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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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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30일 00시 30분 등록

* 본 칼럼은 변화경영연구소 1기 연구원 김미영 님의 글입니다.

 

외롭지 않았다. 평일의 고된 노동도 미소로 견디며 주말마다 둘이서 손잡고 놀러 다녔다. 친구 부부를 만나고 모임에 참석하고 선배네 별장도 찾아가고 서로의 친구를 만나고 그랬다. 우리가 스무 살일 때 그랬듯이 그때 그 사람들을 만나서 밤새 웃고 떠들고 취했다. 20년도 훌쩍 지난 지금, 아무렇지도 않게 그 시절로 돌아가서 주말을 보내고 또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곤 했다.

 

매번 누군가와 함께 했고 잊었던 우리의 추억을 기억하며 많이 웃었다. 부부로 산다는 게 이런 단맛도 있구나 싶었고 남편과 헤어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싶었다. 게다가 고마웠다. 나 같은 골치 아픈 애랑 사느라 더 고달팠을 그에게 미안하기까지 했다. 덕분에 국물 좋아하는 그의 후루룩 쩝쩝 소리를 이제는 그냥 듣게 되었다. 진짜 싫어했는데……. 그래서 이것도 사랑이라면 다시 사랑하나보다, 했다.

 

그 언젠가 남편이 꼴도 보기 싫어서 사랑하지 못해 미안하던 그때, 내 사랑은 거기까지라고 여겼더랬다.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살아서 뭐하나 싶어 헤어지자 했더랬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런 변덕을 부리게 된 이유가 뭘까? 그 흔한 답인 아이들? 물론 배제할 순 없지만 틀린 답이다. 아이들 때문에도 더 헤어지려 했었으니까. 불행을 견디며 사는 엄마의 모습을 남겨주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렇다면 뭘까? 어쩌면 내 엄마였을까? 고함과 욕설이 난무하다 뭔가가 부서지고 깨지고 결국 손찌검까지…….  죽자고 싸우고 나서 함께 목욕을 하는, 어린 내 눈에는 정신병자 같은 일상을 살아내던 그 언젠가의 내 엄마를 어느새 나도 닮아가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내 딸을 키우면서 내 안의 어린아이를 만났던 것처럼, 이제는 내 안의 엄마 혹은 아빠를 만나는 것일까? 그렇게 나도 남편과 함께 나이를 더하고 부모가 되어가는 것일까?

 

그래서 인가? 먼저 떠난 아빠를 그리워하면서 혼자 남아 즐기는 일상에 미안해하는 엄마를, 나는 어쩌면 이제야 조금, 아주 조금 이해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어린 내 눈엔 그저 정신병자 같았던, 내 부모가 살아 낸, 미친 듯 치열한 젊은 날의 열정과 욕망과 분노와 폭력을, 그 상처를 그냥 인정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면서. 얼마나 아팠을까, 하면서.

 

그리고 또한 받아들이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나를 닮은 선택을 하게 될 내 딸까지도.

 

- 김미영 mimmy3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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