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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옹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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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11일 09시 02분 등록

체스 역사상 가장 뛰어난 체스 선수로 평가 받는 게리 카스파로프(Garry Kasparov) 1985년 처음 우승 이래 10년간 단 한번도 우승을 놓친 적이 없었다. 이에 몇몇 연구팀들이 체스 경기를 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7년 카스파로프는 당시 세계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던 체스 컴퓨터딥 블루(Deep blue)’에게 패배의 쓴 잔을 마시고 만다.

<
인사이드 체스>라는 잡지는 이러한 결과를대혼돈!’이라는 상징적인 단어로 묘사했다. 이에 자기 자신은 물론 살아있는 모든 좌뇌형 인간을 대신해 복수를 결심한 카스파로프는 컴퓨터를 상대로 재대결을 준비했다. 새로운 상대는딥 주니어(Deep Junior)’라는 한층 더 강력해진 이스라엘 컴퓨터였다
.

카스파로프는 체스판을 들여다보면서 1초에 1~3가지 수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보통 사람이 흔히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딥 주니어는 1초에 무려 200~300만 가지의 수를 계산한다고 한다. 이에 대해 카스파로프는 64개의 사각형으로 이루어진 경기장에서 인간이 컴퓨터와의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는 또 다른 유리한 면이 있을것이라고 믿었다
.

2003
년 미국 슈퍼볼 경기가 치러지던 날, 카스파로프는 뉴욕 시내의 호화로운 체육관에서 100만달러의 상금을 놓고 6연전 경기를 시작했다. 인간대 기계가 벌이는 상징적인 대결이었다. 수백만의 사람들이 경기장과 인터넷에서 이 대결을 지켜보았다. 첫 번째 경기는 카스파로프의 승리였다. 두 번째 경기는 무승부였다. 세 번째 경기에서는 초반의 우세한 국면을 유지하지 못한 카스파로프가 패배하고 말았다. 네 번째 경기에서 카스파로프는 불안안 플레이를 펼치다가 가까스로 비겼다. 다섯 번째 경기 또한 무승부를 기록했다
.

마지막 여섯 번째 승부를 통해 최종 판가름이 날 것이었다. 다행히 여섯번짹 경기에서 카스파로프는 초반에 재빨리 승기를 잡았다. 그는 저돌적으로 경기했으며, 만약 상대가 컴퓨터가 아니라 인간이었다면 결국 승리를 일궈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상대는 컴퓨터였다. 망설이다 약간의 실수를 범하는 바람에 유리한 국면을 망쳐버리고 말았다. 그는 당황한 나머지 경기 내내 무력한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결국 마지막 경기도 무승부로 끝났다. 이로써 전체 6연전의 결과는 무승부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

1987
년 카스파로프가 체스계의 무서운 신예로 명성을 날릴 무렵 그는어떤 컴퓨터도 나를 이길 수 없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이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
나는 인간에게 몇 년간 유예기간을 주었을 뿐이다. 바야흐로 기계들은 매 경기마다 이길 것이고, 우리는 단 한 게임이라도 이겨보고자 발버둥칠지도 모른다
.”

여러 가지 면에서 볼 때 체스는 전형적인 좌뇌형 게임이다. 경기의 승리는이성적인 사고정확한 계산이라는 능력에 크게 좌우된다. 그러나 이는 컴퓨터가 더 잘 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제 많은좌뇌형 업무들이 컴퓨터에게 그 자리를 빼앗기고 있다. 이것은 마치 산업혁명이 일어났을 때 인간의 노동력을 기계가 차지한 것과 마찬가지의 패턴이다. 토목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미국의 존 헨리(John Henry)는 증기기관 드릴과 터널을 뚫는 경기를 하다 탈진하여 쓰러진 후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산업혁명이 기계가 인간 육체의 자리를 빼앗도록 허락했듯, 21세기의 지식혁명은 컴퓨터가좌뇌의 자리를 빼앗도록 부추기고 있다
.

물론 컴퓨터가 좌뇌의 업무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상당 부분을 잠식할 것이며 나머지 업무의 모습도 새롭게 바꿔 놓을 전망이다. 모든 일상적인 업무들이 몇몇 규칙에 따라 간소화되거나 반복 수행될 수 있는 단위 업무로 세분화될 것이다. 그 결과 사사로운 업무는 떨어져나가고 엔지니어와 프로그래머들은 좀 더 다른 소질, 즉 단순한 업무 능력보다는 창의력을, 세사한 업무에 공을 들이기보다는 좀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

미래에는 어떤 인재들이 각광을 받게 될까? 이공인들이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처럼 사회의 주역이 되어 시대를 이끌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을 개발해야 할까? 이에 대해 미래학자인 다니엘 핑크(Daniel Pink) <새로운 미래가 온다>에서 6가지의 역량으로 명쾌하게 밝히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6가지가 모두 우뇌의 영역에 가까운 역량들이라는 사실이다. 한번 찬찬히 살펴보자
.

첫 번째는디자인이다. 단순히 기능만을 갖춘 제품과 서비스로는 안된다. 시각적으로 예뻐야 하고 제품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고객이 좋은 감정을 느껴야 한다. ‘제품이 튼튼하기만 하면 됐지라는 생각은 위험한 생각이 되었다. 사람들은 토스터기를 하루 중 기껏해야 15분 사용한다. 나머지 1425분 동안은 사용하지 않고진열만 해 놓는다. 그렇다면 토스트기는 실용품인가 장식품인가? 맥킨지가 MBA 졸업생보다 MFA(Masters in Fine Arts, 미술학 석사) 졸업생을 선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두 번째는스토리. 우리는 정보 홍수 속에서 살고 있어서 원하는 정보와 사실을 거의 무료로, 거의 빛의 속도만큼 빠르게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강력한 메시지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디선가 누군가는 그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근거를 찾아낼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정보나 사실 자체보다 그 사실들을 한데 엮어 문맥과 감성적 임팩트를 제공하는 능력이 높이 평가받게 되었다. 결국, 스토리가 답이다
.

세 번째는통합이다. 산업사회에서는 분업화를 통해쪼개고 나누어 분석하는학문들이 주를 이루었다면, 새로운 시대는 작은 조각들을 결합해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능력이 각광을 받는다.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는 생물학(진화론)과 사회학을 결합했고, KAIST의 정재승 교수는 과학과 글스기를 결합하여 다작을 하고 있다. 광고인 박웅현은 광고에 인문학을 결합하여 새로운 광고 패턴을 만들었으며 구본형은 인문학과 경영학을 결합하여변화경영 사상가라는 새로운 직업을 만들었다
.

네 번째는공감이다. 위독한 병을 제외하고는 이제 사람들은 유능한 의사들보다는 친절하고 자세히 설명해주는 의사를 찾아간다. 의료 기술의 발달로 치료 방법과 기술은 비슷하기 때문이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든 그가 가진 경험과 지식만으로 전문성을 인정받는 이는 없다. 그것을 다른 사람이 공감할 수 있도록 설명할 수 있어야 비로소 전문가로 인정받는다. 이제는 논리만으로는 안 된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정신을 갖춘 사람이 미래의 인재다
.

다섯 번째는놀이. 잘 놀고 잘 웃어야 성공한다. 유머는 가장 고차원적인 인간의 지성 중 하나다. 놀이의하하~’와 발견의아하!’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음은 많은 사례가 증명해주고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옥스퍼드 대의 수학 교수가 심심풀이로 쓰기 시작한 것이었다. 놀이가 문제를 직접 해결해주지는 못하지만, 해결에 도움이 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상상력을 자극한다
.

마지막은의미. 물질적인 풍요는 과거 극소수 사람들만이 추구하던 자아실현을 거의 모든 사람들이 추구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변화시켰다. 이제 사람들의 주된 관심사는 즐거움을 얻거나 고통을 피하는 데 있지 않다. 그들은 삶의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고, 책을 읽고, 봉사를 한다.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은 필수적인 재능으로 떠올랐다
.

좌뇌형 인간은 죽었다. 시대의 흐름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을 만큼 세졌다. 이는 좌뇌가 몰락한다는 뜻이 아니다. 좌뇌적 사고의 필요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대신, 그 동안 간과되었던 우뇌의 기능이 훨씬 강조되는 사회가 도래했다는 의미다. 이러한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거나 천천히 대응하는 사람들은 도태되거나 상황이 악화되어 시련을 겪게 될 것이다. 늘 그렇듯, 그 선택은 순전히 당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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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3 22:05:38 *.134.232.179

좋은 글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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