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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옹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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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8일 08시 23분 등록

이 글은 3기 연구원 한정화님의 글입니다.

 

까만 토끼를 위하여
- 내 안의 금기

p_20100413-2-까만토끼.jpg

그림으로 그려서는 안된다고 하는 것들을 나는 아주 많이 가지고 있다.
'검은 꽃'  '까만 토끼'  '피와 죽음' ...

토끼는 깜장색이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나는 언제부터 갖고 있었던 것일까.
내가 보아온 토끼는 흰색이나 회색이었고 혹은 엷은 황토색이었던 것 같다.
토끼인형은 흰색, 연한 핑크색, 연한 하늘색이었다.

그런 내게 온통 까만 토끼 인형은 충격이었고, 그런 발상을 해낸 완구점 디자이너가 이상한 사람이란 생각까지 들었었다. 그런 중에도 다른 많은 인형들 속에서 까만 토끼는 단연 눈에 띄었다.

나는 이때까지 순수나 어린이에 관련된 것에는 허상의 껍질을 씌워두고 있었나 보다.


검은 꽃을 그린 내 동생은 자신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까? 동생은 아마도 그것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나와 한살 차이나는 동생은 국민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첫번째 미술시간에 까만 꽃을 그렸다. 미술 교과서에는 봄과 꽃밭이란 주제로 그림이 실려있었는데, 나도 첫번 미술시간에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동생의 담임 선생님께서 우리 집에 전화를 하셨다.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너무나 오래된 것이라 기억하지 못해야 하는 데 나는 그걸 기억하고 있었다. 어렴풋한 내 기억 속의 그 사건은  '검은 꽃'은 정서에 문제가 있다는 것으로 굳어졌다. '검은 꽃을 그린다=문제 있는 사람'이란 공식은 나만이 알고 있는 것이었다. 

내 마음 바닥에 있는 것이 '금기'를 탐색하며 하나 드러났다. 

나는 은밀하게 나는 타인과 어울릴만한 사람, 정서적으로 문제가 없는 사람처럼 살려고 노력해왔다.  사춘기를 맞으면서부터 '넌 좀 달라' '넌 좀 특이한 것 같아.'라는 말을 들어왔다. '특이하다' '독특하다'라는 말은 늘 날 아프게 했다. 그 말을 직접 했던 주변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나를 관찰하는 사람이 되었을 뿐 나의 친구가 되지는 않았다. 난 원밖으로 밀려났다. 때로는 그냥 내가 원 밖으로 나와섰다.

 '검은 꽃'은 그냥 꽃이면 되었다. 그것을  너무 오래 숨겨 놓고 있었다.

까만토기를 예쁘장하게 그리고서야 알았다.
그리곤 내게 말해 주었다.

"까만 토끼여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p_20100413-1-까만꽃.jpg


****
100일 창작 모임에서 여럿이 낙서를 했다.
둥근 테이블에 넷이서 둘러 앉아 커다란 종이에 주제없이 낙서를 했다. 일상이 드러났다. 한동안 몰두했던 것, 지금 눈 앞에 보이는 것, 옆사람의 말소리에서 얻는 아이디어, 이번주 주제 금기, 그동안 그려왔던 것 들이 그려졌다. 
그렇게 속을 비워내고 다시 한장 그렸다. 이전보다는 좀 더 단정해졌다.
 
세번째로 이번주 주제를 낙서했다.

20100413-금기.jpg

입 밖으로 내서 말하기엔 웬지 꺼끄러운 것, 자신을 멋지게 보이게 하는 것들과는 거리가 멀다 느껴져 숨겨왔던 것들을 그려 넣었다.

성性, 돈(金), 종교, 죽음에 대한 공포, 안온한 삶, 등을 그리면서 감정을 배설해버렸다.
틀에 박힌 삶을 살고 있다고 자신을 탐색한 멤버는 문과 문밖의 혼돈된 삶을 그려 넣었다.
다른 멤버가 그린 그림들 위에 낙서를 하고, 색으로 덮어버려서 파괴했다.
다 그렸을 때는 사람을 깨물어 먹는 괴물, 죽음, 거꾸로 자라는 나무, 악마의 까만 입, 죽어서 접히고 쳐진 사람, 위 아래가 뒤집힌 공간들이 뒤섞이게 되었다.

 

                                                                                  한정화 변화경영연구소 3기 연구원 (all4j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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