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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31일 16시 48분 등록

* 이 글은 5기 연구원 좌경숙 님의 글입니다.

 

 

요즈음 나의 마음속을 맴도는 가장 중요한 단어는 프로패셔널이다.

 

신화로부터 시작된 우리의 공부는 역사를 거쳐 드디어 나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자기의 원형을 이끌어내는 과정까지 왔다.

여러 가지 나를 제한하고 저항을 일으키는 일들을 찾아보며 마음 명상을 하고 있는 요즈음 깊이 떠오르는 사건들이 기억났다.

우선 어떤 감정이 올라오면 두려움이 앞선다. 두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두려움을 불러오는 것 맞다. 그래서 컬럼을 쓸 때나 내가 저자라면을 쓸때나, 심지어는 댓글을 달때도 일단 이 검열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힘이 든다.

내가 해석을 한 선명한 감정 하나가 있다.

 

나의 어릴 때 별명은 울보였다. 위로 오빠가 둘 있고 내가 큰 딸이기에 관심도 많이 받았고 놀림도 꽤 많이 받았다. 타고난 심성이 여리고 겁이 많아서 누가 조금만 놀려도 금방 울어버렸다. 그리고 한번 울면 해가 질 때까지 울었다. 내 동생이 크고 난 후에 그 애가 더 고집스럽게 울기 시작하자 내가 그 장기전 울음의 바톤을 넘겨줬다.

그래서 우리 집안과 매우 가까이 지내셨던 고위직 군인이셨던 고모부는 나를 울게 만드는 걸 무척 즐기셨다.

툭 건드리기만 해도 잘 우는데 이 고모부는 우리 집에 올 때마다 내가 다리 밑에서 주워온 아이라고 놀리셔서 울다가 웃다가 하다가 , 어느 날은 실제로 그 화제의 현장인 영도 다리 밑까지 가 보았으나, 진짜 우리 엄마는 없었다. 고모부의 각본은 그렇게 짖궂었다.

어쨋든 한번 불러 일으킨 감정은 그 감정이 충분히 해소될 때까지 내 마음을 뒤 흔들었다.

 

그런데 어느 해 인지 내가 혁명을 했다.

이렇게 살다가는 정말 아무것도 되는 일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울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놀려도 울지 않고 손해를 봐도 울지 않기로 했다.

 

서서히 씩씩해져 갔다.

나는 엄마에게 매우 강한 애착을 갖고 있었다. 어릴 때 큰 병을 앓아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다 살아 났기에 부모님께 고통과 기쁨을 함께 드렸었다. 그래서 늘 엄마를 찾았다.

 

남자인 오빠들보다 여자인 내가 말이 빨라서 일찍 유치원엘 갔었는데...엄마만 돌아보고 울어서 엄마가 문 뒤에 숨어계시다가 할 수 없이 다시 나오셔서 나를 집으로 데리고 간 일이 있다. 그래서 유치원에는 좀 더 큰 다음에 때가 되었을 때 다시 갔다.

 

그리고 무엇이든지 혼자서 해내지를 못했다. 화장실도 무섭다고 같이 가고 시장도 꼭 누군가와 같이 갔고, 학교도 교실 문 앞까지 친구와 같이 갔다. 늘 누구하고든 같이 있었다. 혼자 있는 것이 왜 그렇게 무서웠는지 모른다.

중학교 때는 친구하고 헤어지기 싫어서 친구 집과 우리 집 사이를 네다섯 번은 왔다 갔다 하다가 중간에서 겨우 헤어지고는 했다.

웃기는 일 하나는 음악시간에 가창 시험을 보는데 짝궁에게 같이 나가자고 했다가 선생님한테 혼 난적이 있다. 도대체 쌀 한가마를 20일 만에 먹는 손님 많은 집안에서 자랐으면 사람에 치일만도 한데 사람이 그렇게 좋았을까?

 

어쨌든 그렇게 자라다가 객지로 공부하러 나가게 되었다. 기차역으로 오고 가고 환영과 환송이 이어지고 어느 날 달라진 나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친구를 보내려고 역에 가서는 기차가 떠나기도 전에 먼저 내가 돌아서서 와버렸다.

 

목이 메이고 눈물이 나서 가슴이 몹시 아팠기 때문에 내가 먼저 떠났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뒤도 안돌아보고 떠나가는 습성을 가지게 되었다. 이런 일은 왜 내가 과도하게 방어적인지, 다른 사람들을 한참 힘들게 한 후에야 겨우 깨닫게 된 감정 그림자였다.

 

그러다보니 차츰 눈물도 남 앞에서는 보이지 않게 되었고 , 우는 사람을 위로할 줄도 모르고 어딘지 모르게 의존적인 사람을 싫어하게 되었다.

 

언제나 먼저 손을 내밀어 친구를 잘 돕고 무엇이든지 잘 나누어 먹던 내가 감정의 교류를 피해가기 시작한 것이다.

 

한번은 버스 정류장에서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깔끔한 외모의 군인을 받쳐주다가 내게로 온몸으로 쏠려오는 바람에 진퇴양난 고생을 하고는 다시는 술 취한 사람 옆에 가지 않았다.

 

그렇게 살다보니 일생에 세 번 스쳐지나간다는 사랑도 결국 짝사랑 전공으로 가게 되었다.

동아리 방에서 늘 만나는 선배가 좋아 죽겠는데도 늘 중간에 사람들을 넣어 함께 다니면서도 마음을 전하지 못했다. 선배는 온갖 염문을 다 뿌리고 청춘을 구가하더니 세월이 유수와 같이 흐른 후에야 다시 내 앞에 나타났다. 그제서야 오랜 짝사랑을 말했더니 왜 좀더 일찍 그 말을 하지 않았느냐고 되 묻는다. 그는 선비처럼 섬세하고 무사처럼 선이 굵은 사람이 아니었던가 보다. 아니, 남자들은 말을 안하면 모를까? 사실 여름방학에 학교에서 집으로 보내온 엽서 한장을 보고 또 보며 나의 짝사랑을 키워갔는데... 그 엽서에는 교정에 매미가 울고 있다는 말 밖에 없었다. ㅎㅎ

 

어쨌든 감정에 직면하기를 두려워 했더니 사람의 마음이 자라나지 않았다. 이해의 폭도 줄어들고 사람관계도 많이 미숙해졌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어떻게 하고 싶은지 분별은 커녕, 그저 비난을 피하려고 남에게 휘둘려 다니기만 했다. 오직 착한사람이 되려고 노력했을 뿐인데 결과는 당나귀를 타고 가는 아버지와 아들처럼 되고 말았다.

 

최근에 <마흔세살...>과 함께 <최고의 나를 꺼내라>는 책을 읽었다. 원제는 <The War of Art>였다.

 

이 책에는 우리가 살았던 삶과 미처 살아보지 못한 삶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저항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 프로패셔널로 가는 길에 놓인 저항들을 주-욱 설명해 놓고 있었다.

 

나도 한번 따라 써 보겠다.

 

저항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저항은 자신 안에 있다.

저항은 교활하다.

저항은 무자비 하다.

저항은 비인간적이다.

저항은 실수하는 법이 없다.

저항은 언제 어디서나 존재한다.

저항은 봐주는 것이 없다.

저항은 공포에서 연료를 얻는다.

저항은 오로지 한 가지만 노린다.

저항은 막바지에 가장 거세진다.

저항은 동맹군을 모은다.

저항은 우리로 하여금 일을 미루게 한다.

저항은 우리를 강박적인 섹스로 몰고 간다.

저항은 우리를 난처한 상황으로 몰고 간다.

저항은 우리의 인생을 드라마틱하게 만들려고 한다. ...etc

 

아직도 저항에 대한 설명은 많이 남아있다. 우리들 중에 누가 위의 조건들에서 온전히 자유로울까마는 특별히 마음에 와 닿는 부분들이 있을 것이다.

 

이 책에는 프로가 되기 위해서는 특별한 작업이 필요 없다고 써있다. 오직 프로가 되기 위해서는 결코 저항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그것을 실천하기만 하면 된단다.

 

우리는 자신을 프로라고 생각하고 프로답게 행동하기만 하면 된단다.

 

물론 '전쟁에 대해 공부하는 것''전사의 삶을 사는 것'은 다른 일이다.

 

누군가가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에게 물었다.

모든 사람이 따라야 하는 전사의 최고의 미덕은 무엇입니까? ”

그러자 레오니다스가 대답했다.

그것은 죽음을 경멸하는 일이다.”

 

죽음이란 단어를 실패라는 단어로 바꾼다면 이 말은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다시 말해서 자신의 영역에서 해야 할 일을 함으로써 우리는 얼굴에 푸른색을 칠하고 방패를 두들기며 우리에게 창을 휘두르는 적을 거꾸러뜨릴 수 있다.

 

하여, 프로는 자신의 작업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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