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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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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1일 21시 07분 등록


***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연휴가 가득한 5월이다. 계절의 여왕이라니 닮고 싶다.

시간은 내내 한결같다. 또한, 닮고 싶다.

새해를 맞으면 버릇처럼 목표를 세운다.

왜 세우는지는 모르고 당연한 거 아니냐며 뭔가 상상하곤 한다.


2015년엔 ‘많이 웃기’였다.

첫 끗발이 개 끗발이라고 했던가.

상반기에 200%쯤 달성했고, 하반기에 -400%로 마감했다.

9년 동안 하던 일을 접고, 이사를 하고, 결혼을 정리했다.


2016년엔 ‘아무것도 하지 않기’였다.

‘안식년’이라고 이름 붙이긴 했지만 아무 말 대 잔치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느라 몹시 바빴다.

연말엔 어떤 모임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올해는 ‘최선을 다해서 예뻐지기’다.

작년에 아무것도 하지 않느라 자르지 않은 머리를 다듬고 파마를 했다.

뽀글 머리가 몇 년 만인가, 언제 또 긴 머리를 해보냐면서 큰딸이랑 같이 미용실에 갔다.

새치염색으로 상한 모발이지만 변신에는 성공했다.


내년이면 50인데 예뻐 봐야 얼마나 예쁘겠나. 어디다 쓸 데도 없다.

왜 예뻐지고 싶었을까? 내가 우선순위이기를 바라는 간절함이었다.

어쩌다 50년이나 살아버린 나에게 그 정도는 해주고 싶었다.

돌아보니 참 어쩌면 그렇게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는지 맑고 깨끗하다.


주도적으로 산다는 것이 가능할까?

내 일을 만들어서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내 시간표로 살아내지 못한 탓이다.

사회적 시간표에 모범적으로 충실했다.


결혼을 정리하면서 알게 된 건, 자신에 대해서 무척 소극적이라는 것이었다.

결혼으로부터의 자유를 원했지만, 실은 그건 실체가 없다.

도망가고 싶은 거였다.

현실을 피하고 싶은, 지금 여기가 아니라면 그 어디라도 가고 싶은 거였다.


나 아닌 누군가를 기다리다 기대하고 결국엔 의존적일 수밖에 없는 인습의 굴레였다.

오지 않을 뭔가에 알지 못할 기대나 희망을 덧씌우는 무덤이었을까.

벗어나면 뭔가 보일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다. 여전히 뿌옇다.

막막함에 눈물도 말랐다.


나를 믿지 않는다. 아니, 나의 기억을 믿지 않는다.

원하는 뭔가가 분명히 있었는데 기억나지 않을뿐더러 망가져 있다.

이미 알고 있던 일생은 다 살았으니 이제는 상상만 남았다.

처음부터 다시 그리고 색칠해야 한다.


정신적 바람둥이가 되어보는 것도 좋겠다.

다른 삶을 기웃거리고 따라서 해보는 거다.

망가진 기억과 빈약한 상상력뿐인 걸 알았으니 방법이 없다.

디톡스 프로그램도 그렇게 온 거다.


‘기대잔뜩’만 안고 오라는 공지를 받고 정말 그랬다.

잔뜩 기대하고 만난 미소 가득한 정양수 선생님의 강의는 따스했다.

죽음이 일상인 호스피스 병동의 이야기는 상상하기 쉽지 않았지만.

최대의 질병은 장수, 최고의 선물은 죽음, 과연 정말일까?


어떻게 살다가 죽고 싶은가?

나에게 자꾸만 묻는다.


**


정오 : 당근 1개, 두부 ¼모, 방울토마토 7개, 아몬드 7개, 호두 5개.


방울토마토 덕분에 안면근육이 총동원되었다.

윙크하고 찡그리다가 진저리를 쳤다. 이가 문제다.

달거나 신 거를 먹으면 이 모양이다. 남들은 달아도 내 입엔 시다. 과일이랑 안 친하다.

(토마토는 채소라지만 내겐 신 과일이다)

대신 매운 건 엄청 좋아한다. 통증이라는데 모른다. 청양고추, 생마늘 막 씹어 먹는다.


4:00 무첨가 두유 190㎖


이건..음.. 잠깐 갈등했다. 먹어야 하니까 먹었다.

주문을 잔뜩 했으니까. 딸들은 안 먹는다니까.


5:00 오이 ½개


껌이다.


6::00 현미밥 1공기, 두부 ¼모, 구이 김, 양파 1·마늘 3 볶음.


드디어 첫 밥이다!

간 없이 구운 김에 싸서 씹었다.

순식간에 사라졌다.

온몸으로 먹었나보다. 밥 성애자다.


오늘부터 큰딸도 함께 했다. 5월에 한다고 어제까지 치맥을 시전하더니 덤벼들었다.

방울토마토랑 오이랑 아몬드를 맛있게 먹었다.

현미밥을 보더니 엽떡이 많이 남았다며 냄비에 덜어서 물을 붓고 끓이기 시작했다.

생일 케이크도 남아서 아깝다며 냉장고에서 꺼내왔다.

잔반처리, 내가 하던 짓을 안 하니 큰애가 한다.


나를 위한 선물일까? 낼부터 다시 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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