족하는 삶을 살았는지 판단해야 한다. 정답은 없다.

 

‘왜 자살하지 않는가?’ 카뮈의 질문에 나는 대답한다. 가슴이 설레어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 있다.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너무 좋아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뛰어오를 것 같은 일이 있다. 누군가 못 견디게 그리워지는 시간이 있다. 더 많은 것을 주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어 미안한 사람들이 있다. 설렘과 황홀, 그리움, 사랑의 느낌…. 이런 것들이 살아 있음을 기쁘게 만든다. 나는 더 즐겁게 일하고, 더 열심히 놀고, 더 많이 더 깊게 사랑하고 싶다. 더 많은 사람들과 손잡고 더 아름다운 것을 더 많이 만들고 싶다. 미래의 어느 날이나 피안의 세상에서가 아니라, ‘지금’ 바로 ‘여기’에서 그렇게 살고 싶다. 떠나는 것이야 서두를 필요가 없다. 더 일할 수도 더 놀 수도 누군가를 더 사랑할 수도 타인과 손잡을 수도 없게 되었을 때, 그때 조금 아쉬움을 남긴 채 떠나면 된다.

 

***

 

그는 직업정치를 떠나 자신이 원하는 삶인 글쟁이가 되었다. 또한, 반갑다.

 

***

 

나는 글쓰기가 좋다. 그것은 무엇보다 그 일 자체가 주는 기쁨과 만족감 때문이다. 무엇이든 쓰려면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고, 내 머리로 생각하고, 스스로 느껴야 한다. 쓰는 일은 비우는 동시에 채우는 작업이다. 배움과 깨달음이 따라온다. 가지고 있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거나 모르고 있던 것을 새로 알게 되었을 때, 좋은 문장 하나를 쓰고 혼자 감탄하면서 싱글벙글할 때, 나의 뇌에서는 도파민이나 세로토닌이 대량 분비되는 것 같다. 그것들은 사랑에 빠지거나 마약을 복용할 때 황홀감을 느끼게 하는 화학 물질이다.

 

나는 글을 쓴다. 이것이 내 일이다. 내게 글쓰기는 단순한 생업이 아니다. 글을 써서 내 생각과 내가 가진 정보를 남들과 나누는 행위 그 자체가 즐겁고 기쁘다. 글쓰기는 그런 면에서 놀이이기도 하다. 그런데 일이든 놀이든, 이것이 제대로 의미를 가지려면 내가 쓰는 글이 쓸모가 있어야 한다. 독자가 공감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혹시라도 누군가 내 글에서 재미에 덧붙여 깨달음이나 감동까지 얻는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내가 쓴 글이 널리 읽히고 책이 많이 팔리면 기쁘다. 쓸모 있는 글을 쓰는 쓸모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는 많이 읽히는 동시에 훌륭한 책을 쓰고 싶다. 그러려면 끊임없이 읽고, 배우고, 느끼고, 생각하고 써야 한다. 그렇게 열심히 하면 훌륭한 글쟁이는 못되더라도 최소한 쓸모 있는 글쟁이로 남을 수 있을지 모른다.

 

***

 

사랑, 빠질 수 없다. 글을 읽으며 줄곧 누군가를 떠올렸다. 또한, 좋았다.

 

***

 

내가 누군가를 정말 사랑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나는 나름의 방법을 찾았다. 가끔 일 때문에 ‘혼자’ 국내선이나 국제선 비행기를 탔다. 여기서 ‘혼자’는 일행이 없다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과 떨어져 있다는 뜻이다. 내가 탄 비행기가 기관 고장을 일으켰다고 상상한다. 운이 아주 좋으면 살아남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십 분이나 이십 분 후에 죽을 것이다. 만약 그대가 그런 상황에 빠졌다면 마지막으로 허락된 짧은 시간 동안 무엇을 하겠는가?

 

갑작스럽게 찾아든 영원한 이별에 대한 상상은 사랑이라는 감정의 색깔과 맛을 확인하는 좋은 방법이다. 그럴 때 사랑은 싹 난 감자처럼 아린 맛으로 다가온다. 누군가와의 영원한 작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가슴이 아리다면 당신은 그 사람을 깊게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운이 좋아서 비행기가 어느 바닷가 넓은 백사장에 성공적으로 불시착했다고 상상하자. 그 사람에게 무엇을 꼭 해주고 싶은가?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주고 싶다는 그 생각과 느낌을 마음에 새기자. 영원한 이별의 상상이 가슴 찢어지게 아린 맛을 주는 그 사람에게, 꼭 해주고 싶다고 생각했던 그대로를 하라. 그것이 좋은 사랑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

 

내가 그리워한 그 누군가는 바로 남편이었다. 백일이 넘게 지방의 고시원에서 떨어져 지낸 시간 동안 알게 된 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서로 동의했고 남편은 다시 집으로 왔다. 그리고 또 알게 되었다. 남편에 대한 그리움의 유효기간은 고작 이틀이란 것을. 나는 이틀 만에 그에게 잔소리를 시작했다. 내가 그리워한 건 남편이 아니라 잔소리였나 보다. 사랑? 쳇!

 

***

 

만약 영원히 헤어진다고 해도 가슴을 아리게 만드는 사람이 없다면 그대는 잘못 산 것이다. 사랑하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하며 산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야 하고, 사랑받을 준비를 해야 한다.

 

***

 

좋은 생각!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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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8 13:25:11 *.128.166.129
밥 먹이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먹일 수 없네요. 사랑한다는 건 같이 먹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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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4 02:10:40 *.50.146.196

사랑.. 우리 담엔 사랑 이야기 함 할까나?

카페에 전시된 그림들이 참 좋았어.

나도 따라하고 싶었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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