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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12일 07시 43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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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www.yes24.com

 

이 칼럼이 나가는 12일부터 바티칸에서는 콘크라베(Conclave) 가 시작됩니다. 이에 이번 주와 다음주 칼럼은 콘클라베를 중심으로 씌여 질 예정입니다.

콘클라베(Conclave) 란 가톨릭 교회에서 교황을 선출하는 추기경단의 선거회를 말합니다. 한마디로 가톨릭 교황을 반장이라고 할 때, 반장선거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가톨릭의 교황을 선출하는 선거시스템은 역사적인 배경과 변하지 않는 전통을 고수하고 있고, 그 상징성 때문에 매번 전 세계의 주목을 받습니다. 

'열쇠로 잠근다'는 뜻의 라틴어 '콘클라베'는 철저한 비공개 회의로, 추기경단은 물론 교황청 직원은 기밀 누설 금지 서약을 해야 합니다. 콘클라베는 교황 서거 혹은 사임 후 15~20일 이내에 추기경들에 의해 진행됩니다. 추기경들은 임명된 날로부터 새로운 교황의 선거권을 가지게 됩니다만, 80세 이상의 추기경들에게는 선거권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정진석 추기경님도 이에 해당됩니다. 추기경이긴 하시지만 실제적인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에서는 제외가 된 것입니다.

초기 교황의 선거는 그 지방의 성직자와 신자들에 의해 선출되었다고합니다. 그러나 로마 주교가 '교황'으로서 '가톨릭교의 총대주교'이자 '이탈리아의 수석주교'의 권위를 갖게 되는 일종의 '최고의 권력'을 지니게 되자, 교황을 선거하는데 있어서 외부 세력이 간섭하게 되었습니다. 일종의 대통령 선거가 된 것입니다. 4세기부터는 로마 황제와 귀족, 독일 제왕들이 교황 선출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였고, 동로마 황제는 교황선거의 승인권을 요구하기도하였다고 합니다.

오늘날 추기경들이 교황선거를 위해 유폐되는 장소는 바티칸 안의 시스티나 성당입니다. 얼마전에 예술의 전당에서 <바티칸 전>을 딸과 함께 관람했는데, 정말 아름다운 성당입니다. 실제적으로 그곳에 방문했을때는 몰랐다가 이런 박물관에서 다시 전시가 될때면 왜 더 멋져보이는 걸까요. 어쨌건 그런 아름다운 성당에서 추기경들은 빵과 포도주, 그리고 물만을 공급받으며 외부 세계와의 접촉이 일절 차단된 가운데 투표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투표방식이 좀 특이합니다. 투표는 오전과 오후에 비밀투표로 각각 1 2회 진행되며, 3분의 2 이상의 득표수가 나올 때까지 계속됩니다. 모든 투표는 무기명으로 하며 3일째가 되어도 결정이 되지 않을 때는, 선거인단을, 부제급, 사제급, 주교급 추기경의 순으로 많게하여 다수의 의견에 따라 3분의 2이상의 득표 수 대신에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자 두 명의 결선 투표로 진행 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투표 이후에 공표하는 방식도 특이합니다. 투표가 끝난 뒤에는 투표 용지를 태워 나오는 연기로 외부에 결과를 알리게 되는데요, 검은 연기는 아직 선출하지 못했다는 의미를, 흰 연기는 새 교황이 선출되었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2005년 교황 베테딕토 16세의 선거부터는 흰 연기와 함께 성 베드로 대성당의 타종도 겸하고 있습니다.

원래 교황은 종신형이기 때문에, 현재 교황이신 베네딕토 16세가 선종(善終가톨릭에서 죽음을 높여 부르는 말) 를 해야 콘클라베를 진행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베네딕토 16세는 지난달, 바티칸 교황청에서 열린 추기경 회의에서 "교황에서 공식 퇴위하겠다"고 밝혀서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그는, "하느님 앞에서 나의 양심에 거듭 물었다. 나이가 너무 많이 들어 교황 임무를 수행할 만한 힘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는 확신이 들었다"는 게 그가 밝힌 사임 이유입니다.

다음 칼럼에서 자세히 쓰겠지만, 교황은 1927년생으로 현재 나이가 만으로 여든다섯입니다. 독일 출신이며 2005 4 19, 78세의 나이로 제265대 가톨릭 교황에 즉위했습니다. 그는 동성애’, ‘이혼’, ‘인간복제등에 철저히 반대하는 정통 가톨릭 교리를 주장하는 주의라 이에 반대하는 의견도 많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연설문을 읽기 힘들 정도로 기력이 약해진 것으로 알려졌다고 합니평소에는 고혈압을 앓고 있었으며, 2년 전부터 퇴행성 관절염으로 움직임에 불편을 겪었다고합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교황의 자진 사임은 1415년 교황 그레고리오 12세 이후 598년 만이라고 합니다.

콘클라베를 앞 둔 이 시점에 도서관에 달려가 콘클라베라는 제목을 검색하니 두 권의 책이 나왔습니다. <콘클라베><피의 콘클라베>. 두 책을 당장 대출대에서 스캔해서 집에 오자마자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탈리아의 작가 로베르토 파치가 쓴 <콘클라베>라는 책은, 말 그대로 콘클라베를 하는 과정이 생생하게 묘사됩니다.

127명의 추기경들을 모두 모아 투표를 하자니, 각기 다른 이유들로 인해 100% 투표를 하기 어려운 것으로부터 이 소설은 시작됩니다. 80세 이하의 추기경들이 모이다보니 건강상의 이유를 핑계로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인원들도 속출하게 되는 것이죠. 하루에 2회 투표를 해야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이 소설은, 124명이 투표해 참석했던 11회차 투표 결과도 무산되면서, 결국 12회차 투표를 준비하게 되고, 추기경들은 서서히 지쳐가기 시작합니다. 이탈리아인 교황을 선출되어야 한다는 알폰소 체리니 밀라노 대주교나, 교회에서 반대하는 마술에 심취한 레오폴드 탄자니아 주교, 회의에 불참하곤 하는 압둘라 조셉 레바논 주교 등등 많은 개성있는 대주교들이 모인 가운데 의견일치의 길은 멀고도 험해 보입니다.

하지만 콘클라베 도중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게 됩니다. 소설만이 가질 수 있는 상상력이 점차 발휘되는 것입니다.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의 그림이 보이질 않기도 하고, 갑자기 닭과 전갈, 쥐와 고양이, 박쥐와 올빼미들이 득실대는 성당으로 변하기도 하고, 추기경들이 투표를 하고 난 뒤, 터키탕에 가서 발가벗고 증기를 쐬며 은근히 특정 인물의 투표를 독려하는 장면들도 나옵니다.

소설의 마지막은 결국 투표절차 없이 만장일치로 이탈리아 토리노 출신 에토레 말베치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출됩니다. 이 선출 과정을 작가인 로베르토 파치는 모두의 마음에 신심이 일어 동의하는 것으로 묘사하여 당혹감을 선사합니다. 콘클라베의 뒷이야기들에 흥미있어 하다가 느닷없이 콘클라베의 끝을 환상적으로 맺게되어 독자들은 분명이 충격을 받으실 겁니다. 완전한 대미를 장식하기를 기대한 독자들은 좀 더 숭고한 결말을 기대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만, 작가는 좀 서둘러서 소설을 마무리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간혹, 사실과 다른 부분도 눈에 뜨입니다. 선출 기준이 3분의 2이상의 득표인데, 이 소설에서는 과반수 이상 투표로 묘사되고, 3일째가 되어도 결정이 되지 않을 때는, 선거인단을, 부제급, 사제급, 주교급 추기경의 순으로 많게하여 다수의 의견에 따라 3분의 2이상의 득표 수 대신에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자 두 명의 결선 투표로 진행 되기도 한다고 하는데, 이런 과정들이 모두 생략 되어 아쉬움이 남는 소설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도 이 책은 콘클라베를 배경으로 하는 몇 안 되는 소설을 읽었다는 기쁨을 주었습니다. 오늘부터 지구 저편 바티칸에서 시작되는 콘클라베, 지켜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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