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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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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14일 19시 23분 등록

* 이 글은 5기 연구원 좌경숙 님의 글입니다.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를 하다보면 어떤 사람과는 잘 통하는 듯하고 어떤 사람과는 계속 어긋나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말의 내용에 정보와 메시지가 담겨있는 사람도 있고, 무언가 열심히 말을 하고 있는데 핵심 메시지가 쉽게 파악이 안되는 사람도 있다.

 

우리 아이는 어디니?” 하고 내가 전화를 걸면 , 밖이야"언제오니?" , “좀있다가어디쯤인데?” , “가고 있어!” 라고 대답한다.참고로 우리는 사이가 나쁘지 않다.

핸드폰이 없던 시절에는 가장 명확하게 의사전달을 하던 아이였다.엄마, !”

 

그런데 이 아이는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하루 종일 말을 하지 않고도 잘 지낸다.입에 곰팡이가 나지 않을까 걱정이 될 만큼 말이 없다.어느 날 내가 웃기는 얘기를 밖에서 듣고 와서 옮겨 말해줘도 웃지 않는다. 머쓱해서 재밌지 않아?” 하고 물으면 내가 웃으면 엄마가 또 말할까봐!” 라고 한다. 한번은 누나하고 싸우다가 말에서 밀리는 듯하니까 주먹을 썼다."왜 때려!"

너는 왜 입으로 가슴을 때리냐?” 명문장을 남겼다.

그런데 이 아이는 듣기를 아주 잘하고 공감능력이 뛰어나다.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쓴 편지를 집으로 보내오면 그 글을 읽으면서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렇게 깊은 생각들을 하고 있었구나.....“

세상에는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듣기를 아주 섬세하게 잘하는 사람이 있다.

어떤 사람은 말과 글로 표현되어진 것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어떤 사람은 말과 글의 행간을 읽는다. 어떤 유형이든 자기 나름대로 최선의 소통방법을 추구한다. 그러나 처음 만난 사람일 경우는 어떻게 소통을 하고 관계를 풀어나가야 할지 탐색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시간이 지나가고 조금씩 사람들을 알게 되면 서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기법들을 구사하며 관계를 이어 나간다.

 

칼리 피오리나는 질문을 통해서 상황을 이해했다. 좋은 질문에는 좋은 답을 이끌어내는 힘이 있다. 아마 학창시절 1000여 페이지가 넘는 책을 20쪽으로 요약하고 그다음에는 10페이지로 , 5페이지로 맨 마지막엔 2페이지로 요약하는 훈련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한다.

나는 처음 변경연 사이트에 들어와서 둘러보고는 마음을 끄는 글을 많이 읽었다. 사람들을 글로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해서 제법 오래 머물기도 했다. 그리고 어느날 부지깽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사람의 글을 읽었고, 세상 사람들에게 다 열어둔 듯한 시 축제 의 초대의 글을 보았다. 그렇게 글속의 사람들을 만났고 지금 여기까지 왔다.

 

10여년 전에 처음 더불어 숲 게시판에 접속 했을 때에도, 거의 매일 글을 올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 게시판은 스승의 날, 한 제자가 선생님께 선물로 만들어 드린 것이다. 그래서 게시판의 지향성대로 우이 신영복 선생님을 닮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왔다. 그때 초창기 게시판을 이끌어가던 사람 중에 우이선생님의 글을 매일 옮겨 적어주는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선생님을 직접 인터뷰하고 글을 올린 사람도 있었다. 뚝딱뚝딱 게시판을 관리하면서 감수성이 드러나는 글을 쓰던 사람도 있었고, 작업 현장에서 사람들의 행태에 분노하고 항의하는 노동자도 있었다.

 

한동안 게시판을 보며 글과 사람을 익히던 나는 어느 날 용감하게 오프라인 모임에 나섰다. 게시판속의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 나를 끌어당겼다. 그때 지방에 머물고 있던 나는 한양길 천리를 멀다하지 않고 올라왔고 글속의 사람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었다. 신기했다. 이미 그 사람들은 내가 잘 아는 사람들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글과 얼굴이 같은 사람도 있었고,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쉽게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아직까지 수많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 잘 알고 이해하는 친구로 지내고 있다. 그렇게 게시판의 글이 쌓이자, 그 글들을 모아 책으로 엮어내기 까지 했다.

 

 

지금 내가 방문하는 사이트는 더불어 숲변경연이 유이하다.(有二)

처음 연구원에 지원하면서 북리뷰는 좋은책 이야기에 쓰고 칼럼은 살다보면에 썼다.

이때에는 레이스를 위한 글쓰기이면서 동시에 실명으로 나가는 글이어서, 그때까지 글로서 소통을 해 본 일이 많지 않았던 나는 긴장을 많이 했고 한 페이지로 압축해서 표현하려고 노력을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글은 길게 쓸수록 글쓰기연습에 도움이 되는 것이란다.

이제는 매주 월요일 정오까지 북리뷰와 칼럼을 올리는 것이 연구원 글쓰기의 의무이고 훈련과정이어서 매 주말을 글에 살고 글에 죽고지내고 있다.

한동안 힘들어서 죽을 것 같아요라고 투정을 많이 했었는데 어느날

그렇게 힘들어요? 그런데 왜 해요? ” 라는 질문이 들어왔다. 좋아요? 재미있어요?” 사람의 마음을 잘 읽고 있던 사람의 질문이 계속되었다., 힘들지만 좋고 또 재미있어요. 신이 나는 날도 있어요..”나는 어린아이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인터넷 게시판은 들어가서 놀기에 참 재미있다.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도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으니 필요할 때 마음대로 다녀가면 된다. 그러나 나처럼 두 개의 게시판만 다니고 있는 사람에게는 글을 쓰는 사람들을 곧바로 기억하게 된다. 글에도 얼굴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글이 변해가는 모습도 들어오고 소수의 인원이지만 글로 소통하고 있는 글벗들도 생겼다. 그런데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자기 검열을 하며 망설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사회의 바탕에 깔려있는 흑백의 편 가르기가 부담이 되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차이에 대한 존중때문에 망설이기도 하는 것 같다. 사실 생각이 다르면 신기하게 느끼고 한번 더 질문을 해서 더 잘 이해하도록 해야 하는데... 그럴만한 용기가 없으니 아직은 준비가 되지 않았나보다.

 

어쨌든 꾸준히 글을 올리고 있으니, 얼굴이 보이지 않는 독자들께도 글을 읽어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언젠가 한번은 늘 글을 읽고 있는 내 친구가 왜 이순신의 사람들에 이순신의 사람들이 나오지 않느냐?, 또 어떻게 책의 첫 번째 독자가 저자가 될 수 있느냐?” 고 피드백을 했다. 그래서 나는 그 이순신의 사람들은 붕어빵에 붕어가 빠진 것 같지? 시간이 없어서 그랬어....나중에 다시한번 더 써볼게. 그런데, 저자가 첫 번째 독자가 되는 것은 공감이 가는데...”라고 대답했다.

 

 

또 웃기를 잘해서 내게 늘 활력을 주고 있는 친구는, 글을 보니 나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고 하면서 격려해주었다. 그런데 글이 좀 어렵다고 말을 했다. 그래서 나는 다시한번 나의 글들을 읽어보면서 산만한 논리와 불필요한 정보를 나열 해놓은 글들을 반성했다. 아직은 초보 게시판 글쟁이여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지만 만약 인쇄 매체를 통해 책으로 글이 나간다면 읽는 사람들을 다 찾아다니면서 ... 그런데.... 그게 아니고요....”할 수 는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다 써놓은 글을 보고 또 보면서 수정을 거듭하고 있지만 그래도 빠져나간 실수들은 항상 나타난다.

글은 곧 그 사람이다

오늘도 이 글을 가슴에 새기면서 있는 그대로 이해받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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