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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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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3일 14시 13분 등록

8년만에 들은 대답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 올 무렵, 우연찮게도 집에 있던 저는 아이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쩐 일로 엄마 집에 있네!.”반색을 하던 아이는 간식을 주문했고 저는 분식점 아주머니처럼

재게 손을 놀려 뚝딱 떡볶이를 만들어 대령했습니다. 아이가 식탁에 앉아 떡볶이 냄비를 빠르게 비워나가는가

싶더니 재잘재잘 학교에서 있었던 보따리를 풀어냅니다.

"오늘 학교에서 동영상을 봤는데……”

아이가 말끝을 잊지 못하고 있어 얼굴을 살펴봤더니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혀 금세라도 울음보가 터질 것 같은 표정입니다.

“왜, 무슨 속상한 일 있었어? 울애기 왜 그래.”

막내인 아이는 올해 대학생이 되었는데도  힘든 표정이 될 때는 여전히 울 애기라 불러 주어야 제 말을 편하게 합니다.

“그게. 음, 그러니까 엄마들이 아이에게 어떻게 공감 능력을 키워주고 아이가 끝까지 말을 하게 할 수 있는지를

  동영상으로 보여 준거야.”

평시에 잘 울지 않는 아이이기에 저는 좀 당황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너를 슬프게 한 거구나.”

왜라고 묻는 대신 저는 잠시 아이의 다음 말을 기다렸습니다.

“그게 우리집, 너무 불편 했을 때 나 초등학교 다닐 때, 그때부터 엄마가 그렇게 노력 하 ……기 시작한 때가

  갑자기 떠올라서 엄마도 내가 아무리 못되게 말해도, 어떻게 말 해도 엄마가 하고 싶은 말을 참고…… 흐윽”

아이는 이제 우느라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울고 있습니다.

 

 8년전, 심리학을 공부하기 시작하며 제일 처음 했던 노력이 의사소통 커뮤니케이션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불쑥불쑥 올라오는  일차적 감정을 누르며 '엄마의 역할'로  말하는 것이 참으로 쉽지 않았는데 아이는 바로 그 대목을 떠올렸나 봅니다.  

그제야 아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게 된 저도 그때의 좌절과 힘들었던 일들이 떠올라 목이 메어 왔습니다.

울음이 잦아 들자 아이가 말을 잇습니다.

 

“오늘 그 동영상 보면서 내가 하도 우니까 아이들이 네가 엄마도 아닌데  왜 우냐고 놀렸어. 그런데 생각해 보니 엄마가 그런 노력을 하면서부터 우리 집이 화목해진 거잖아. 학교에서 무슨 검사를 해도 우리집은 합리적이고 순기능 가족으로 나와. 그래서 그 동영상을 보면서 엄마 생각이 많이 났어.  불편하고 힘들었던 어릴 때 집안 생각도 나고. ”

 

“그랬구나. 울애기. 체할라. 천천히 먹어.”

저는 목이 메여 잘 안나오는 목소리를 가다듬어 겨우 그렇게 말하고 그 일에 대하여 아이에게 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이의 그 감정은  오롯이 아이의 것으로 기억되어야 하는 어른이자  엄마인 저의 의견으로 방해 받지 않는 것이 중요한 거지요.  

 저는 조용히 방으로 들어와 기도상 앞에 무릎을 꿇고 그분과 마주 앉았습니다. 8년간 때로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 한결같진 못했지만 제가 일관된 태도로 대하려고노력해 온, 또 가족들에게 말 걸기에 대한 대답을 오늘 비로소 듣게 된 것입니다.

이제는 누구도 서로를 다치게 하지 않으며 요청하는 법을 알게 된 우리 가족.

 

저는 오래 묵상했습니다. 그리고 또  스승이 떠올랐습니다. 스승의 말씀이 머릿 속에 늘 잔상처럼 남아 있다가 이제서야 메아리로 제 가슴에 요동을 치는 이때, 이 봄날, 동기, 스승과 모여 어느해처럼 진달래 주 한 잔할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그런 날이 미구에 온다면  저도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된  대답을 스승께 들려 드리겠습니다.

 

온통 ‘사람으로 행복하라’이르신 그 말씀이 무슨 뜻인지 이제 조금 깨닫게 되었다고, 곁에 계셔서 행복하다고, 부족하지만

스승님. 조금이라도 웃게 해드릴 수 있는 제자로 곁에 오래도록 머물고 싶다고,  그러니 지금처럼 저희 곁에 오래 계셔서

해마다 봄술 나누는  자리에서 만나 뵙자고  말입니다.  

 

 

추신: 영화를 쓰려고 지난 주 영화를 2편이나 보았는데 도통 정리가 안되는군요. 이런글을 써야할 시간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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