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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27일 18시 19분 등록

* 본 칼럼은 변화경영연구소 2기 연구원 정재엽 님의 글입니다

 

 

너, 니체 <니체 전집>을 읽으며-

 

 

니체전집 1. <언어의 기원에 관하여·이러한 맥락에 관한 추정·플라톤의 대화 연구 입문·플라톤 이전의 철학자들·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유고(1864년 가을~1868년 봄)>

니체전집 2. <비극의 탄생.반시대적 고찰>

니체전집 3. <유고 (1870-1873)>

니체전집 4. <유고 (1869년 가을-1872년 가을)>

니체전집 5. <유고 (1872년 여름-1874년 말)>

니체전집 6. <바이로이트의 리하르트 바그너 유고 (1875년 초-1876년 봄) >

니체전집 7.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1>

니체전집 8.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2>

니체전집 9. <유고 (1876-1877/78 겨울) 유고 (1878년 봄-1879 11)>

니체전집 10. <아침놀>

니체전집 11. <유고 (1880년 초-1881년 봄)>

니체전집 12. <즐거운 학문, 메시나에서의 전원시, 유고(1881년 봄 ~ 1882 년 여름)> 출간예정

니체전집 13.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니체전집 14. <선악의 저편.도덕의 계보>

니체전집 15. <바그너의 경우.우상의 황혼.안티크리스트.이 사람을 보라.디오니소스 송가.니체 대 바그너

(1888~1889)>

니체전집 16. <유고 (1882.7-1883/1884겨울)>

니체전집 17. <유고 (1884년 초~가을)>

니체전집 18. <유고 (1884년 가을-1885년 가을)>

니체전집 19. <유고 (1885 7 ~ 1887년 가을)> (출간되지 않음)

니체전집 20. <유고 (1888년 초-1889 1월 초)>

니체전집 21. <유고 (1887년 가을-1888 3)>

 

 

 

 

<니체 전집> 을 목표로 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연구원 필독서로 나온 고병권이라는 작가가 쓴 천 개의 눈 천 개의 길’, 이라는 책이 도대체 마음에 와 닿지 않아서이다.

 

먼저, 너무나도 현학적으로 쓴 글에 중심을 잡으며 읽기가 힘들었다. 이것은 독자를 위해 쓴 책인지, 아니면 본인이 니체의 사상을 본인만이 알기 위한 일종의 부호화 시킨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의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정리되지 않은 글들이었다. 그래서 그래, 전집을 읽어보자ㅡ 하고 뛰어들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 나를 두고 한 말이었다. 독일어로 읽었어야 했다. 물론 나는 독일어를 모른다. 그러나 전집이라고 번역된 책을 읽어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 나는 차라리 고병권의 글을 다시한번 읽어낼 것을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1권 언어의 기원에 대하여, 부터 막히기 시작했다. 이것은 도통 읽어내기 어려웠다. 한 장을 넘기면 첫 한 두 문장만 읽고는 그저 쓱- 하고 글자가 어떻게 생겼는지만 바라보고 넘겼다.

 

문제는 2권부터였다. 비극의 탄생. 정말 비극적인 탄생이었다. 탄생 자체가 비극이 될 수 없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 책이었다. 번역도 썩 잘된 듯했다. (일단, 한국어는 자연스러웠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릴 것이다. 독일어 원전을 몰라서 평가할 수 없지만) 이 때부터 나는 소위 말하는 니체를 조금이나마 맛본 듯 했다.

 

3, 4, 5권은 유고집이다. 그는 평생 병마와 시달려야 했다. 병마와 시달리면서 쓴 글들이라 본인의 신체 변화에 관한 내용들이 많았다. 일기형식이라 남의 사생활을 훔쳐보는 Peeping Tom 이 된 기분이 들었다.

 

6권과 15권은 바그너에 관한 책인데, 바그너는 그의 오페라로 이미 만났기 때문에 나에게는 더없이 친숙한 주제였다. 특히 얼마 전에 다시 읽은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을 접하면서 바그너의 오페라인 시리즈를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서인지, 더 친숙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7권과 8권인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은 너무나도 인간적이지 않게 읽었다. 너무나도 음침하고 침울한 기분이었는데, 하필이면 그 당시 월드컵이 한창이었다. 너도나도 붉은 옷을 입고 거리로 나아가 응원하는 모습들은 너무나도 비()인간적으로만 보였다. 한 권의 책이 내 삶을 이렇게 변화시킬 수 있나 싶었다.      

 

13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솔직히 별 감동을 못 받았다. 그러나 충분히 학문적으로는 가치가 있다고 느껴졌다. 이미 그의 사상이 만연화 되었기 때문일까? 더 이상 신비하지도, 새롭지도 않았다. 고등학교 1학년때 절친한 친구와 함께 문고판으로 읽었던 기억이 났다. 더불어 그 책을 읽고 그 친구가 철학에 대해 논했을 때, 그의 너무나도 아름다운 언어 사용에 그만 기가 죽었던 삽화 또한 떠올랐다. 

 

니체 전집 14편인 선악의 저편도덕의 계보는 차라리 안읽으니만 못했다 싶다. 그저 번역 탓이겠거니 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고병권의 책 속에서 이 책들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결국, 선악의 저편은 짜라투스투라와 연계해서 생각해야 하고, ‘도덕의 계보는 역사서가 아니라 그가 생각했던 유토피아적 사고임을 나중에서야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지금 현재 그의 유교집 85년에서 88년 사이를 읽고 있다. 그가 바로 병과 싸우면서 저작활동을 할 시기이다. 그는 뇌마비증으로 정신이 혼미해 지면서, 근시안이었기에 시력의 감퇴를 걱정해야했고, 가눌 수 없는 두통으로 정신적 작업을 중단해야 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는 그 시기에 심할 때는 발작과 같은 흥분으로 혼수상태에 떨어진 것 간다고 한다. 특히 87년에 이르러서는 그 빈도와 고통이 더욱 심해졌고, 마침내는 완전히 정신력을 파괴, 마비시키는 상태로 떨어져 버렸다 한다. 그의 고통이 어디서 멈추어 질 것인지 읽는 나 자신도 괴로울 따름이다.

 

그의 총 21권의 저작물들을 통독하기 일보직전이지만, 솔직히 여기까지 읽었다는 기쁨이, 그를 좀 더 잘 이해했다는 사실보다 기쁘다. 읽어서 뭐하냐는 남들의 시선을 뒤로 한 채, 얼마나 앞만을 보면서 달려온 나날인가. 아마도 니체 그 자신도 독자들로 하여금 그의 저작물들을 다 읽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을 것 같다. 왜냐하면, 그가 가장 주장했던 힘의 원천은 바로 어떤 사물을 더 잘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자기긍정, , 그를 통해서 내가 나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 좀 더 긍정하기를 바랬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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