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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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21일 11시 00분 등록

이직을 고려하는 직장인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면 경력 계발이라는 거창한 명제를 내밀지만, 실상은 인간관계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 중에서도 상사와의 관계 때문에 이직을 하고 싶다는 답변이 압도적이다. 이해할수 있다.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에서, 자신의 인사권을 가진 상사와 관계가 좋지 않다면 직장 생활뿐 아니라 인생의 많은 부분을 불행의 먹구름 속에서 견디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 글에서는 그런 직장 상사를 만났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 보자.

 

구부장은 요즘 지옥에 사는 것 같다. 자신보다 한 살 어린 피도 눈물도없는 직장 상사 때문이다. 구부장은 매사에 느긋하고 낙천적인 성격이다. 하지만 그의 상사는 정반대다. 매사에 철두철미하고 일처리가 신속하다. 둘은 너무나도 다른 인간이다. 상사는 구부장에게 이기적이다’ ‘근성이 부족하다’ ‘전략적이지 못하다며 비난을 멈추지 않는다. 그런 말을 들을 때 마다 구부장은 자신이 정말로 무능력하고 하찮은 인간인 것 같아 괴롭다. 자신감이 떨어지니 예전보다 실수도 부쩍 늘었다. 구부장은 처자식만 아니면 정말이지 그의 면전에 사표를 내던지고 싶다.

 

임과장도 마찬가지다. 야무지고 꼼꼼한 성격의 임과장은 일처리에 흠잡을 데가없다. 매사에 주도적으로 일하고 독립적인 성격을 가진 그녀는 팀에서 핵심인재로 손꼽힌다. 하지만 그녀는 하루라도 빨리 회사를 떠나고 싶다. 자신에게 노골적인 적대감을 표시하는 팀장 때문이다. 하루는 팀장이 그녀를 부르더니 팀장을 적군으로 만드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마라’고 말했다. 그녀는 본인에게 절대적인 충성심과 복종을 강요하는 팀장을 생각하면 온 몸에 힘이 빠지고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녀는 지금 이직을 위한 타회사 면접을 고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황차장을 만나 보자. 황차장은 우수한 업무 성과를 인정받아 영업팀을 떠나 마케팅팀 입성의 꿈을 이루었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역량있는 마케터로서의 성장을 간절히 원하던 황차장에게 뜻밖의 복병이 나타났다. 바로 감정지능 제로의 직속 상사인 여자 팀장. 그녀의 업무 능력과 성과는 눈부실 정도다.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 역시 그녀에게 마케터로서 필수적인 지식과 노하우를 많이 배웠다. 문제는 그녀가 선천적으로 사람의 감정을 헤아릴 줄 아는 능력이 심각하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녀와 일하며 황차장 역시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았다. 결국 황차장은 영업팀으로 돌아왔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다. 나는 이 말에 동의할 수 없다. 피하고 싶은 일을 어찌 즐길 수 있단 말인가? 즐길 수 없는 일이라면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문제는 그것이 피할 수 없는 일 또는 사람일 경우다. 1 10분 에너지 스쿨의 저자 존 고든은 에너지를 빼앗아가는 에너지 뱀파이어를 무력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말한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두 명은 있을 것이다. 얼굴만 봐도, 잠시 이야기만 나눠도 흡혈귀처럼 에너지를 쏙쏙 빼앗아가는 회사 내 에너지 뱀파이어. 문제는 이들이 상사일 때 더욱 심각해진다. 존 고든은 이들에게 대처하는 방법을 세가지 제시한다. 첫째는 가능한 한 빨리 도망쳐라.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상사일 경우 적용할 수 없다. 보스가 나타날 때 마다 도망친다면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 둘째는 직접 대면해서 고쳐주어라이다. 이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어줍잖게 접근하다간 나를 가르치려 하느냐는 말을 들을 수 있다. 마지막은 힘을 빼앗아라. 고든은 그 비법으로 사랑과 연민, 긍정적인 에너지로 그들을 무력화시키라고 말한다. 이 역시 순진한 생각이다. 그런 걸로 고쳐질 수 있는 사람이라면 뱀파이어가 되지도 않았다. 나는 전직장에서 나의 에너지 뱀파이어에게 약간의 호의를 베풀었다가 물건으로 사람의 마음을 사려는 속물 취급을 받았다. 당신도 그럴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보다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보자. 변화경영사상가 구본형은 상사와 사이가 좋지 않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일을 장악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구본형의 더 보스 : 쿨한 동행에서 직장인은 일이 기본이고 일에서 밀리면 설 자리가 없다고 경고한다. 상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든 핵심은 업무능력이라는 것이다. 그는 일은 좋은 관계의 기본이라는 명료한 직업 의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렇다. 에너지 뱀파이어 보스에 대처하는 제 1의 자세는 일에서 꼬투리를 잡히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앞에서 만난 구부장은 보다 더 일처리에 마음을 다해야 한다.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상사를 욕하는 것은 공부 못하는 학생이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 놓는 것과 다르지 않다.

 

2의 자세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기.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란 말이 있다.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하라는 뜻으로 가까이 하고 싶지 않지만 멀어 질 수 없는 인간관계에 적용할 수 있다. 앞에서 말했듯이 나는 에너지 뱀파이어는 무조건 피하거나 사랑으로 감화시킬 수 없는 존재로 규정한다. 따라서 이들과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인기 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수퍼갑 계약직 미스김은 직장은 우정을 나누는 곳이 아니라 생존을 나누는 곳이라고 말한다. 에너지 뱀파이어 보스와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일만 함께 해라. 우정은 친구와 나눠라.

 

마지막 제 3의 자세는 1 2의 자세가 효과가 없을 때 고려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다. 앞에 등장한 임과장과 황차장처럼 보스를 바꾸는 일이다. 회사 내에서 부서 이동을 하거나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이직을 하는 것이다. 나 역시 그렇게 문제를 해결한 적이 있다. 사람이 싫은 것은 이유가 없다. 그리고 한 번 싫어지면 그 마음을 되돌리기 어렵다. 이런 경우엔 그 사람을 떠나야 한다. 한 번 헤어진 연인은 결국 헤어지기 마련. 새로운 연인과 새출발을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할 수 없다. 새로운 팀, 새로운 직장에서도 또 다른 에너지 뱀파이어 보스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또 옮겨야 할까?

 

직장 생활을 15년 하면서 많은 보스를 만났다. 아직도 연락을 하면서 지내는 보스도 있고 생각만해도 치가 떨리는 보스도 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인간관계에 대해서 조금 더 여유로워진 것 같다. 지금은 에너지 뱀파이어 보스를 만나면 당신도 참 불쌍한 중생이구려라는 측은지심이 발한다. 그랬더니 그들과 함께 지내는 것도 그럭저럭 견딜만 하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다. 언젠가 한 줌의 재로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러니 짧은 시간 서로 연민하고 위로하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것도 괜찮다. 당신도 그런 마음을 가져보라. 에너지 뱀파이어까지도 연민할 수 있을 것이다.

 

* 필자재키제동은 15년 간의 직장 경력을 기반으로 대한민국직장인들의 경력 계발에 대해 조언하는 커리어 컨설턴트로일하고 있습니다. 재클린 캐네디의 삶의 주도성을 기반으로 김제동식 유머를 곁들인 글을 쓰고 싶은 소망을담아 재키제동이란 필명으로 활동 중입니다. 블로그 놓치고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 http://blog.naver.com/jackie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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