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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옹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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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14일 09시 21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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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타자기의 원조에 해당하는 레밍턴 타자기는 1874년에 등장했다. 미국인 크리스토퍼 숄즈(Christopher L. Sholes)에 의해 개발된 이 타자기는 처음에는 자판을 위에서부터 알파벳 순으로 배열했다고 한다. 그런데 사용자들로부터 타자기를 빨리 칠 때 자판들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불만을 자주 들었다. 왜냐하면 타자기의 특성 상 글자를 연달아 빠르게 치면 글쇠들이 서로 엉키게 되어 작동을 멈추기 때문이었다. 숄즈는 기술자들에게 이 불만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기술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토론하는데, 그 중 한 명이 말했다.

 

  타자를 빨리 칠 수 없게 만들면 어떻습니까?

그렇게 하면 자판들이 지금처럼 자주 엉키지 않을 겁니다.”

 

, 글자의 배열을 타이핑 속도를 최대한늦추도록고안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영어에서 ‘O’는 세 번째로, ‘I’는 여섯 번째로 자주 쓰이는 철자들이다. 그래서 기술자들은 상대적으로 약한 손가락을 쓰는 자리에 이 철자들을 배치했다. 가장 많이 쓰이는 글자들을 자판의 각 줄에 두루 흩어 놓았고 주로 왼쪽으로 몰아 놓아 오른손잡이들이 서투르게 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비효율적 논리가 키보드 전체에 적용되었고, 이 멋진 생각이 키보드가 서로 엉키는 문제를 해결했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쿼티(QWERTY) 자판의 유래이다.

 

그 이후 타자기는 컴퓨터와 워드 프로세서로 대체되었다. 지금은 아무리 빨리 쳐도 글쇠가 뒤엉키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더 빨리 칠 수 있는 철자 배열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QWERTY 배열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요즘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QWERTY자판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구매의 척도 중 하나이다. 그만큼 편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실제 이 자판의 유래는 편리함과는 정반대다.

 

규칙이란 이렇게 만들어진다. 여러 가지 정당한 이유 때문에 사람들은 규칙을 만들고 잘 지키기 시작한다. 그러나 시간은 흐르고 사람은 변화며 환경은 달라진다. 한 가지 규칙이 자리를 잡으면, 그 규칙이 만들어진 최초의 이유가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규칙이 그대로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사람들은 그 규칙을 따른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관여하게 되어, 그 규칙을 바꾸는 것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우리의 문화는 규칙을 준수할 것을 요구한다. 어릴 때부터 우리는 규칙을 지키는 것이 선()이다라는 가치관을 습득하게 된다. 신호등이 파란색일 때 길을 건너야 하고, 신발은 신발장에 가지런히 놓아야 하며, 선생님께는 존댓말을 써야 하고, 도서관에서는 조용히 공부를 해야 착한 학생으로 인정받는다. 개그 콘서트 <애정남> 최효종의 대사처럼 지키지 않는다고 경찰차 출동 안하고 쇠고랑 차는 것은 아니지만’, 규칙을 지키는 행동은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임에는 분명하다.

 

문제는 이 규칙이 생각에 적용될 때 일어난다. 우리는 '오렌지색 코끼리는 없다', 또는 '선 밖으로 튀어나가지 않게 색칠해라', ‘2 더하기 3의 정답은 5라는 말을 들으면서 성장한다. 우리의 교육체계는 커 갈수록 점점 더 많은 규칙을 가르치는 구조로 되어 있다. 학생들이 칭찬받을 때는 여러 가지 생각을 떠올려보고 독창적인 사고를 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이미 학습한 정보를 잘 기억하고 있을 때라야 칭찬을 받는다. 이러한 교육의 결과로 사람들은 규칙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보다 그 규칙을 따르는 것에 더 편안해 한다. 그러나 당신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으려 할 때, '규칙을 준수하라'는 가치관은 또 하나의 정신적 감옥이 된다

 

어떻게 이 정신적 감옥을 벗어날 수 있을까? 한 가지 방법은 기존의 당연시되는 규칙을 파괴해 보는 것이다. 모든 창조는 파괴에서 시작한다. 새로운 패턴을 만들기 위해서 다른 패턴을 파괴해야 한다. 창조적 사고의 전략 가운데서 가장 효과적인 것은 규칙에 도전하는 것이다. 천문학자인 코페르니쿠스는, 지구가 태양주위를 돈다는 가설로 우주가 인간을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규칙을 파괴했다. 아인슈타인은 질량과 에너지를 동일한 현상이 다른 형식으로 발현된 것이라고 생각함으로써, 뉴튼 물리학의 규칙을 깼다. 베토벤은 긴 박자의 코다와 두 개의 관현악 푸가를 이용하여 교향곡의 작곡에 관한 규칙을 깼다. 인류의 모든 위대한 발명과 발견은 통념과 규칙을 파괴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규칙은 외부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내부에도 규칙은 존재한다. 기원전 그리스의 철학자였던 헤라클레이토스는 개들은 모르는 것을 보면 짖는다고 비유했다. 우리의 마음 속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경계하는 장치, 짖는 개가 있다. 그 짖는 개 때문에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자기 마음에 맞지 않으면 그건 안 돼’, ‘현실적이지 안잖아.’, ‘그건 황당한 생각이야하고 스스로에게 말하며 단념해버리는 것이다.

 

나는 가끔 교육에 참가한 신입사원들에게 종이비행기 게임을 시킨다. 게임 방법은 다음과 같다. 참가자들을 몇 팀으로 나누고 각 팀에 종이를 20장씩 준 다음 방바닥에 선을 한 줄 긋는다. 그리고 5분간 시간을 주고 종이비행기를 만들게 한 다음, 선에 일렬로 서서 날리라고 한다. 가장 멀리 날아가는 비행기를 만든 팀이 이기는 것이다. 이 게임을 시키면 사람들은 대부분 곱게 종이비행기를 접는 데 시간을 허비한다.

 

그러나 이 게임에서 승리하려면 종이를 비행기 모양으로 접는 것보다 공처럼 구겨서 던지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그건 이상하다고? 말도 안 된다고? 규칙 위반이라고? 종이비행기는 반드시 양쪽 모서리를 반듯이 접어 뾰족하게 만든 비행기 모양이어야 한다는 규칙을 내가 말했던가? UFO 처럼 둥근 구 모양은 종이 비행기라 부를 수 없나? 그건 비행체()라 불러야 한다고? 그건 누가 정한 규칙인가? 이쯤 되면 신입사원들은 종이 비행기의 모양은 이래야 한다는 가정과 규칙을 스스로 만들고 그 안에 갇혀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규칙을 파괴하라.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생각을 뒤집고, 뒤틀고, 발로 차고, 머리로 깨뜨려라. 생각에 금기는 없고 지식은 한계를 지니지 않는다. 생각 속에서 빨간 신호에 걷고, 신발은 걸레통에 구겨 쳐 넣고, 선생님에게 껌을 씹으며 반말을 지껄이며 도서관에서 발가벗고 떠들어라. 스스로 금기시하는 규칙의 선을 통쾌하게 넘고 짜릿하게 벼랑 끝에 서라. 미국의 사업가 리처드 니콜로스는 신성한 소가 맛 좋은 스테이크가 된다고 했다그러니 과감히 내 안의 신성한 소를 죽여라. 금지된 소가 더 맛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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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4 12:47:19 *.45.129.181

'생각의 규칙을 파괴하라'.... 승오, 좋은 화두인 것 같다. 생각하는 방법에 변화를 줄 때 비로서 새롭고 창의적인 '스파크'가 일어날 수 있을 테니까.  곰곰히 좀 씹어볼께.

 

승오도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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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6 08:17:17 *.247.149.205

네 형, 책을 읽을수록 창의성의 본질은 결국 '틀을 깨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물론 출발점은 그 틀이 무엇인지 스스로 알아차리는 것 부터 시작하는 것이겠죠.

 

좋은 한 주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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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4 13:57:23 *.216.38.13

승오!

 

'금지된 소'를 먹는 것 처럼 맛있는 칼럼이네^^ 냠냠냠!

 

내 삶 속에서 깰 수 있는 규칙이 있는지 고민좀 해야 할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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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6 08:20:16 *.247.149.205

재엽이형, 형이야 말로 변경연에서 금지된 소를 가장 맛있게 드시는 분이 아닐까 싶어요. ㅎㅎㅎ

나이가 들어도 창의적일 수 있는 비결이 멉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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